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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륜차 특별단속…경찰 "안타깝지만 법대로" vs 운전자 "알지만 눈치껏"

등록 2015.07.03 19:40:50수정 2016.12.28 15: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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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장남수 인턴기자 =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 일대에서 경찰이 교통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보행자에게 위험을 초래하는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행위에 대해 7월부터 8월까지 2개월간 집중단속을 실시한다. 2015.07.02.  nsjang@newsis.com

【서울=뉴시스】 장남수 인턴기자 =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 일대에서 경찰이 교통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보행자에게 위험을 초래하는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행위에 대해 7월부터 8월까지 2개월간 집중단속을 실시한다. 2015.07.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배현진 기자 = 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동묘역 인근. 멀리서 오토바이가 인도를 가로 질러왔다. 맞은 편에 있던 혜화경찰서 소속 서형식 순경이 재빠르게 오토바이를 향해 뛰어갔다. 헬멧도 쓰지 않았던 운전자는 경찰을 보고 재빨리 오른쪽으로 몸을 틀었다. 오토바이는 서 순경 손을 스치고 저멀리 달아났다.

 "다반사죠. 10명 중에 8명은 그냥 지나칠걸요?"

 서 순경이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오토바이 인도주행, 운전자의 헬멧 미착용 등을 단속하다보면 이런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도로에서 교통정리를 하면서 이륜차 단속을 병행하다보니 뛰어가서 오토바이를 잡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나마 잡히면 양반이다. 경찰이 오토바이 뒤를 잡았다는 걸 알면서도 줄행랑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서 순경은 인도주행을 하던 이륜차에 50m나 끌려가기도 했다. 전치 2주 타박상을 입고 끝나긴했지만 퀵서비스를 하던 피의자는 단속을 피할 뻔 했다가 공무집행방해죄로 구속당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29일 이달부터 8월까지 오토바이와 자전거의 교통법규 위반행위에 대해 특별 단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도주행, 떼빙(떼지어서 하는 이동),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등 사고위험이 높은 행위가 단속대상이다.

 동묘역에서 1㎞ 떨어진 동대문종합시장도 이륜차 단속이 한창이었다.

 이곳은 2000여대의 오토바이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왔다갔다하는 곳이다. 배달시간을 맞추느라 인도주행은 빈번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퀵서비스 하는 사람치고 딱지 한번 안 떼본 사람은 없을 거라는게 배달하던 이의 말이다.

 이곳에서 단속을 하던 혜화서 김영우 경사는 "'물건 받으러 상가로 올라가려고 하던 중에 잠깐 인도에 오토바이를 세우려고 했을 뿐이다. 억울하다'는 항변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이 다음으로 빈번하게 듣는 이야기는 "오토바이가 인도주행을 하면 안된다는 걸 몰랐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장남수 인턴기자 =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숭인동 일대에서 경찰이 헬맷을 착용하지 않은 오토바이 운전자를 단속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보행자에게 위험을 초래하는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행위에 대해 7월부터 8월까지 2개월간 집중단속을 실시한다. 2015.07.02.  nsjang@newsis.com

【서울=뉴시스】장남수 인턴기자 =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숭인동 일대에서 경찰이 헬맷을 착용하지 않은 오토바이 운전자를 단속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보행자에게 위험을 초래하는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행위에 대해 7월부터 8월까지 2개월간 집중단속을 실시한다. 2015.07.02.    [email protected]

 인도주행으로 한 번 단속되면 벌금 4만원에 벌점 10점이다. 40점이 되면 면허가 정지된다.

 벌금 역시 평균적으로 일당 8만원을 버는 퀵서비스 배달원들에게는 치명적이다. 그러다 보니 벌금을 더 많이 낼테니 벌점만 주지 말라는 절박한 요청도 들어온다고 경찰은 전했다.

 서 순경은 "애원하는 분들의 사정도 이해는 되지만 법대로 집행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러다 험한 소리를 들을 때는 기운이 빠진다"고 밝혔다. 생계가 걸린 문제니 더 절박하고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퀵서비스 기사 김모(59)씨는 이륜차의 인도 주행 단속에 대해 "가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원단뭉치를 10여개씩 쌓고서는 빨리 달리지도 못한다"며 "30년 째 일하고 있지만 인도로 갔다가 크게 사고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원단을 주고받는 거래처끼리 배송 지연에 대해 책임을 피하려고 배송기사들에게 먼저 전달했다고 거짓말하는 경우가 종종있다"며 "그럴때면 여지없이 배송기사들한테 책임을 묻는다. 그러다보니 신호를 받고 한바퀴 빙 돌지 않고 인도로 그냥 직진해서 가는 경우도 있다"고 고백했다.

 물건을 받기 위해 동대문상가로 들어가던 신모(70)씨도 "법이라니까 지켜야지"라면서도 "바쁘다 보니 경찰이 없을 때는 그냥 눈치껏 인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서울=뉴시스】장남수 인턴기자 =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숭인동 일대에서 경찰이 교통상황을 살펴보는 가운데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보행자에게 위험을 초래하는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행위에 대해 7월부터 8월까지 2개월간 집중단속을 실시한다. 2015.07.03.  nsjang@newsis.com

【서울=뉴시스】장남수 인턴기자 =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숭인동 일대에서 경찰이 교통상황을 살펴보는 가운데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보행자에게 위험을 초래하는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행위에 대해 7월부터 8월까지 2개월간 집중단속을 실시한다. 2015.07.03.    [email protected]

 이날 만났던 퀵기사들은 하나같이 "바쁘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하루 뛰는 만큼 버는데 상가가 워낙 크다 보니 빨리 이동하려면 인도를 잠시 이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차공간 역시 부족해 잠깐 오토바이를 대기위해서는 인도를 빌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동대문종합시장을 빙 둘러싸고 마련된 이륜차 주차장에는 빼곡히 오토바이들이 들어차 있었다.

 퀵서비스 기사들에게 결코 편리한 상황은 아니지만 이곳에는 이들만을 위한 이륜차 배려 구간도 마련돼 있다. 재봉공장이 많은 건너편에서 원단시장으로 횡단할 수 있게끔 직진 구간을 마련해 놓은 것이다.

 이륜차가 아니면 이용할 수 없다. 실제로 횡단보도가 녹색불로 바뀌면 대기하고 있던 이륜차 20여대 역시 나란히 도로를 건넌다.

 혜화경찰서는 인도주행으로 인한 이륜차 사고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6개월여 전부터 이륜차 단속을 벌이고 있다. 거리 곳곳에 이를 알리는 현수막도 설치하고 택배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2차에 걸친 간담회도 열었다.

 꾸준히 홍보활동을 한 덕분인지 단속건수도 많이 줄었다는게 일선 경찰들의 말이다. 많을 때는 경찰관 한 명당 20건도 적발했는데 지금은 5건 정도로 줄었다.  

 김 경사는 "그래도 단속은 늘 어렵다"며 "오토바이 뒤쫓아가다 운전자도 같이 넘어져서 다치면 어떻게 하나 늘 그게 걱정이다. 운전하는 분들이 법규를 잘 지켜주길 바랄 뿐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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