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사회

미궁속 국정원 해킹 의혹…풀어야 할 숙제 3가지는?

등록 2015.07.23 08:49:42수정 2016.12.28 15:21:2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용인=뉴시스】 이정하 기자 = 19일 경기 용인시 용인동부경찰서에서 전날(18일) 용인 처인구의 한 야산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국정원 직원 임모(45)씨의 유서 3장 가운데 국정원과 관련해 남긴 1장의 유서가 공개됐다. 2015.07.19  jungha98@newsis.com

국정원 민간인 사찰 여부 → 국정원 직원 자살쪽으로 의혹 전이  죽음동기·삭제자료에 이어 차량 바꿔치기 의혹까지 증폭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 팀(Hacking Team)'으로부터 해킹프로그램인 RCS(Remote Control System)를 구매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뒤로 날마다 새로운 이슈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7월 초 해킹 팀의 구매자 리스트에 대한민국(SKA·South Korea Army)이 포함돼 있다는 외신 보도로 시작된 이른바 '국정원 해킹 의혹'은 RCS를 직접 운용한 국정원 직원이 자살한 뒤 더욱 증폭됐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지난 14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해킹 프로그램 구입 사실을 시인했고, 18일 국정원 직원 임모(45) 과장은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로부터 하루 뒤인 19일 국정원은 유례를 찾기 힘든 직원 일동 명의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국정원 해킹 의혹의 최초 보도가 나온 이후 국내 언론사들은 유츌된 400GB 분량의 해킹 자료를 토대로 한동안 새로운 팩트 발굴에 주력했다. 정치권도 앞다퉈 새로 드러난 사실 공개에 가세했다.

 국정원이 특정 스마트폰의 신제품 출시 때마다 이를 뚫어달라고 의뢰했다는 것, 카카오톡 메신저 검열 기능을 요청했다는 점들이 사실로 속속 드러났다.

 추가로 밝혀지는 사실들이 늘어날 수록 의혹도 점점 커졌다.

 그러나 진실규명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정원이 정보를 틀어쥔 상태에서 외부를 통한 결정적인 증거가 밝혀지지 않으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졌다.

 국정원은 국가기밀이라는 명분으로 제기된 의혹들을 덮어나갔다. 대북감시와 연구를 목적으로 RCS를 구매했다는 논리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의혹을 밝히는 해법을 놓고 국정원 현장조사와 선 의혹 검증 방침을 정한 채 줄다리기를 하면서 기운을 빼고 있다.

 이러는 사이 초기 국정원이 RCS를 내국인 사찰용으로 활용했는지에 대해 쏟아졌던 의혹은 대부분이 임씨의 죽음에 관한 미스테리 부분에 초점이 맞춰지게 됐다.

 ◇차량 바꿔치기? vs 단순 빛 반사?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을 당시 발견된 국정원 직원의 마티즈 차량이 실제로 타고다녔던 차량과 다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국정원 해킹 의혹에 다시금 불이 붙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망 전 운전했던 차량의 번호판과 사망 후 발견된 번호판의 색이 다르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전 최고위원은 이날 "해당 요원이 차를 운행한 사진이라면서 경찰이 언론에 배포한 CCTV사진의 번호판은 흰색"이라며 "번개탄을 피우고 자살한 마티즈 승용차의 번호판은 초록색"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같은날 "카메라 각도와 빛 반사 각도에 따른 착시현상"이라며 전 의원의 주장을 일축했다. 전 최고위원이 근거로 제시한 CCTV캡쳐 사진은 화질이 떨어지고, 번호판이 길게 보이는 등 왜곡돼 보일 수 있지만 사망한 임씨의 소유차량이 맞다는 것이다.

 전 최고위원은 경찰의 해명에 대해 즉각 재반박 자료를 제시했다. 마티즈 차량의 보호가드와 안테나의 유무를 따져봤을 때 CCTV 속 차량과 사망시 발견된 임씨의 차량은 엄연히 다른 차량이라고 주장했다.

