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공룡, 신화 대체하다…애니메이션 ‘다이노소어 어드벤처 3D’
‘옛날이야기’를 대신해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 공간을 메워 준 것이 ‘공룡’이다. 공룡이 요즘 아이들에게 그렇게 인기 있는 이유일 터이다. 수 억 년 전 지구상에 서식한 거대한 생명체는 실존증거라는 과학의 옷을 입고 어린이들에게 신이나 괴물보다 더 매혹적인 존재로 다가왔다. 발음하기도 힘든 공룡의 기나긴 학명을 척척 외우는 아이들도 많다. 한국에선 ‘아기공룡 둘리’, 미국에선 ‘쭈쭈 공룡 바니’가 캐릭터화되며 영유아들에게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핵가족시대에 이야기를 들려줄 조부모의 부재와 건국신화와 영웅담이 실종된 건국 200여년 미국의 짧은 역사를 대체하는 역할도 했다.
이런 면에서 19일 개봉한 영미합작 애니메이션 ‘다이노소어 어드벤처 3D’(감독 배리 쿡·닐 나이팅게일)는 유쾌한 모험·성장담과 함께 과학적 사실과 첨단 영상기술이 조합된 역작이다. 1999년 BBC 6부작 다큐멘터리 ‘공룡 대탐험(Walking with Dinosaurs)’를 원전으로 이후 10여년간 고증된 공룡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충실히 반영해 만들었다. 19세기 초부터 시작된 공룡 연구는 최근 20년간 가속도가 붙으며 최신 연구결과들을 쏟아내고 있다.
애니메이션 ‘해피피트’(2006)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디지털특수효과회사 애니멀로직은 동물들의 피부와 입자시스템, 충돌 다이내믹, 깃털 등을 분석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베이스와 작업 노하우를 기반으로 비늘, 근육까지 살아 움직이는 듯 생동감 넘치는 공룡을 탄생시켰다. 다만 개체 무게가 수천 ㎏에 달했던 대형공룡들의 묵직함과 육중한 움직임이 낳는 지반의 반동이나 소리까지는 잘 느껴지지 않는 것이 아쉽다.
생생하게 담겨진 자연의 모습이 어른들에게도 시각적 충족감을 준다. 알래스카와 뉴질랜드에서 직접 찍은 거대한 폭포, 장엄한 계곡과 물살, 물그림자가 아름다운 호수와 거대한 숲, 별들이 쏟아지기라도 하듯 선명하게 보이는 맑은 밤하늘, 북극의 겨울 흑야를 비추는 환상적인 오로라 등 정경들은 다큐멘터리적 실사의 힘을 보여준다.
파치를 굉장히 귀엽고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어 쉽게 동일시되긴 하지만 지나친 의인화는 리얼리티를 반감시킨다. 파치와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하는 조상새 알렉스를 등장시켜 쉴 새 없이 수다를 떨어대는 통에 품격을 잃은 것이 아쉽다. 너무 호들갑을 떠니 오히려 집중도가 떨어진다. 어린 관객들에게까지 재미를 주려고 배려한 것 같은데, 오히려 아이들은 화면에 더 쏠리지 대사를 다 알아듣지 못한다. 기술과 시간의 한계를 고려해도 다른 캐릭터들은 말이 없는데 주요 몇몇 캐릭터들만 인간들처럼 사고하고 말을 한다는 게 허술하다.
철따라 먹이를 찾아 무리 지어 이동하는 행동양식, 수컷끼리 코뿔소처럼 치받는 싸움, 최강자가 모든 암컷을 차지하는 짝짓기의 법칙, 흙목욕, 식습성, 자손의 번식을 위한 부모의 희생과 사랑, 동족끼리의 의리 등 생태는 현생 포유류 등 생명체가 지닌 것과 엇비슷해 인간의 인식능력과 상상력의 한계를 드러낸다. 과연 저 때의 지구의 자연풍경과 기후, 대기가 지금 보는 것과 엇비슷했을까. 첫 번째 포유류인 알파돈이 겨우 등장했을 시기이니 정확한 사실확인은 타임머신이 발명되지 않는 한 불가능할 것이다. 어차피 공룡에 관한 모든 것은 추정일 뿐이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공룡이 왜 갑자기 멸종했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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