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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포털, 언론이 되다…네이버·다음, ‘실시간검색어’ 포기 않는 이유

등록 2015.06.09 09:35:40수정 2016.12.28 15: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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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홍찬선 기자 = 임선영 다음카카오 이사와 유봉석(오른) 네이버 이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네이버-다음카카오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명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5.05.28.  mania@newsis.com

【서울=뉴시스】홍찬선 기자 = 임선영 다음카카오 이사와 유봉석(오른) 네이버 이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네이버-다음카카오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명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5.05.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 #네이버와 다음뉴스를 자주 이용하는 강모씨는 매번 포털에 들어갈 때마다 이상한 생각이 든다. 어쩌다 네티즌들이 많이 본다는 기사를 읽으면 내용도 비슷하지만, 문장까지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기 때문. 몇 시간 뒤에도 유사 내용으로 도배한 기사들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어뷰징 뉴스가 포털에서 넘쳐나고 있다. 어뷰징이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기사를 내용만 조금씩 바꿔 반복적으로 게재해 포털 검색에 많이 노출되도록 하는 행위다. 조회수를 늘리고, 광고주를 끌어오기 위한 방편으로 상당수 매체들이 어뷰징 기사를 활용하고 있다. 대개 사이비 언론사들이 이런 기사를 쓸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실시간 검색어’(혹은 ‘핫토픽 키워드’)를 클릭하면 국내 메이저 언론사들이 쏟아내는 양은 부지기수다.

 소위 ‘실검 기사’로도 불리는 어뷰징 기사는 언론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은지 이미 오래다. 지난 달 28일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뉴스서비스를 손보겠다며 독립적인 기구인 ‘공개형 뉴스제휴 평가위원회’ 설립 추진 계획을 밝혔다. 언론 매체가 주도하는 평가위에서 어뷰징 기사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두 포털 공룡은 언론에만 책임을 전가한 채 자신들은 쏙 빠졌다. 어뷰징 뉴스를 양산하는 원흉으로 지목된 ‘실시간 검색어’를 손보겠다는 말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실시간 검색어’ 집착하는 네이버·다음, 왜?

 그러나 기사 어뷰징은 단순히 제도를 만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 2007년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어뷰징 방지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게다가 어뷰징 횟수가 많은 곳이 보통 규모가 큰 언론사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새로이 구성되는 평가위가 제대로 자정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반응이 많다. 이 때문에 기사 어뷰징의 원인을 제공한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부터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반면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측은 기사 어뷰징 현상에만 주목할 뿐, 원인은 외면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실시간 검색어를 안 좋은 방향으로 이용하는 언론사들이 있다”며 “실시간 검색어는 이용자에게 주는 가치가 있다. 실시간 급상승어 순위 등 실검 폐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다음 관계자 역시 “실시간검색어(순위)를 중단할 계획이 없다. 지난 주 간담회에서는 실시간 검색에 따른 어뷰징을 얘기하는 자리가 아니라서 발표내용에 포함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과연 포털의 주장처럼 실시간 검색어와 어뷰징 문제는 별개일까. 이에 본지는 네이버, 다음과 함께 국내에서 뉴스서비스를 제공하는 검색엔진이나 포털을 찾아봤다. 구글은 실시간 검색어 또는 실검 뉴스를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사 어뷰징이 발생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미국 야후뉴스도 실시간 검색어와 유사한 ‘트렌딩나우’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그러나 실제 야후뉴스의 그것은 네이버·다음의 실검과 운영 방식이 다르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등의 키워드를 시간별로 제공하지 않는 데다, 각국 웹사이트 링크를 걸어놨기 때문에 국내에서와 같은 기사 어뷰징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다.

