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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부의 푸들" 도넘은 사법부 폄훼…피해는 국민몫

등록 2024.05.08 16:4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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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준 기자 = "정부의 푸들 노릇을 자처한 서울행정법원 판사는 지금 당장 법복을 벗고, 본인 적성에 맞는 정치를 하라."

전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정부로부터 받은 의사면허 정지 3개월 처분을 한시적으로 중단해달라 했으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당시 회장 당선인 신분이었던 임현택 의협 회장이 낸 입장이다.

당시 재판부는 면허 정지 처분의 효력을 중단할 경우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 더 심화하고, 이는 국민 건강 보호 및 증진 등 공공복리에 우선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는데, 반발이 적지 않았다.

임 회장은 입장문에서 "판사 자격은 어떻게 딴 것인지 매우 의심스럽다"거나 "정의를 지켜야 할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의 판사란 자가 보건복지부의 하수인 역할을 자처한 것에 대해 분노를 넘어 실소가 나온다"고 법관을 향해 비난을 늘어놓기도 했다.

자주 보던 장면이다. 정치인들에 대한 구속영장 결과가 나왔을 때의 모습과 겹친다.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됐을 당시 "법원의 오점"이라는 국민의힘 평가를 시작으로 서초동 일대 수십 개의 근조 화환이 놓였다.

심지어는 해당 부장판사의 이름과 얼굴이 새겨진 현수막을 설치하고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해당 판단을 내린 부장판사는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본인의 사진과 이름이 내걸리자 큰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법원행정처가 시민단체를 명예훼손 등으로 고발을 진행하는 등 법원의 판단에 대한 사회적 갈등이 극에 달했다.

이 부장판사는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는데, 이후 "사법부의 정치탄압" "친명 어용판사" 등 소리를 듣기도 했다.

양측이 법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내놓은 법원의 판단은 한쪽에게는 유리하지만, 다른 한쪽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사법부의 결정 및 판결이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근거 없는 비방과 비난이 소모적으로 반복되고, 위태로운 수위의 발언이 이어지는 것은 우려스럽다.

이는 사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좋은 재판', '신속한 재판'을 저해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민감한 재판에 부담을 느낀다는 법관들의 하소연이 법원을 넘어선지 오래다. 무분별한 비난이 불러오는 피해를 국민 전체가 나눠지게 되는 셈이다.

사법부의 신뢰는 법관이 외부의 영향 없이 증거와 법에 따라 신속한 결론을 내릴 때 뒤따른다. 사법부만의 노력으로는 이룰 수 없는 과제다. 법정 밖의 다툼으로 소란하지 않을 서초동을 기대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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