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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김세영을 만든 아버지의 한마디 "무섭니?"

등록 2021.11.10 15:3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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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드라이브 온' 스토리 통해 김세영 집중 조명

[벨에어=AP/뉴시스]김세영이 22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벨에어의 펠리컨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 여자프로골프(LPGA)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기뻐하고 있다. 김세영은 최종합계 14언더파 266타를 기록하며 정상에 올라 시즌 2승, 투어 통산 12승째를 올렸다. 2020.11.23.

[벨에어=AP/뉴시스]김세영이 22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벨에어의 펠리컨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 여자프로골프(LPGA)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기뻐하고 있다. 김세영은 최종합계 14언더파 266타를 기록하며 정상에 올라 시즌 2승, 투어 통산 12승째를 올렸다. 2020.11.23.

[서울=뉴시스] 권혁진 기자 = "무섭니?"

아버지가 넌지시 던진 이 한마디가 아니었으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12승을 거둔 지금의 김세영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LPGA는 10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김세영의 '드라이브 온' 스토리를 공개했다.

'드라이브 온'은 2019년 론칭한 LPGA의 캐치프레이즈이자 캠페인으로 골프를 넘어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스토리를 담고 있다. 그동안 고진영, 이정은, 유소연, 박인비 등의 삶이 소개된 바 있다.

'두려움을 향해 달려가라'는 제목의 스토리에서 김세영은 9살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을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김세영은 "아버지는 골프를 좋아하셨는데 어느 날 내가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집 근처 골프 연습장에 나를 데리고 가셨다. 이후로는 심지어 집 안에서도 나는 항상 클럽을 휘둘렀다. 하지만 골프는 내게 있어 유일한 운동이 아니었다. 심지어 처음 시작한 운동도 아니었다"고 소개했다.

김세영이 골프보다 먼저 접한 운동은 태권도였다. 태권도장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영향이었다.

"5살 때 나는 아빠와 함께 태권도로 신체를 단련하고 많은 기술을 익히며 시간을 보냈다. 12살 때는 이미 태권도 3단이었다"는 김세영은 "무술을 통해 나는 많은 것들을 배우며 더 나은 골퍼가 될 수 있었다. 태권도의 동작들을 골프 스윙 동작으로 잘 옮겨왔다. 유연성, 지렛대의 원리, 균형감각, 적절한 순간에 스피드를 내는 법 그리고 공을 때릴 때 자신을 통제하는 것 등 골프와 태권도는 공통점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당시에는 아버지가 내게 가르쳐 주신 다른 모든 것들이 감사할 것이라는 점을 알지 못했다"는 김세영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스포츠와 인생에서 직면할 가장 큰 적이 두려움이라고 가르쳐 주신 것이 더 값졌다"고 고마워했다.

아버지는 김세영에게 "본능에도 불구하고, 너는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 상대와 맞서야 한다. 골프 대회에서도 그렇듯, 싸움에서 질 수도 있다. 하지만 두려움에 져서는 안 된다"고 누차 강조했고, 이는 지금의 김세영을 세운 기틀이 됐다.

10대가 된 김세영은 골프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워낙 재능이 있던 탓에 금세 성과가 났다. 16살 때 한국 여자 아마추어 선수권대회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다. 2년 후 프로로 전향한 김세영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는 5승이나 거뒀다.

자신감을 얻은 김세영은 2015년 더 큰 무대로 향해 눈을 돌렸다. 세계 최고들이 모이는 LPGA 투어 진출이었다. 김세영은 그때를 "새로운 불안감"을 느꼈던 시기라고 표현했다.

[인천공항=뉴시스] 고승민 기자 = 미국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세계랭킹 2위로 등극한 김세영이 13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0.10.13.kkssmm99@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 고승민 기자 = 미국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세계랭킹 2위로 등극한 김세영이 13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충분히 영어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미국에 도착했다. 아주 잠시 동안은 말이다. 내가 그렇게까지 판단을 잘못 한 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간판을 읽을 수도, 음식을 주문할 수도, 텔레비전을 보거나 읽을 책을 찾을 수도 없었다. 로컬룰을 적은 종이는 쓸모없었고, 오피셜의 지시는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난,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성적까지 내지 못하자 김세영은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실수한 것 같다. KLPGA 투어로 복귀할까 한다"고 털어놨다.

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있던 아버지가 던진 한마디는 "무섭니?"였다.

짧지만 큰 울림이 있는 말이었다.

김세영은 "처음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무슨 뜻인지 알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시 한 주만 더 해 보는 게 좋겠다. 어떻게 되는지 보고 그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는 말에 김세영은 다시 마음을 다잡았고, 마치 드라마처럼 1주일 뒤 푸어실크 바하마 LPGA 클래식에서 아리야 주타누간, 유선영을 연장 접전 끝에 꺾고 미국 진출 첫 승을 신고했다.

이후에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2015년 신인상을 받은 김세영은 2020년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을 통해 생애 첫 메이저 우승까지 맛봤다. 지난해 LPGA 올해의 선수는 김세영이었다.

끝으로 김세영은 이 모든 일을 겪는 내내 떠올랐던 아버지의 말을 소개했다.

“잡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두려움을 향해 달려가라. 왜냐면 대담한 자 앞에서는 항상 두려움이 사라지거든.”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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