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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명성황후 국장, 근접 촬영 사진 첫 공개

등록 2014.12.08 17:34:05수정 2016.12.28 13: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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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 국장 사진

명성황후 국장 사진

【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명성황후(1851~1895) 국장 사진 3장과 시해 후 처음 묻힌 곳으로 추정된 사진 1장이 발견됐다.

 양상현 순천향대 건축과 교수가 미국 럿거스대 도서관에 소장된 그리피스 컬렉션의 한국 관련 사진 자료에서 명성황후 국장 사진을 발견, 8일 공개했다.

 명성황후 국장 당시의 현장 사진 가운데 경운궁 대안문(大安門)을 나서는 명성황후 장례 행렬의 모습이 주목된다. 이 사진의 뒷면에 그리피스는 ‘황후의 운구 장면’이라고 적었다.

 양 교수는 “이와 유사한 내용의 사진이 소개된 적이 있으나 이렇게 가까이에서 촬영된 사진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며 “명성황후 국장도감의궤에 수록된 ‘발인반차도(發靷班次圖)’와 비교하면 사진 속 가마는 명성황후의 재궁을 모신 ‘대여(大轝)’가 아니라 좁은 길을 지날 때 관을 모시는 ‘견여(肩轝)’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성황후 국장 사진

명성황후 국장 사진

 장례 행렬에서 중앙의 가마가 보이는 장면은 명성황후의 위패를 모신 가마이거나 혹은 황후가 생전에 타던 가마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검은 바지와 흰색 상의를 입고 칼을 차고 가마를 호위하는 신식 군인들의 모습도 보인다. 주위의 건물과 배경을 살펴보면 장례 행렬은 이제 막 운종가를 지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양 교수는 전했다.

 조랑말을 타고 행렬을 따르는 ‘곡궁인(哭宮人)’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있다. 사진 속의 곡궁인들은 너울을 쓰고 고개를 숙인 채 행진하고 있다. 발인반차도(發靷班次圖)에는 4열로 16명의 곡궁인이 대열을 이룬 것으로 그려져 있으나 사진에는 길 양측으로 열 명씩 2열을 이루고 있다. 곡궁인 한 명당 4인이 말의 양측 앞, 뒤를 호위해 이끌고 있다. 길 양편으로는 군중이 빽빽이 늘어서 국장 행렬을 지켜보고 있는데 백립(白笠)이나 삿갓을 쓴 남자들과 소복에 장옷을 입은 여성들의 모습은 당시 조선인이 느낀 비통함을 그대로 전해준다.

 명성황후가 시해된 뒤 처음 묻혔던 장소가 담긴 사진도 나왔다. 그리피스는 이 사진 뒷면에 ‘왕비가 묻힌 장소’라고 기록했다. 명성황후의 무덤은 1895년 10월의 시해 후 동구릉(東九陵)의 숭릉(崇陵) 오른쪽 언덕에 조성하기로 됐으나 1896년 3월까지 공사가 진행되다가 중지됐다. 1897년 11월 21일 국장을 치르며 청량리의 홍릉으로 이전됐다.

명성황후 국장 사진

명성황후 국장 사진

 양 교수는 “사진 속 장소는 현장의 상태와 인물들의 모습으로 보아 1896년부터 국장 이전까지, 능역 공사가 중단된 상태의 동구릉 무덤 터인 것으로 짐작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공개된 명성황후 국장 사진은 러시아 기자 세르게이 시로먀트니코프가 촬영해 표트르대제 박물관을 통해 2008년 공개된 사진과 거의 같은 장소에서 뒤이어 촬영된 것으로 국장 행렬이 지나고 난 직후의 상황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양 교수는 2008년 유영미 럿거스대 아시아언어문화학과 교수의 도움으로 그리피스 컬렉션의 한국 관련 사진자료를 열람하면서 이번 사진들을 찾아냈다. 구한말 궁궐과 왕실, 조선인의 삶이 펼쳐지던 공간인 ‘도시·건축’, 조선인의 믿음과 신앙을 보여주는 ‘종교’ 등 590여 장 가운데 350여 장이 새롭게 발견됐다고 전했다.

명성황후 첫 무덤 터

명성황후 첫 무덤 터

 양 교수는 13일 오후 2시 대우재단빌딩 7층 세미나실에서 ‘그리피스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는 한국 근대 사진 자료의 학술적 가치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이 사진들을 공개한다.

 이 사진들은 19세기 말 일본과 한국에서 활동한 미국의 동양학자이자 목사인 윌리엄 그리피스(1843~1928)가 수집했다. 일본 도쿄대 교수로 있으면서 일본과 한국을 연구한 그는 자신이 수집한 많은 양의 동아시아 관련 자료를 럿거스대 도서관에 기증했다. 이 자료들은 ‘그리피스 컬렉션’으로 보관되고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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