 어떤 것도 정확한 사실이라는 것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의혹제기-반박-재반박의 과정을 거치면서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

 ◇안철수 의원 국정원에 자료 요청…실마리 풀 수 있나

 새정치민주엽합 안철수 의원은 지난 15일 당의 요구에 따라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직을 수락하고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 해결에 팔을 걷어붙였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최고위원은 22일 국정원 요원의 차량 번호판 색깔이 달라 보이는 것은 '빛의 반사 각도에 따른 착시 현상'이라는 경찰의 설명에 대해 "코미디에 가까운 해명"이라고 주장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자살 현장 마티즈와 CCTV 속 마티즈는 번호판 색만 다른 것이 아니라, 앞 범퍼 보호 가드 유무에 있어서도 자살 현장 차량에는 가드가 있으며, CCTV 속 차량에는 없다. 또 현장 차량에는 안테나가 발견되는 반면, CCTV 차량에는 안테나가 달려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두 개 차량은 다른 차량으로 보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전 최고위원이 보내온 보도자료 속 두 차량 비교 모습. 2015.07.22. (사진=전병헌 의원실 제공)  photo@newsis.com

 안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과 의혹 해소와 관련한 구체적인 방법론에 의견을 달리해 왔다.

 새누리당은 현장 조사를 통해 국정원을 둘러싼 의혹을 빨리 털어버리자는 입장이었고, 새정치연합은 '선 의혹 검증, 후 현장조사' 방침으로 맞섰다.

 안 위원장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정원측에 7개 분야 30개 자료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그는 RCS 운용과 관련한 모든 로그파일 제출을 전제로 RCS 내부운용 조직, 감청내역 및 조치사항 등을 요구했다.

 그는 "(RCS관련) 로그파일을 분석하면 (감청을 시도한)모델명·단말기·통신사·접속일시 등을 알 수 있다. 이 정보를 통신사에 문의하면 타깃 단말기의 소유자를 확인할 수 있다"며 "따라서 로그 파일 원본 공개가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안 의원이 제출을 요구한 자료만으로는 의혹의 실체를 푸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22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은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 명확히 해달라 하는 것 같고, 안 의원은 일단 현장 조사 들어가기 전에 모든 자료를 통째로 달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로그파일만 있으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시스템 세팅에 따라 로그파일이 자세하게 남겨져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정원의 시스템 구성도를 입수해 그 중에서 RCS에 해당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고, 그 뒤 정확히 어떤 시스템의 로그파일이 필요한지, 기간은 언제까지여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요구를 해야한다. 로그를 통째로 달라고 하면 국정원에서 줄리가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숨진 임씨 '무엇을 어떻게 지웠나?'…복구불능 가능성도

 임씨는 지난 18일 자살 전 유서에서 " 외부에 대한 파장보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혹이나 대태러·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자료를 삭제했다"고 적었다.

 이를 두고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민간인 사찰용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면 굳이 왜 삭제했고, 또 죽음으로 무마하려 할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의혹이 제기 되고 있다.

 국정원 출신이자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국정원 실무자들의 말을 인용, 라디오 방송에서 "해당 직원이 삭제한 파일은 100% 복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숨진 국정원 직원이 해당 자료를 완전 파기하려고 삭제한 것이 아니라, 정보위 현장 방문 때 노출되지 않기 위해 삭제했다는 것이 이 의원의 주장이다.

 하지만 임씨가 어떤 자료를 어떤 방식으로 삭제했는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공개되면 국정원에 치명적인 자료였을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20여년간 국정원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그가 금방 복원할 수 있는 자료를 삭제했을리 없다는 의혹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씨가 저장장치에 자기장을 쏘여 데이터를 완전히 삭제하는 방식의 디가우저(Degausser)를 활용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국정원 직원이 보안전문가라고 해서 모든 로그기록을 완벽히 지울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라며 "단, 디가우저를 이용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삭제한 파일은 당연히 복구가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현장조사가 필수"라며 국정원 현장조사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재 아무것도 들여다보지 않은 상태에서 복구 가능성을 미리 점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국정원에 데이터 전문가를 보내서 어떤 자료가 진상 규명을 위해 필요한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현장조사는 진상규명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

구독
구독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