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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인터뷰]1인多역 아이콘 김지현 "한계까지 밀어붙일 때 개성 나와"

등록 2015.07.06 07:00:00수정 2016.12.28 15: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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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영환 인턴기자 =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서 열린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연습 공개현장에서 배우 김지현(왼쪽)과 윤나무가 에피소드 '로키'를 시연하고 있다. 2015.06.29.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인턴기자 =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서 열린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연습 공개현장에서 배우 김지현(왼쪽)과 윤나무가 에피소드 '로키'를 시연하고 있다. 2015.06.29.  [email protected]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3개 작품 3가지 캐릭터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연극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 연극 '프라이드', 뮤지컬 '러브레터', 연극 '스피킹 인 텅스'….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한 배우가 다(多)역을 맡았던 연극·뮤지컬이라는 점이다. 또 공통점이 있다. 배우 김지현이 호연한 공연이라는 점.

 김지현이 대학로에서 '1인多역'의 아이콘으로 통하고 있다. 청순한 외모와 달리 소박하고 털털한 성격이 인상적인 그녀는 백지 같은 매력으로 천의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에서 홀로 1인2역이 아닌 '나스타샤'를 연기했던 김지현이지만 이후 '프라이드'에서 1958년 동성애자 남편과 결혼한 어두운 '실비아'·2014년 건강한 생각의 '실비아', '러브레터'의 죽은 연인을 그리워하는 '히로코'·첫 사랑을 뒤늦게 깨닫는 밝은 성격의 '이츠키', '스피킹 인 텅스'의 허무함에 시달리는 유부녀 '제인'·상담 치료를 받는 불안한 정서의 '사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그런 그녀가 또 한번의 과감한 변신을 꾀한다. 미국 시카고 렉싱턴 호텔의 비좁은 방 661호에서 1923·1934·1943년의 시간차를 두고 벌어진 세 가지 사건을 옴니버스로 그린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에서 세 캐릭터를 연기한다.

 한 작품에서 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다. 세 가지 에피소드는 독립적인 형태로 공연된다. 코미디 '로키', 서스펜스 '루시퍼', 하드보일드 '빈디치'다. 한편 편 당 러닝타임이 70분씩으로 같은 공간에서 날마다 다른 공연이 펼쳐진다.

 김지현은 인기 절정의 쇼걸 롤라 킨의 결혼식 전날, 그녀를 둘러싸고 예기치 않게 벌어지는 끝없는 살인을 다룬 코미디 '로키'에서 돈을 위해 선택한 결혼을 앞두고 아슬아슬한 이중 생활을 하는 렉싱턴 호텔 바의 쇼걸 '롤라 킨', 조직의 2인자인 '닉 니티'가 사랑하는 아내와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하면서 예기치 못한 파국을 맞이하는 서스펜스 '루시퍼'에서 닉 니티의 아내 '말린', 사랑하는 아내의 목숨을 앗아간 상사 '두스'에게 화려한 복수를 계획하는 경찰 빈디치의 이야기를 그린 하드보일드 '빈디치'에서 두스의 딸임에도 빈디치를 돕는 미스터리한 여자 '루시'를 맡는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김지현은 세 작품 모두 너무나 마음에 든다면서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든 즐겁고 재미있다며 눈을 반짝거렸다.

 -1인다(多)역의 아이콘이 됐다.

 "의도한 건 아닌데 그런 작품에 많이 출연하게 됐네요. 배우로서 흥미를 느끼다보니 출연을 하게 됐는데 연습을 하다 보면 왜 했나 싶고…(웃음).

 -1인다역을 잘 연기하는 비결이 있나?

 "그냥 최선을 다해서!?(웃음) 저라는 사람이 외형적으로 맞추는 능력은 떨어져요. 최대한 그 상황 안에 충실하려고 하죠. 저와 비슷한 부분이 있으면 한계까지 밀어붙이고, 그럴 때 저라는 사람의 개성이 나올 때도 있죠."

김지현,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배우(사진=홍보사 스토리피)

김지현,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배우(사진=홍보사 스토리피)

 -팬들이 되게 좋아하더라.

 "제가 여성스런 이미지가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깨질 때가 있거든요. '프라이드'의 두 실비아가 너무 달랐고 '러브레터'도 두 캐릭터가 차이가 있었죠."

 -한 작품 안에서 캐릭터 성격을 빨리 빨리 바꾸는 비결이 있나?

 "'프라이드'의 실비아 같은 경우는 울다가 바로 욕하고, '러브레터' 역시 울다가 콜록콜록거리면서 털털해야 하니까 힘든데, 옷을 갈아 입을 때 그 직전까지 연기하는 캐릭터도 벗어던져 버려요(웃음)."

 -이번 '카포네 트릴로지'도 연기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세 작품을 동시에 하는 거다. 게다가 매번 관객 바로 코 앞에서 연기해야 한다. 관객과 거리가 가까워지면 불과 50㎝밖에 안된다.('카포네 트릴로지'는 실제 렉싱턴 호텔 방의 답답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공연장 분위기로 진행된다. 객석 숫자는 불과 100석으로 50석 씩 서로 마주보게 배치돼 있다. 양쪽 객석과 객석 사이의 거리는 3m20㎝ 정도다. 관객들도 호텔 방문을 열 듯이 공연장 안에 들어오게 되는데 호텔 방문과 창문의 거리는 7m다.)  

