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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버려지는 영아들 갈수록 ↑…'장애 여아 수출국 오명' 언제까지…

등록 2011.09.05 06:00:00수정 2016.12.27 22: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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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양태자의 유럽야화<28>  유럽 중세의 영아살해는 어떠했을까? <관련기사 있음>  비교종교학 박사 ytzm@hotmail.com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재수생인 20대 여성이 아이를 낳아 숨지게 한 뒤 서울 지하철 7호선 신풍역 물품보관함에 갖다 버린 사건이 지난 6월 뒤늦게 알려져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지난해 12월 대구 달서구에서는 권모(30·여)씨가 한 모텔에 자신이 낳은 아이를 버리고 달아났다가 현장에 남긴 지문으로 경찰에 덜미가 잡히기도 했다.

 이처럼 세상에 갓 태어나자마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모로부터 버림받는 영아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한 해 평균 버려지는 갓난아이는 50명 정도. 지난해 부모로부터 버려진 신생아는 87명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버려진 신생아들이 주위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 목숨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버려진 갓난아이들 가운데 18명이나 숨진 채 발견됐다.

 버려진 신생아들은 10분안에 발견되지 못하면 생존 가능성이 떨어지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이렇게 영아들이 방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내 최초로 '베이비 박스'를 만들어 낸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목사는 "1년에 1000명 이상의 신생아가 버려지고 그 중 80%가 죽는다"며 "아이를 버린 부모를 처벌하는 데에만 관심을 둘 게 아니라 버려진 아이를 보호해 줄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버려진 신생아 가운데 장애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늘고 있는 것도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뇌에 물이 차는 '무뇌수도증' 이라는 병을 안고 태어난 기범이는 1년 전 태어나자 마자 버려졌다. 이제 갓 돌이 지난 은혜도 '스터지웨버증후군'이라는 희귀병으로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

 이렇게 버려진 장애아들을 돕는 시설인 '디딤자리'의 원장 아델라 수녀는 "매월마다 기범이와 은혜와 같은 애들이 들어올 때 마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라면서 "오히려 부모의 사랑을 더 많이 받고 커야할 아이들인데 그렇지 못한 현실에 미안할 뿐"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하지만 버려진 장애아들이 모두 디딤자리와 같은 생활 시설에 수용되는 것도 아니다. 전국 약 70개의 시설이 운영되고 있지만 버려진 장애아들이 늘고 있는 탓에 시설에 들어가지 못하면 해외 가정으로 입양되고 있는 실정이다.

 홀트아동복지회 김병수 사회복지사는 "버려진 장애아들은 현실적으로 국내 입양이 어렵다"며 "시설 부족으로 인한 양육의 어려움과 주변의 차가운 시선 때문에 이들 대부분 임시 보호기관을 거쳐 해외로 입양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에 입양된 영아 1460여명 가운데 비장애아는 97%를 차지한 반면 장애아는 3%에 그쳤다고 홀트아동복지회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장애아들이 부모로부터 버려지는 것을 막으려면 우선 사회적인 인식부터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총신대 사회복지학과 손병덕 교수는 "원래 자식을 양육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특히 장애를 가진 아이의 경우는 더욱 키우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그러다보니 아이를 버리는 유혹에 쉽게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장애아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국가가 정책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양백용 간사는 "우선 사회적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아직까지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며 "마치 장애아를 대할 때 비정상인처럼 대하는 인식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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