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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진으로 만난 이웃'…일상의 힐링 'Humans of Seoul'

등록 2014.07.29 06:00:00수정 2016.12.28 1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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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휴먼스 오브 서울'이 찍은 한 신혼부부의 일상. 이 부부는 사진을 찍으며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처음 만난 지 10년이 넘어 결혼하게 됐어요. 일반 결혼식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랑을 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려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지난 연애의 기록을 담은 사진 전시회를 열었어요. 이 전시회는 저희가 작가로 데뷔하는 아마추어 사진전이면서 동시에 저희 결혼식이기도 합니다." 2014.07.27 (사진 제공=휴먼스 오브 서울) jhkang@newsis.com

【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휴먼스 오브 서울'이 찍은 한 신혼부부의 일상. 이 부부는 사진을 찍으며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처음 만난 지 10년이 넘어 결혼하게 됐어요. 일반 결혼식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랑을 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려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지난 연애의 기록을 담은 사진 전시회를 열었어요. 이 전시회는 저희가 작가로 데뷔하는 아마추어 사진전이면서 동시에 저희 결혼식이기도 합니다." 2014.07.27 (사진 제공=휴먼스 오브 서울)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평범해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게 우리 이웃의 일상입니다."

 삭막한 서울살이에 지친 남녀노소의 소탈한 웃음과 평범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사람들은 퍽퍽한 삶을 잊은 채 주인공이 된 기분을 만끽한다.

 사진에 찍힌 시민들의 평범한 모습과 소소한 이야기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공감하는 사람이 늘어나며 서울 사람들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현재 3만여명이 구독 중인 페이스북 페이지 '휴먼스 오브 서울(Humans of Seoul)' 이야기다.

 서울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이들은 정성균(31) 편집장과 박기훈(31) 디렉터다. 이들은 사진을 좋아해서 만난 12년지기 친구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박 디렉터를 만나 휴먼스 오브 서울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정 편집장이 이 프로젝트의 시초인 '휴먼스 오브 뉴욕(Humans of NewYork)' 사진을 발견하고 박 디렉터에게 연락했다.

 박 디렉터는 "항상 만들어진 것, 꾸민 것만 보여주는 미디어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 프로젝트는 진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요즘 사람들은 극적인 뉴스와 바쁜 삶에 치이면서 정작 자신의 삶에 대해 돌아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사회에서 사람을 만날 때는 이름과 사는 곳, 직업 같은 피상적인 정보를 먼저 나눈다"며 "한층 더 깊이 있는 개인의 삶 자체를 엿보고 싶었다"고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들은 주로 '삶에서 가장 특별했던 순간', '가장 슬펐던 순간', '가장 행복했던 순간' 등을 묻는다. 한 번쯤 자신의 삶을 돌아봐야 대답할 수 있는 질문들이다.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 속 깊은 얘기를 이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인터뷰를 거부하는 일이 다반사였고 종교를 전도하는 사람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처음에는 10명에게 말을 걸었을 때 대답해주는 사람이 1명도 되지 않았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묻자 '그렇게 중요한 질문을 쉽게 하면 안 된다'며 타박을 주는 사람도 있었다. 정 편집장은 지난 겨울 가로수길에 나갔다가 20명에게 모두 거절당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휴먼스 오브 서울(Humans of Seoul)'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정성균(31) 편집장(사진 오른쪽)과 박기훈(31) 디렉터. 2014.07.27 (사진 제공=휴먼스 오브 서울) jhkang@newsis.com

【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휴먼스 오브 서울(Humans of Seoul)'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정성균(31) 편집장(사진 오른쪽)과 박기훈(31) 디렉터. 2014.07.27 (사진 제공=휴먼스 오브 서울) [email protected]

 노력 끝에 이들은 뜻깊은 사진을 출고했다. 멋스러운 트렌치코트를 차려입은 노부부 사진은 77만명이 보고 2만7000여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서로를 닮은 이 부부는 사진을 찍으며 "친구의 친구로 지금의 남편을 만났는데, 저를 잘 이해해줘요. 벌써 43년이 됐네요"라고 말했다.

 바가지 머리에 개량 한복을 입은 꼬마는 사진기 앞에 수줍게 서서 말했다. "사진이요? 아, 부끄러운데…."

 머리를 알록달록하게 염색하고 유명 연예인 콘서트 표를 구하러 온 할머니 사진도 높은 인기를 얻었다. "내가 45년생이라 지팡이까지 짚고 지드래곤 보러 여기까지 왔는데, 표가 매진됐네. 젊은이, 혹시 남은 표 가진 거 없나?"

 한 젊은 여성은 친구에게 선물할 꽃을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친구가 회사를 그만둬서 선물로 샀어요. 친구의 새 출발을 축하하려고요. 도전을 좋아하고 잘 풀어나갈 줄 아는 친구거든요."

 박 디렉터는 "독자들이 콘텐츠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는 것 같다"며 "다른 사람의 인터뷰를 보면서 내가 언제 가장 행복했는지 스스로 묻고, 자신이 닮고 싶은 미래와 자신의 과거, 꿈 등을 생각하며 공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수백여명의 서울 사람들을 만나며 '닫혀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박 디렉터는 "친한 사람들한테는 얼마든지 정을 쏟아붓고 외로움을 표현하는 것 같지만 낯선 사람에게는 지나치게 많이 닫혀있는 것 같다"며 "특히 노년층이나 장애가 있는 분들은 말을 걸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 가장 행복했는지, 특별한 순간은 언제였는지 등을 물었을 때 대다수가 머뭇거린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을 돌아볼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사는 것 같다. 이 프로젝트는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오늘도 사진을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 보는 사람을 모두 치유하는 '삶 속의 삶'을 담아내고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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