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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판소리가…한승석·정재일, K뮤직 '바리 abando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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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4-05-29 20:06:09  |  수정 2016-12-28 12:5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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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재일·한승석·배삼식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대중음악 좀 듣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자룡, 활 쏘다'는 전설로 내려오는 곡이다.  

 명창인 한승석 교수(46·중앙대 예술대학 전통예술학부)와 '천재뮤지션'으로 통하는 싱어송라이터 정재일(32)이 협업을 통해 판소리 '적벽가' 중 '조자룡 활 쏘는 대목'을 옮겼다. '적벽가' 중 음악적인 밀도가 촘촘하고 가장 드라마틱한 구성을 띠는 이 대목은 두 아티스트의 조합으로 실험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옷을 다시 입었다.

 두 사람을 2004년 만나게 해준 국악밴드 '푸리'의 2집 '네오-사운드 오브 코리아'에 실리기도 했다.

 한승석과 정재일이 판소리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본격적으로 의기투합했다. 2년 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판소리에 기반한 앨범 '바리 어밴던드(abandoned)'를 발표한다. 두 사람이 앨범 작업을 함께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승석이 노래를 부르고, 정재일이 곡을 썼다. 한국의 대표적 여성 신화인 '바리공주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은 가사는 한국어의 말맛을 가장 잘 살린다는 평을 받는 극작가 배삼식(44)씨가 썼다.  

 한승석은 앨범 발매에 앞서 29일 오후 서울 장충동 달오름극장에서 "정재일씨와 동양과 서양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음악을 만든는 작업을 해왔다"면서 "이를 통해 새로운 음악적 감흥을 느꼈고 이 작업을 발전시켜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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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재일·한승석·배삼식
 "새로운 작품은 기존처럼 소리를 변형하고 재해석하는 차원을 넘어서 이 시대의 언어, 삶의 명제를 다룬 음악을 만들자고 뜻을 모았죠.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었고 소재를 찾다가 바리설화를 고르게 됐습니다."

 바리공주는 사령(死靈)굿에서 구연되는 서사무가다. 다양한 전승본이 있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소녀가 오히려 부모의 병을 고치기 위해 온갖 고행을 견디고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약수를 구하고 마는 효녀담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소설가 황석영(71)의 소설 '바리데기' 등 다양한 장으로 옮겨져 "자칫 진부할 수도 있는 위험"이 있다. 한승석은 그러나 "아시다시피 현대 사회가 갈등과 분열이 일고, 버려지고 버리는 구원의 문제, 그리고 희망과 치유의 문제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죠. 오히려 이 시대에 절실한 문제가 아닌가라고 판단했습니다"라고 답했다. "바리로 대표되는 용서와 희생에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거죠."

 배삼식이 노랫말을 붙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 역시 "현재 어떻게 바리공주 설화를 다시 발견할 것인가, 그 지점에 대해 고민을 했다"다. "설화 안에는 모든 인간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어요. 사회에서 버려져 있는 사람의 문제, 입양아 문제, 이주 노동자 문제 등등. 전통적인 화법을 유지하면서도 어떻게 지금 현실의 문제를 담아낼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타이틀곡 '바리 어밴더드'를 비롯해 8곡 총 11트랙이 실리는 앨범은 북으로 반주하는 기존 판소리와 달리 정재일의 피아노 연주 위에 한승석의 소리를 얹는다. 여기에 장고, 징, 쇠, 풍경, 피리, 태평소 등 한국 전통악기와 베이스, 기타, 현악이 마침 거기 있었다는 듯 자연스레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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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한승석, 소리꾼
 정재일은 "판소리에서 악사로 고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더라"고 짚었다. "그간 여러가지 실험을 했어요. 푸리에서도 '적벽가'를 재해석했고요. 여러 악기가 많을수록 웅장함을 만들 수 있지만, 성악인 판소리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간소화해야 해요. 이번 앨범에는 그래서 여러 편성을 할 수 있었음에도 가장 기본적인 피아노를 주로 썼습니다. 작곡가로서 계속 악기를 쓰고 싶고, 뭐좀 넣고 싶고 그랬는데 이번 만큼은 목소리를 가장 빛나게 할 수 있는 편성을 하고자 했어요."

 이와 함께 정재일은 멜로디와 리듬 등을 먼저 만들던 기존 방식과 달리 이번에는 텍스트를 우선시 해서 그 위에 곡을 붙였다. "낯설고, 실험적이기도 했는데 배 선생님이 e-메일로 보내주신 텍스트를 보기만 해도 너무 아름다워서 자연스레 멜로디가 나왔어요."

 최근 국악계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한승석은 다양한 실험으로 판소리의 현대화,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국립창극단, 연극 연출가인 고선웅(46) 경기도립극단 예술단장과 손잡고 판소리 '변강쇠전'을 바탕으로 한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을 작업하고 있다.

 세션된 작업 방식을 선보이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전통을 놓치 않고 있다. "이것(새로운 것)을 하더라도, 좀 더 참고 기다렸죠. 2년 전에 판소리 5바탕 완창을 하고 지금 작업을 시작한 것처럼요. 학생들이 창작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는데 자기 콘텐츠를 가지는 것은 물론 좋지만, 우선 전통 공부를 제대로 해야 합니다. 쉽게 덤벼들지 말고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거죠. 전통에 대한 공력을 단단히 쌓은 다음 새로운 것을 해야죠."

 이번 앨범은 그 전통을 기반으로 K팝을 넘어 K뮤직의 활성화를 위한 작업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의 러닝타임이 74분 나왔는데,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다 담지는 못했어요. '제2의 바리', '제3의 바리'가 나온다는 가정을 할 때 바리로 대표되는 용서와 사랑, 화해, 돌봄에 대해 한국뿐 아니라 세계인들도 공감하기를 바라죠. 바리의 정신과 숭고한 희생이 사회가 좀 더 인간다워질 수 있는데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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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재일, 작곡가
 이번 앨범을 제작 지원한 CJ그룹의 CJ문화재단 이수진 부장은 "K팝의 세계화가 주목 받고 있는 이 때, 한국 전통 음악의 현재 가치를 재조명함으로써 대중문화 생태계를 더 다양하게 만들고, 판소리의 세계화에 기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CJ그룹 민희경 부사장은 "K팝이 현재의 대중음악이듯, 판소리도 한 때 사랑 받는 대중음악이었다"면서 "바리 어밴던드'와 같은 신선한 시도가 K팝을 K뮤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달오름극장에서 열린 '한승석 & 정재일 바리 어밴던드 음반 발매 기념 공연'은 판소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순간이었다. 한승석의 판소리는 과거의 아우라를 뿜었고, 배삼식의 노랫말은 현재의 고민을 담았으며 정재일의 피아노 소리는 판소리의 미래였다. 타이틀곡 '바리 어밴던드'는 특히 판소리가 이처럼 아름답다는 걸 깨닫게 했다.  

 앨범은 6월3일 발매된다. 한승석과 정재일은 7월 19, 20일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여우 락(樂) 페스티벌'에서 앨범 발매 기념, 정식 공연을 선보인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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