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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영화 '동행' 황민아 감독 "노인은 우리가 껴안아야 할 존재"

등록 2014.09.30 14:54:41수정 2016.12.28 13: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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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헬스/뉴시스】 황민아 감독이 영화 '동행'을 찍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윤진 기자 kookpang@newsishealth.com

【서울=뉴시스헬스/뉴시스】 황민아 감독이 영화 '동행'을 찍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윤진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헬스/뉴시스】 지난 9월 27일 제7회 서울 노인영화제 청년 작품 경쟁 부문에서 영화 '동행'이 대상을 받았다. 부부지만 다른 병실에 입원해 서로를 만나지 못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큰 공감을 주며 눈물을 쏟게 했다.

지난 24일 종로 서울극장에서 개막한 서울 노인영화제는 나흘간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57편의 작품이 상영됐다.

18분 50초간 상영되는 단편영화 '동행'은 우리가 노인과 노년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지켜야 할 태도에 대해 짧지만 강렬하게 이야기한다. 23살 여대생인 황민아 감독은 학교의 다큐멘터리 제작 수업 때문에 영화를 찍게 됐다고 했다. 지난 27일 뉴시스헬스는 영화 ‘동행’의 황민아 감독을 만나 그의 작품과 세계관에 대해 들어봤다.

"학교 수업 과제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거였어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같은 요양병원에 입원하셨는데 다른 병실이라 매번 찾아뵙기가 불편해서 배경을 요양병원으로 잡게 됐죠. 지난해 겨울부터 6개월간 영화 제작에 매진했습니다."

솔직하고 발랄한 황민아 감독은 현재 한동대학교 언론정보문화학부 4학년으로 영화와 다큐멘터리, 문화연구 등에 관심이 많다. 그는 항상 '왜?'를 입에 달고 산다.

"저는 여러 문제에 화가 잘 나요. 궁금한 게 많아서 ‘이건 왜 그러지?’하고 물어보는 편이고요. ‘동행’을 통해서도 제가 느꼈던 불편함을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었어요. 할아버지, 할머니를 뵈러 요양병원에 가는 게 왜 어렵고 불편하게 느껴지는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해보고 싶었거든요."

황 감독의 조부모가 입원해 있는 포항 흥해경희요양병원에는 다른 호실로 떨어져 입원한 부부가 꽤 있다.

"일단 입원실 비용이 매우 비싸요. 다른 호실에 있더라도 환자가 건강하면 서로 보러 다닐 수 있지만, 환자가 건강하지 않으면 가족이 환자를 옮겨서 이동시켜야 해요. 환자를 휠체어로 옮겨서 이동시키는 게 불편하고 시간대별로 담당 간호인도 바뀌어서 간호인한테 일일이 사정을 설명하기도 어려워요."

영화에는 황 감독의 가족과 친척들이 대거 출연한다.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영화제작에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부모님이 영화를 찍는 것에 반대하지는 않으셨어요. 다만 촬영 기간 중 아버지와 자주 다투기도 했어요. 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한 방에 모시자'고 생각했고 아버지는 돈이 많이 든다며 '네가 직접 기저귀를 갈아보고 그런 소리를 하라'고 하셨죠. 제가 감성적인 측면으로 다가갔다면 어른들은 현실적인 부분을 보신 거죠."

【서울=뉴시스헬스/뉴시스】영화 '동행'의 스틸컷. 요양병원에 입원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6년만에 만나고 있다. (사진=황민아 제공) 국윤진기자 kookpang@newsishealth.com  

【서울=뉴시스헬스/뉴시스】영화 '동행'의 스틸컷. 요양병원에 입원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6년만에 만나고 있다. (사진=황민아 제공) 국윤진기자 [email protected]  

황 감독은 6년간 서로 만나지 못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직접 휠체어에 옮겨 극적으로 상봉하게 한다. 주름이 가득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손이 마치 영화 'ET'에서처럼 교차한다. 관객들이 가장 숨죽여 기다린 장면이기도 하다.

"극적 만남 후 두 분의 첫마디가 '밥 먹었냐'여서 의외였어요. 그전에도 감정표현을 잘하지 않으셨지만, 그날은 유독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얼굴이 애잔하기도 하고 감정에 벅차 보이더라고요. 할아버지가 조용히 눈물을 훔치시는데 저도 마음이 아팠어요."

황 감독의 끈질긴 노력 때문이었을까. 이후로 황 감독의 부모님도 자주 두 분을 만나게 해드렸고, 치매를 앓고 계신 할머니가 "민아 왔냐"라며 예전보다 이름을 잘 기억해주신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지난 5월에 돌아가셨어요. 지금 요양병원에는 할머니만 남아계십니다. 영화 촬영 이후로 상황이 많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아버지가 '사랑한다'는 카톡도 많이 보내주시고 친구들과 당연하게 인식되는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편하게 얘기하게 됐어요."

역사나 영화를 더 배우고 싶다는 황민아 감독은 요양병원을 찾아가려는 사람들에게 '횟수'보다는 '진정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 늙어요.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노인을 쓸모없는 짐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 노인은 우리 사회가 껴안아야 할 존재이자 우리 미래 모습이에요. 노인 관련 정부 정책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사회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뉴시스헬스 원문보기



국윤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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