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지방

강원랜드 도박중독 재활사업 이탈자 "재활 대신 인격테러"

등록 2015.03.30 09:45:20수정 2016.12.28 14:46:48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정선=뉴시스】홍춘봉 기자 = 강원 정선군 신동읍 예미농공단지에 강원랜드가 도박중독자 '희망드림지원프로그램' 추진을 위해 건립한 '하이원베이커리' 공장이 지난 22일 햇살에 빛나고 있다. 2015.03.23.  casinohong@newsis.com

【정선=뉴시스】홍춘봉 기자 =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한국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강원랜드의 도박중독자 재활사업에 참여했다가 심한 모멸감을 떨치지 못하고 재활프로그램을 벗어난 A씨(47)는 지난 29일 심각한 상황을 토로했다.

 그는 뉴시스와 인터뷰를 통해 "갑자기 밥도 잘 못 먹고 양쪽 눈이 떨려 앞이 안 보일 정도"라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견디지 못하고 쓰러질 것 같아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도박중독으로 가족에게도 버림받고 자살까지 기도한 나는 마지막 탈출구로 생각했던 재활기관에서도 버림받았다"며 "도박전문 상담원의 격려에 희망을 갖고 새 출발했지만 재기가 불가능 할 정도로 이렇게 만든 하이원이 원망스럽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하이원 희망재단에서 받은 수모와 모멸감 때문에 하루가 다르게 몸이 망가지고 있다"며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절박감이 들어 마지막 기회로 외국행을 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9년간 카지노에 빠져 폐인이 된 심각한 도박중독자였다. 그러나 2년 전 강원랜드에 출입정지를 신청하고 단도박 모임에 참여한 뒤 도박중독치유상담센터에서 수개월간 상담을 통해 재기를 준비했다.

 그리고 택시운전을 하면서 차츰 사회생활에 적응하고 있는 단계에 강원랜드 전문 상담원으로부터 재활사업 프로그램의 참여를 권유받고 지난해 3월 17일 하이원 베이커리에 몸담았다.  

 그는 "남들은 택시영업이 어렵다고 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핸들을 잡다보니 누구보다 많은 수입을 올렸다"며 "강원랜드에서 제과제빵을 배우면서 안정적인 재활을 권유 받고 다시 재활에 참여한 것이 내 잘못인지 묻고 싶다"고 분개했다.  

 이곳에서 재활을 기대했던 그는 이달 초 인사위원회 심사에서 평소 숨기고 싶었던 사실들을 책임자로부터 공개적인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그는 정규직 전환 대신 재활사업장을 동료와 함께 뛰쳐나왔다.

 그는 "공개 장소에서 도박중독자는 머리가 좋아 거짓말을 잘 한다는 책임자의 말은 다시 떠 올리기도 싫은 폭탄 발언"이라며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근무태도 불량을 지적하고 업무상 통증으로 인한 병가에 대해 면박을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3인 이상 이동시 대리를 대동해야 하고 물품 구입시 항상 상담실장을 통해 구매토록 하는 등 재활사업 참여자를 믿지 못하고 있다"며 "재활사업장이 아니고 일종의 범죄자 수용소 같은 분위기"라고 주장했다.

 한편 하이원 희망재단의 한 재활사업 참여자 B씨는 "오죽이나 힘들었으면 외국으로 떠나갈 수밖에 없는지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이번 기회에 잘못된 관행과 모순을 모두 개선하고 재활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1년 4월부터 시작된 강원랜드 도박중독 재활사업은 최초 참여한 11명 가운데 6명이 지난해 3월까지 중도에 떠나고 지난해 3월부터 참여한 2명도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떠났다.

 현재 하이원 희망재단에는 4년째 도박재활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5명과 지난해 10월 동참한 2명 등 모두 7명이 남아 있지만 이들도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강원랜드는 하이원 희망재단의 도박중독자 재활사업에 대한 문제점이 뉴시스를 통해 제기되자 감사실을 통해 지난 24일부터 관련자들에 대한 감도 높은 감사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

구독
구독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