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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상실의 회복, ‘코끼리를 쏘다 象 코끼리를 생각하다’

등록 2015.02.09 17:07:22수정 2016.12.28 14: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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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규 '상자에 가둔 발레'(2013/ 2015)

【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삼성미술관 리움이 12일부터 설치미술가 양혜규(44)의 작품을 소개한다. 리움이 2004년 개관 이후 국내 생존작가 개인전을 마련해준 것은 2012년 서도호 전 이후 두 번째다.

 리움이 양혜규를 지목한 이유는 서도호 이후 한국 작가로는 가장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내 전시는 2000년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이후 5년 만이다.

 ‘코끼리를 쏘다 상(象) 코끼리를 생각하다’란 제목으로 열리는 전시는 2001년 이후 발표한 대작부터 새로운 작업의 방향을 보여주는 신작 등 35점으로 꾸몄다.

 ‘코끼리’는 양혜규에게 자연과 인간 본성의 존엄함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코끼리라는 소재는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1903~1950)의 수필 ‘코끼리를 쏘다’와 프랑스 소설가 로맹 가리(1914~1980)의 소설 ‘하늘의 뿌리’에서 가져왔다.

양혜규 '중간 유형'(외발 사자춤, 보로부두르)

 태현선 리움 수석큐레이터는 “두 작품에서 공통으로 코끼리는 자연 생태계를 의미하고 자연으로부터 괴리된 인간 윤리를 호소하는 매개와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도입부 공중에 설치된 블라인드 설치작 ‘솔 르윗 뒤집기-23배로 확장된, 세 개의 탑이 있는 구조물’이 눈에 들어온다. 미국의 미니멀리즘 조각가 솔 르윗의 ‘세 개의 탑이 있는 구조물’(1986)이란 작품을 23배 확장한 작품이다. 태현선 큐레이터는 “양혜규의 블라인드 작업의 전환을 보여주는 동시에 새로운 계열의 블라인드 작업을 예고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지하 1층 그라운드 전시장에는 민속촌에서나 볼 법한 짚으로 만든 작품이 들어찼다. 고대 마야의 피라미드, 인도네시아의 불교 유적 보로부두르, ‘피어나는 튤립’이라 불리는 러시아의 이슬람 사원 라라 툴판을 참조한 건축적 구조물 세 점과 인체를 연상하는 개별 조각 여섯 점이다. ‘중간 유형’이란 제목으로 설치한 이 작품들은 양혜규가 국내외에서 처음으로 소개한 신작이다.

양혜규 작품, 리움 전시장

 태현선 큐레이터는 “토속적이며 오랜 기간 전해 내려온 짚이 갖는 인류학적 보편성과 민족적 개별성에 대한 양혜규의 관심을 담은 작품”이라고 했다.

 짚 작품 한쪽에는 의자와 탁자를 깔아놨다. 서울의 각 분야 인사가 사용하던 의자와 탁자를 대여받은 것으로 ‘VIP 학생회’란 제목을 달았다. 작품인 동시에 관람객 누구나 앉을 수 있는 쉼터이기도 하다. 작품의 개념은 작가에게서 시작됐지만 대여자의 협조로 실현되고 완성됐다.  

 맥주 박스 등을 네 개의 운반용 나무 팔레트 위에 차곡차곡 쌓아놓은 2004년 작 ‘창고 피스’도 있다. 2007년 독일의 한 컬렉터에게 팔린 작품으로 창작적 재구성, 전시 관행, 미술품 보관과 판매 등 예술 작품의 다층적 현실을 함축적으로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양혜규 'VIP 학생회'(2001/ 2015)

 보안 무늬가 인쇄된 편지 봉투를 주재료로 한 콜라주 연작 ‘신용양호자들’과 108개의 블라인드로 이뤄진 ‘성채’(2011) 등도 만날 수 있다.

 방울로 표면 전체가 뒤덮인 인물 조각 ‘소리 나는 인물’ 6점과 3단으로 부착된 8대의 선풍기로 이뤄진 ‘바람이 도는 궤도 - 놋쇠 도금’으로 구성된 ‘상자에 가둔 발레’(2013·2015)도 주목된다.

 양혜규는 “내가 하는 일은 작품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잘하고 싶고 일을 통해 성장하고 싶다”며 “나에 대해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하는 전시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 궁금증 해소를 바탕으로 살갑게 이해하고 진정한 호기심으로 앞으로 나의 활동을 봐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설치작가 양혜규

 이어 “한국에 두 번째 전시를 열면서 이런 이야기를 풀어놔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만용이라면 만용이고 용기라면 용기인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고, 앞으로 추적해보고 싶은 주제였기에 시작해봤다”고 말했다. 전시는 5월 10일까지다. 02-2014-6901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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