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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인종차별주의자 서먼드 상원의원의 혼혈 딸 별세…70년 간 아버지 명성위해 비밀지켜

등록 2013.02.05 10:20:42수정 2016.12.28 06: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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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2005년 1월31일 워싱턴에서 자신의 자서전 출간 기념 독자 사인회에 나왔던 워싱턴-윌리엄스 여사의 모습. 3일 타계한 그는 전설적인 인종차별주의자 상원의원인 스트롬 서먼드 의원의 혼혈 사생아로 70년이나 아버지의 비밀을 지켰고 2003년 부친 사망 후에 비로소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워싱턴=AP/뉴시스】2005년 1월31일 워싱턴에서 자신의 자서전 출간 기념 독자 사인회에 나왔던 워싱턴-윌리엄스 여사의 모습. 3일 타계한 그는 전설적인 인종차별주의자 상원의원인 스트롬 서먼드 의원의 혼혈 사생아로 70년이나 아버지의 비밀을 지켰고 2003년 부친 사망 후에 비로소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콜럼비아(미 사우스 캐럴라이나주)=AP/뉴시스】차의영 기자 = 한때 열렬한 인종차별주의자였던 고(故) 스트롬 서먼드 전 상원의원의  평판을 위해 자신의 출생 비밀을 70년이나 지켰던 혼혈아 딸 에시 메이 워싱턴-윌리엄스(87) 여사가 3일 숨졌다고  콜럼비아의 리비 장례식장 측이 밝혔다.

 워싱턴-윌리엄스는 서먼드 의원과 그의 집안의 흑인 하녀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그녀의 아버지가 누구인가 하는 것은 수십 년 동안 정계와 흑인 사회에서 소문으로만 나돌았다.

 그러나 2003년 서먼드 의원이 100세를 일기로 사망할 때까지 워싱턴-윌리엄스는 자신의 아버지가 한때 인종차별 세력을 기반으로 대통령직에까지 도전했으며 47년이나 상원의원이었던 백인 남자라는 사실을 발설하지 않은 채 살았다.

 "나는 에시 메이 워싱턴-윌리엄스이며 드디어 완전한 자유를 되찾았다"며 그녀는 부친의 사후 기자회견 석상에서 사실을 밝혔다.

 그녀는 1925년생으로 22세의 서먼드 의원이 사우스 캐롤라이나 에지필드에 있는 자신의 저택에서 일하던 당시 16세의 흑인 하녀와 사랑에 빠져 낳게 된 딸이었다. 성장한 뒤에는 로스앤젤레스에서 학교 교사로 일하며 명사인 아버지와 가끔 연락을 하며 살았다.

 서먼드 의원은 딸을 공식 인정한 적이 없었지만 그녀는 미망인 낸시 여사가 아주 좋은 분이며 그 아들도 "내가 잘 지내는지 관심을 가지고 돌봐주었다"고 좋은 평을 했다.

 이모인 메리 워싱턴 부부의 집에서 양육된 그녀는 13살 때 이모가 자기 언니 캐리 버틀러가 친모라고 가르쳐주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몇 년 뒤 서먼드 의원을 그의 고향집 사무실에서 만났지만 "그분은 우리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지도 않았고 내가 친딸이라는 것을 말로 인정하지도 않았다"고 그녀의 자서전 '상원의원님께 : 스트롬 서먼드의 딸의 회고록'에 기록했다.

 "내가 언제 떠나는지도 묻지 않고 다시 오라는 말도 없어서 마치 유명인사를 만난 팬의 인터뷰나 취직을 위한 면접같았지, 아버지와의 재회라는 느낌은 없었다"고 2005년 발간된 이 회고록에서 그는 말했다.

 하지만 서먼드는 그녀가 자신이 주지사로 있던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립대에서 공부하도록 도와줬고 1960년대에 남편과 사별했을 때에도 도움을 주었다.

 워싱턴-윌리엄스는 서먼드 의원이 비밀을 지켜달라는 말을 한 적은 없었지만 "남부의 전통과 문화에 따라서" 인종차별주의를 고수한 부친의 입장을 생각해 스스로 입을 다물고 살았다.

 그러나 서먼드 의원은 말년에는 정치적 태도를 바꿔 인종차별주의를 비난했다. 그래도 자신의 첫 딸이 흑인이라는 말은 발설한 적 없다. 그는 1947년 백인인 진과 결혼했다가 1960년 자녀 없이 사별했고 두 번째 부인 낸시 무어와의 사이에는 네 명의 자녀를 두었다.  

 서먼드 의원의 아들로 현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인 폴 서먼드는 AP에 보낸 이메일에서 "워싱턴-윌리엄스 여사의 별세 소식은 유감이다. 그 분은 친절하고 너그러운 성품의 인물이었으며 나는 그녀의 삶과 세상에 남긴 유산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70년이나 비밀을 지키다가 자신의 딸의 격려로 78세에야 자신의 정체를 대중에게 밝히고 새 인생을 시작했던 워싱턴-윌리엄스 여사는 그늘에서 벗어난 지 10년만에 세상을 떠났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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