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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대목? 이제 없어요"…화훼업계 불황에 울상[현장]

등록 2024.05.07 16:3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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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하루 앞둔 서초구 화훼상가

"올해 카네이션 판매량 30% 줄어들어"

"저렴한 수입품 늘고 경기 부진 때문"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꽃시장에서 시민들이 카네이션을 고르고 있다. 2024.05.06.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꽃시장에서 시민들이 카네이션을 고르고 있다. 2024.05.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 "작년하고 비교하면 매출이 45% 정도 줄었어요. 도매시장 판매가 줄었다는 건 꽃을 사는 손님도 줄었다는 뜻이죠. 여기서 27년 장사했는데 'IMF 사태'(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상황이 안 좋아요"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강남고속버스터미널 화훼상가는 어버이날을 하루 앞두고 손님과 상인들로 북적였다. 건물 3층, 150여개에 달하는 가게들은 각자마다 형형색색의 꽃을 전시해 놓고 행인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한 가게는 카네이션 꽃을 잔뜩 쌓아놓고는 '카네이션(국내산)' '단테(국내산)'라고 쓰여 있는 종이를 붙여놓기도 했다.


대목을 맞아 기쁠 법도 하지만 이날 화훼상가에서 만난 도매상인들은 모두 한숨부터 내쉬었다.


상가 한가운데 몫 좋은 곳에서 카네이션을 팔고 있던 김모(50대)씨는 "올해 카네이션 판매량이 30% 정도 줄어든 것 같다"며 "주변 상인들도 '대목이 없어졌다. 다들 힘들게 사는가 보다'라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카네이션 수입이 늘면서 자체 유통체인을 갖춘 대형 업체들이 유리한 구조라 도매시장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27년 장사했다는 추모(65)씨도 "손님이 전체적으로 많이 줄었다"며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45% 정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더니 "IMF나 리먼 브러더스 사태 때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이태성 기자 = 어버이날(8일)을 하루 앞둔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강남고속버스터미널 화훼상가의 모습. 2024.05.07. victory@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태성 기자 = 어버이날(8일)을 하루 앞둔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강남고속버스터미널 화훼상가의 모습. 2024.05.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로 국내의 카네이션 거래 규모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4월30일부터 5월6일까지 일주일간 카네이션 경매량은 절화(자른 꽃) 기준 3만5070속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만1346속 대비 42.8% 급감한 규모다.

국내 카네이션 시장이 줄어든 건 복합적인 이유 때문이다. 우선 가격이 저렴한 외국산 카네이션 수입이 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카네이션 수입량은 410톤(379만4000달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46.5톤(343만6000달러)대비 18.3% 늘었다.

신봉준 부경원예농협 팀장은 "수입품이 많이 들어와 수지타산이 안 맞는 국산 농가가 많이 줄고 있다"며 "중국산 카네이션은 국산의 반값 수준"이라고 말했다. 공판가 기준 올해 국내 카네이션 가격은 1만원~1만2000원 수준이다.

고물가와 고금리 등으로 최근 경제가 좋지 않고, 실용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한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꼽힌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국민들이 경기 부진으로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선택적 재화인 꽃 선물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고 볼 수 있다"며 "실용적인 선물을 하는 것이 받는 사람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가 가정의달을 맞아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어버이날 생각하는 선물'(중복 응답) 1위는 용돈(92%)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카네이션(24%), 건강식품(13%), 의류·잡화(6%) 순이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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