 IT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실시간 검색어는 이용자가 네이버나 다음에 계속 머물게 하는 좋은 도구다. 네이버는 우리나라 네티즌들의 행태를 명확히 알고 있다. 실시간 검색어를 포기하는 순간, 네이버와 구글이 똑같아진다. 그러면 국내 포털이 구글을 절대 이길 수 없다. 우리나라에만 특화된 서비스다. 이런 서비스는 해외에서는 먹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후가 유사서비스(트렌딩 나우)를 한다고 하더라도 각각 그 나라에 맞게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글로벌 스탠다드로 가고 있다”며 “야후는 국내 네티즌의 니즈에 잘 적응을 못해 2012년에 철수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언론’지위 얻은 네이버·다음…해외선 유례찾기 어려워

 국내에서 네이버와 다음은 사실상 미디어의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단순한 포털을 넘어서는 것이다.

 지난 해 7월 시사저널이 공무원(5급이상)·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 등 국내 10개 분야 전문가 1000명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 중 네이버가 KBS와 조선일보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2013년에는 4위를 기록했다. 다음의 경우 2014년에는 10위, 2013년에는 7위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뢰하는 언론 매체를 묻는 질문에서 네이버는 중앙일보를 누르고 9위에 올랐다. 사실상 포털이 언론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분위기는 외국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9일 본지가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덴마크, 핀란드 등의 서구 선진국을 비롯해 IT가 발달한 일본, 대만, 홍콩 등을 조사해본 결과, 포털이 국내처럼 언론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는 곳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300년이 훨씬 넘는 언론 역사를 가진 영국에서는 대다수 시민이 구글이나 야후와 같은 포털보다 BBC웹사이트를 이용해 온라인 뉴스를 접한다. 독일인은 자국에서 유력언론 슈피겔이 만든 ‘슈피겔 온라인’과 대중지 ‘빌트’가 만든 포털을 가장 많이 찾는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2014년 발표한 디지털뉴스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이나 야후와 같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경우가 많은 나라는 미국(1주간 구글뉴스 이용률 28%), 프랑스(구글뉴스 17%), 일본(야후뉴스 59%) 등이다.

 그러나 구글·야후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경우에도 해당 국가 시민들은 페이스북과 유튜브, 트위터, 링키드인, 레디트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비롯해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 각 국가 유력 언론사가 운영하는 웹사이트를 통해서 뉴스를 접하는 비율도 함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에 거주하는 도노번 우드씨는 “구글이나 야후는 뉴스를 접하기 위한 플랫폼일 뿐, 미디어라고 볼 수 없다”며 “또 구글·야후 뿐 아니라 공화당을 지지하는 미국인은 폭스뉴스 웹사이트를 이용하고, 민주당 지지자들은 허핑턴포스트 포털을 이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는 세실 비올트씨는 “여전히 종이신문을 선호하는 프랑스인이 많다. 가판대에서 자신의 정치 성향에 따라 신문을 사서 본다”며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경우 선호 언론사 앱을 다운받아 읽는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국내 포털은 어떻게 해서 미디어가 되었을까. 전문가들에 의하면 두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하나는 국내 언론의 신뢰도가 선진국 언론의 그것보다 낮다는 것이다. 굳이 특정 언론사 웹사이트를 찾아 들어가야 할 이유가 없으므로 각종 매체를 다 모아놓은 네이버나 다음이 반사 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영국에서 국영 BBC 방송은 매년 국민 절반 이상이 가장 신뢰하는 매체로 인정받고 있다. 반면 KBS는 지난해 시사저널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각계 전문가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신뢰도 조사에서 2위를 차지했으나 선택받은 비율은 25.8%에 불과했다. 전년 1위(38.7%)에서 한 계단 내려앉았다. 또 KBS를 밀어내고 전년 2위(27.6%)에서 1위에 오른 한겨레신문도 27.5%에 그쳤다. 

 다른 하나는 네이버와 다음이 90%가 넘는 인터넷 검색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시간 검색어’를 통해 포털 뉴스에 이용자를 잡아두는 효과를 누린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포털에서 야구 경기를 실시간 보도하면서 댓글을 쓰도록 유도하면 이용자를 붙잡아두는 효과가 있다. 실시간으로 바뀌는 키워드를 노출하는 것은 구글이 시장을 침범 못하게 하는 네이버의 ‘철옹성 서비스다’”며 “포털이 신문은 아니지만, 네티즌 의견이 많이 반영되다 보니 신뢰받는 것 같다. 네이버는 포털과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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