 "물론 저희를 보러 오시는 분들이라 우리 편이라고 믿고 싶지만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맞잖아요. 재미있게 해야 하는데 무섭기도 하죠. 연습하다가 금밖으로 자주 나가요. 그러면 실제 공연에서 관객분의 발을 밟는 거죠. 그 사방에 쳐진 금 때문에 작두를 타는 듯한 기분도 들어요. 관객분들이 양 쪽에 계시니 시선 처리도 신경 써야 하고, 어쩔 수 없이 한 쪽 관객에게 등을 보일 경우에는 '뒷모습'도 연기를 해야 하죠."

 -모든 캐릭터가 기대를 모으지만 '로키'의 '롤라 킨'이 가장 관심이 간다. 이런 본격적인 코미디 연기는 처음 아닌가? 최근 연습 공개 현장에서도 발군의 감각을 뽐내던데.

 "녹화한 영상을 봤는데 부끄러웠어요. 같은 역들을 연기하는 정연이는 정말 코미디 감각이 뛰어나거든요.(김지현과 정연은 같은 극단 공연배달서비스에 소속됐다.) 근데 롤라 킨이 코미디 연기를 한다기 보다 정말 '쌈마이' 연기를 하는 남자 캐릭터들을 받아주는 역이에요. 산전수전 다 겪은 캐릭터라 코미디 뒤 숨겨진 공허함과 쓸쓸함까지 보여줘야 하죠. 나중에는 당당히 호텔방을 나서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세 작품 중 제일 어려워요."

 -'루시퍼'의 말린을 연습하기는 어떤가?  

 "조직의 2인자인 남편 닉을 너무나 사랑하는 캐릭터에요. 근데 그 사람이 괴물같이 변해가는 걸 보고 혼돈스러워 하죠. 평범한 삶을 원하는 인물인데 되돌릴 수 없는 관계로 인해 마음 아파해요."

 -자신의 아버지에게 복수하려는 남자를 돕는 '빈디치'의 루시는 신비러운 캐릭터다. 미스터리한 사고로 한 쪽 눈까지 잃는 인물인데.

 "결함이 많은 여자인데 알 수 없는 에너지가 느껴지죠. 영화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처럼 하드보일드하지만 재미있는 요소가 많은 작품이라 루시도 독특한 매력을 낼 것 같아요."  

【서울=뉴시스】이영환 인턴기자 =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서 열린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연습 공개현장에서 에피소드 '로키'를 선보인 배우 이석준(왼쪽부터), 김지현, 윤나무가 기념촬영 하고 있다. 2015.06.29.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인턴기자 =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서 열린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연습 공개현장에서 에피소드 '로키'를 선보인 배우 이석준(왼쪽부터), 김지현, 윤나무가 기념촬영 하고 있다. 2015.06.29.  [email protected]

 -'카포네 트릴로지'는 여러모로 실험적인 작품이다.

 "저한테 도전인데 관객분들도 그러실 거예요. 캐릭터가 너무 다른데 한 공간에서 연기하는 것 자체도 새롭고 정말 가까운 공간에서 관람하니 배우, 관객 모두 서로의 에너지를 느끼는 재기발랄한 작품이 나올 것 같아요. 어느 공연에서도 느끼지 못하는 실감이 있죠.(공연홍보사 스토리피 관계자는 관객을 한 호텔방에 있는 '목격자'로 지칭했다.)

 -노래도 잘해서 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는데 전혀 이질감이 없다.

 "연극은 노래를 안 해서 좋고, 뮤지컬은 노래를 해서 좋아요(웃음). 노래나 음악적인 부분이 스트레스라서 연극을 하면 그것에 대한 부담이 없거든요. 연극이 뮤지컬보다 좀 더 밀도가 높은 작품들이 있어 연기적인 면에 대한 욕심이 해소되는 지점도 있죠. 그런데 스트레스를 받아도 노래를 막상 부르면 또 너무 좋아요. 노래 안에서 표현되는 부분들이 너무 아름답죠. 그래서 힐링이 되고 새로운 에너지를 채우고요. 의도적으로 양 장르를 번갈아 가며 하는 것은 아닌데 표현하지 못한 걸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두 장르를 오가는 것 같아요."

 -2004년 연극 '미생자'로 프로무대에 데뷔한 이후 어느새 11주년이 됐다.

 "30대 중반 이후에는 제게 어떤 작품이 주어질까 기대가 돼요. 아직 마음은 어리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릴 때는 하지 못했던 캐릭터를 이제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죠. 작년 그리고 올해가 생각이 많아진 시기였어요. 그럼에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항상 감사하죠."

 -나이가 좀 더 들면 김성녀 선생님, 박정자 선생님처럼 1인다역을 넘어 모노극을 해도 되겠다.

 "그런가요(웃음). (김성녀가 1인32역을 하는) '벽속의 요정'은 정말 감명깊게 봤어요. 사실 여자배우로서 오래 연기를 한다는 건 힘든 일이죠. 결혼하고 엄마가 되면 정말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지금 선배 언니들이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고 무대에 서는 것이 정말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알죠. 저도 그렇게 꾸준히 무대에 설 수 있었으면 해요."

 '카포네 트릴로지'를 각색한 작가 지이선 씨는 원작에 없는 '빨간 풍선'을 한국 라이선스에는 넣었다. 이 풍선은 세 가지 에피소드에 모두 공통적으로 등장해 시리즈에 일관성을 부여한다. '로시'의 풍선은 희망과 자유, '루시퍼'의 풍선은 일상의 소중함, '빈디치'의 풍선은 아픔과 고통 등을 상징한다. 김지현은 그 어떤 풍선을 들어도 어색하지 않은 배우였다.  

 14일부터 9월29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김태형 연출, 장춘섭 미술감독, 김경육 음악감독. 만19세 이상 관람가. 3만원. 아이엠컬처·스토리피. 02-541-2929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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