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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시대]박정희 그림자 지울 수 있을까

등록 2013.02.24 05:00:00수정 2016.12.28 07: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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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영욱 기자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무역협회를 방문, '수출한국의 기수'라고 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 앞에서 웃으며 읽어보고 있다.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인영 기자 =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첫 여성대통령이자 첫 부녀(父女) 대통령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박근혜 당선인은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라는 국정비전을 제시하며 21세기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며 공식 취임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진용을 살펴보면 곳곳에서 박 당선인의 아버지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오마주(영화에서 존경의 표시로 다른 작품의 주요 장면이나 대사를 차용하거나 인용하는 것)처럼 겹친다.

 박 당선인이 이번에 중용한 인사들은 박 전 대통령 시절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거나 대를 이어 부녀 대통령을 보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박 당선인의 리더십이나 국정과제 등도 박 전 대통령의 성장주의 시대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朴의 사람들, 그 때 그 사람…대(代) 잇기도

 무엇보다 청와대와 내각을 이끌어갈 인물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제2의 박정희 정부를 보는 듯 하다는 의견들이 주를 이룬다. 박정희 대통령을 직접 보좌했던 인물들이 복귀하는가 하면 대를 이은 인연도 눈에 띈다.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 허 내정자는 육영수 여사가 사망하면서 퍼스트레이디 대행을 했던 박 당선인과 같은 해인 1974년 청와대 비서실에서 근무를 시작, 1985년까지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해 최규하·전두환 전 대통령을 보좌했다. 그는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박 전 대통령을 꼽고 사석에서는 "아직도 박정희 전 대통령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1974년 행정고시 14회로 관가에 입문한 이후 1975년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에서 사무관으로 '제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77~1981년)' 수립에 참여했다. 현 내정자는 30여년 만에 경제 실무자에서 경제수장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는 대를 이어 부녀 대통령 내각에 참여하게 되는 경우다. 서 내정자의 부친은 고 서종철 전 국방부 장관이다. 서 전 장관은 박 전 대통령의 육사 1기 선배로 5·16 쿠데타에 동참했고, 박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육군참모총장과 대통령 안보담당 특별보좌관, 국방부 장관을 역임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내정자 역시 부친이 박정희 정부의 고위직을 지냈다. 류 내정자의 부친인 고 류형진 전 대한교육연합회장은 5·16 직후 설립된 국가재건최고회의 교육부문 고문을 지냈다. 류 전 회장은 제3공화국 교육정책 수립과 국민교육헌장 초안 작업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이번 인선에서는 학교와 기숙사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아버지와 인연을 맺었던 인사들도 눈에 띈다.

 최성재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내정자는 육 여사가 설립을 주도했던 서울대 엘리트기숙사인 정영사(正英舍) 출신이다. 정영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가운데 글자인 '정'과 '영'을 따서 지어졌다. 박 당선인도 1975년 정영사 동문회장이던 최 내정자를 청와대에 초청해 지원금을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자진사퇴했지만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역시 정영사 출신이다.

 이동필 농림축산부 장관 내정자는 경북 출신으로 박 전 대통령이 설립한 영남대를 나왔다. 영남대는 재단 영남학원 정관에도 '설립자 박정희 선생의 창학정신에 입각하여 교육을 실시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박 당선인도 법인 이사장을 지낸 바 있다.

 이외에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사진이 담긴 고리를 달고 다녀 관심을 모았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 내정자는 저서에서 5·16 쿠데타를 혁명으로 미화해 구설에 올랐다.

 ◇리더십·국정의제도 30년 전과 '비슷'

 박근혜 당선인이 내세운 국민안전과 경제부흥 같은 국정의제나 국정운영 리더십 역시 박정희 정권을 연상시킨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박정희 정권 시대를 대표했지만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잘 살아보세', '새마을운동', '한강의 기적' 등의 단어들도 부활해 공공연히 쓰이고 있다. 이는 개발독재시대를 연상케 하는 성장주의 슬로건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 번 '잘 살아보세'의 신화를 만들겠다"고 밝혔었다.

 안상훈 고용복지분과 인수위원은 '두 번째 새마을운동'이라는 표현을 썼고, 농림수산식품부는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지난 2011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우리 농어촌 운동'을 '제2의 새마을운동'으로 확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성재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내정자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이제 한국형 복지국가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경제부흥을 다시한번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정책접근 방식이 '박정희 시대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당선인의 국정운영 스타일도 박 전 대통령의 독재적 면모를 닮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인사 과정에서 보안을 최우선으로 삼는 '깜깜이 인선'이나 정책에 특화된 관료 출신을 중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국회에서 통과도 안 된 상황에서 장관 내정자부터 발표한 것도 결국 야당을 협상과 소통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나가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외에 김종훈 미국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사장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내정한 것도 박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다. 김 내정자가 미국에서 성공한 인재라는 이유로 국적 논란까지 감수하면서까지 부처 수장으로 내세운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조국 근대화에 동참해 달라며 해외 유학파들을 불러들인 것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이 이런 논란과 우려를 극복하고 '국민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국정비전대로 국민들이 공감하고 만족할 수 있는 희망의 새시대를 열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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