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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스님도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으신가요?"

등록 2015.03.06 07:31:00수정 2016.12.28 14:4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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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우문입니다만, 스님도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으신가요?" "그럼요. 사람은 때로 외로울 수 있어야 합니다. 외로움을 모르면 삶이 무디어져요. 하지만 외로움에 갇혀 있으면 침체되지요. 외로움은 옆구리로 스쳐 지나가는 마른 바람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그런 바람을 쏘이면 사람이 맑아집니다."(142쪽)

 법정 스님 5주기(3월11일)를 앞두고 소설가 최인호와 법정 스님의 대담을 엮은 책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가 나왔다. 2003년 4월 길상사 요사채에서 법정 스님과 소설과 최인호가 네 시간에 걸쳐 나눈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최인호가 생전에 법정의 기일에 맞춰 펴내려 했지만, 병이 깊어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세상을 떠나기 전 법정 스님 입적 시기를 전후해 책을 펴내 달라는 유지를 남겼고 입적 5주기를 앞두고 결실을 봤다.

 두 사람은 '샘터'라는 잡지에 각기 다른 소재로 연재물을 쓰면서 처음 만났다. 이후 두 사람이 만난 건 열 번 남짓이었지만, 교감은 깊었다. 최인호의 불교 소설 '길 없는 길'이 법정 스님의 한마디에서 시작된 사연이 보기다.

 "그날 대담에서는 법정 스님이 내가 쓴 '길 없는 길'에 대해서도 덕담을 해 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순간 나는 스님에 대한 그리움이 왈칵 솟아올랐다. 아아, 내 옆에 스님이 계셨더라면 '형님' 하고 소리쳐 부르고 한번 번쩍 안아 주었을 터인데."(28쪽)

 모든 것은 받아들이기에 따라 행복이 될 수도 있고 고통이 될 수도 있다는 법정의 말을 시작으로 두 사람의 대화는 사랑, 가족, 자아, 진리, 삶의 자세, 시대정신, 참지식, 고독, 베풂, 죽음으로 이어진다.

 "스님께선 어느 책에서나 죽음이 무섭지 않다고 하셨는 데 정말 무섭지 않습니까?" "죽음을 삶의 끝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174~176쪽)

 최인호는 2013년 9월25일 선종했다.

 "물론 죽음이 나의 문제로 다가올 때는 두렵고 고통스럽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이 나에게 왔을 때 통곡하고 분노할 것인가, 아니면 두려움에 떨 것인가, 죽음에 대해 좀 더 자주, 깊이 생각하려고 합니다."(180쪽) 192쪽, 1만2000원,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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