조성진, 쇼팽 '스케르초 광기', 무섭고 슬프게 풀어냈다
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리사이틀
[서울=뉴시스] 조성진. 2021.09.08. (사진 = 크레디아 제공) [email protected]
조성진이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친 리사이틀에서 들려준 쇼팽의 '스케르초' 4곡 전곡은, 깊은 상상력으로 서정성이 만개한 완성형에 가까웠다.
그 자체로 충만한 쇼팽의 심장으로부터 뻗어나온 혈관을 타고 내려와 조성진의 살갗을 뚫은 음표들은, 출혈이었다. 쇼팽의 활량한 울분과 퇴폐적 쓸쓸함을 담은 스케르초의 '무서운 슬픔'을 조성진은 매 순간 포착했다.
그건 일종의 광기(狂氣)였다. 근원적 분노의 반작용으로서 작용하는 광기가 아닌, 이성적 연습 위에 견고한 성처럼 쌓인 화염 같은 광기였다. 드라마틱한 폭발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특히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야 하는 스케르초 4번에서 그건은 한편의 불꽃놀이가 됐다. 조성진이 빚어낸 매혹적인 정체불명의 음들은, 관객이 미처 머리로 이해하기 전에 그들의 마음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서울=뉴시스] 조성진. 2021.09.08. (사진 = 크레디아 제공) [email protected]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각인되지 않고자 드뷔시·모차르트·슈베르트·리스트 등 음악이라는 바다에서 자유롭게 방랑한 조성진은 더 깊어진 심해 같은 해석으로 쇼팽 기념비의 주변에 장대한 화환을 세웠다.
스케르초 4곡은 조성진이 5년 만에 발매한 쇼팽 음반인 최근 앨범에도 실렸다. 앨범에 실린 연주가 쇼팽의 본질에 대한 실험이라면, 콘서트 연주는 쇼팽의 정체성에 대한 모험이었다. 전자가 내실을 파고든다면, 후자는 외연을 확장한다.
조성진의 세계엔 쇼팽만 있는 건 아니다. 쇼팽 스케르초에 앞서 들려주 야나체크의 소나타는 역사적 비극에 대한 한탄이었다. 라벨의 걸작 '밤의 가스파르'는 '푸르른 밤'을 몽환적으로 유영하는 듯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진. 2021.09.08. (사진 = 크레디아 제공) [email protected]
조성진은 감정에 대해 연주하지 않는다. 감정이 조성진을 연주한다. 피아노의 이름으로 피아노 아닌 것들을 간벌하는 그는 매 연주에서 피아니즘의 정수만 남긴다.
조성진의 콘서트가 매번 매진되는 이유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로 인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300석 중 70%만 받은 이번 공연 역시 단숨에 매진됐다. 조성진은 8일 아트센터인천, 11일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 12일 경기아트센터, 16일 부산시민회관으로 투어를 이어간다.
특히 1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전국 7개 도시 투어 피날레 앙코르 공연을 연다. 네이버TV를 통해 실황도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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