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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잡스가 허락한 유일한 사진 기록, 책 '스티브 잡스와 천재들'

등록 2014.09.18 07:00:00수정 2016.12.28 13: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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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책 '스티브 잡스와 천재들' 표지.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1985년 봄,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술 혁명이 진행 중이었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더그 메누에스는 그곳에서 이야깃거리를 찾고 있었다. 대단한 무언가를 원했다. 그때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세운 애플에서 쫓겨나 새로운 컴퓨터 회사 넥스트를 막 시작하던 참이었다. 교육을 변혁할 힘을 지닌 슈퍼컴퓨터를 만드는 게 잡스의 목표였다. 메누에스는 원하던 이야깃거리를 찾았다. 세계 최정상급 기술자들을 매개로 혁신의 정신과 그 실체를 필름에 담는 것.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넥스트에서 잡스와 동료들이 새로운 컴퓨터를 만드는 모습, 즉 제품 구상부터 출시까지 전 과정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메누에스의 제안에 잡스가 전례 없이 접근을 허락한 것이다. 잡스는 메누에스에 대한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메누에스가 아무런 제약 없이 회사 어디든 드나들 수 있도록 허락했다. 이후 3년간 메누에스는 세계적인 기술 천재들과 동고동락하며 그들의 솔직한 일상을 찍었다.

 애초에 3년 정도를 계획한 메누에스의 프로젝트는 더 원대해졌다. 그의 카메라는 넥스트에 이어 실리콘밸리의 다른 선도적 기업으로 향했다. 잡스가 메누에스에게 완전한 접근을 허락한 것이 계기가 돼 각 기업의 책임자들은 메누에스에게 내부의 빗장을 활짝 열어줬다.

 실리콘밸리 거물들의 드러나지 않던 일상이 찍혔다. 어도비의 존 워녹, 애플의 존 스컬리,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클라이너 퍼킨스의 존 도어, 선 마이크로시스템의 빌 조이, 인텔의 고든 무어와 앤디 그로브, 넷스케이프의 마크 앤드리슨을 비롯한 일흔 명이 넘는 위대한 혁신가와 그들 사업의 숨결이 기록됐다. 15년 세월이 사진에 담겼다. 어느덧 닷컴 거품이 꺼지고 메누에스의 렌즈도 닫혔다. 특별한 한 시대가 저물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보안에 철두철미해 외부인에게는 문을 걸어 닫았다. 하지만 더그 메누에스에게만큼은 속살을 훤히 보여줬다. 메누에스는 통렬한 실패와 뜻밖의 성공, 그 모든 순간을 현장에서 함께했다. 역사를 만든 순간, 그리고 역사를 만든 이들의 일상이었다. 일대 변혁의 시대였다. 이는 우리 문화와 삶의 거의 모든 측면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터였고 인류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많은 일자리와 부를 창출할 것이었다. 그곳에 메누에스가 있었다.

 오직 그에게만 접근이 허락됐던 순간을 각별한 사진과 소회로 엮은 '스티브 잡스와 천재들'은 아이디어의 힘을 현실로 바꾸는 데 무엇이 필요한가에 관한 기록이다. 그리고 햇빛 찬란한 실리콘밸리에서 허름한 연구실에 갇혀 불철주야 두문불출하며 죽을 힘을 다해 디지털 시대를 연 주역과 조역을 기리는 헌정이다. 유영훈 옮김, 254쪽, 1만5000원, 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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