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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환율 하락 가속도에 대기업 '희비'

등록 2014.05.08 15:07:23수정 2016.12.28 12: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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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일환 기자 = 수출기업들은 하반기에는 환율이 달러당 1000원 아래로 내려가는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책 마련에 나서는 등 비상이 걸렸다. 반면 외화 부채가 많거나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하며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 속도가 예상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빨라지면서 기업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원 오른 1023.5원에 출발한 뒤 1022~1023원을 넘나들고 있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030원선이 깨진 이후에도 환율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수출기업들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 초 사업계획에서 연평균 원·달러 환율을 1050원으로 예상했다. 시장 전망치인 1060원 보다 보수적으로 설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 수치마저 이미 무의미해진 상황이다.

 올 1분기 현대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7% 증가한 1조938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경상이익과 순이익은 작년 동기대비 각각 1.9%, 2.9% 감소한 2조6932억원 및 2조281억원에 그쳤다. 환율하락의 영향을 받은 탓이다.

  생산량의 대부분을 수출하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각각 1200억원과 800억원의 손실을 입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비상계획을 시행하며 실적방어에 나서고 있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1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환율 하락과 신흥국의 환율상승 등 환율 리스크로 인한 원가상승 요인들이 발생해 수익성 개선 폭이 둔화됐다"면서 "달러당 원화가치 상승세가 이어질 것에 대비해 컨틴전시플랜(비상 계획)을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은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하락추세가 이어져 올 2분기 1010원, 3분기 990원, 4분기 1030원 선 등 평균 1010원 선을 보일 경우 삼성전자·현대차 등 국내 40개 대형주 기업의 2분기 영업이익은 18조3500억 원으로 당초 전망치보다 6.7%, 3분기에는 19조600억 원으로 7.7%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환율 변동에 취약한 중소기업의 고통은 더 심하다. 기업은행이 최근 중소기업 105곳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의 40.8%는 달러당 평균 1052.8원을 손익분기점으로 꼽았다. 중소기업 10곳 가운데 4곳은 이미 환율로 인해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원화 강세로 남몰래 미소짓는 기업도 있다.

 외화 차입을 했거나 원재료를 수입하는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환율이 하락하면 부채가 줄거나 재료비가 절감되는 효과가 생긴다.

 외화 부채가 35억 달러에 달하는 포스코는 환율 하락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내려갈 때마다 외화부채 상환 규모가 약 350억원씩 줄기 때문이다. 철광석과 석탄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약점도 이런 시기에는 유리하게 작용한다. 환율 하락에 따라 원자재 수입 가격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비용절감과 환차익으로 인한 평가이익이 기대된다"며 "다만 수출비중이 40%에 달해 상쇄되는 부분도 크다"고 설명했다.

 항공업계도 혜택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항공기를 구매 등으로 달러화 거래가 많은데다 환율하락으로 해외여행객이 늘어나기 생겨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약 84억달러의 외화부채를 보유 중이다. 포스코와 같은 방식으로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마다 840억원씩 평가차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사상 최대치를 돌파한 국제선 이용 승객수는 환율 하락에 따라 더 늘어날 전망이다. 통계치에 따르면 1분기 국제선 이용 여객수는 1325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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