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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새책]세월호 희생자 학생 父 눈물의 글…'내가 사랑한 그분 인연'

등록 2015.08.06 16:45:25수정 2016.12.28 15: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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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그분 인연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학부모들과 함께 도착하여 처음 본 진도 팽목항은 의외로 조용했다. (중략) 그곳에서 나는 지옥을 경험했다. 한 국가의 영토 안에서 벌어진 해상 재난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그곳에는 이미 국가가 도망치고 없었기 때문이다. 급박한 상황에서 어떤 조치, 대책 하나 제대로 수행하는 실무자나 책임자가 없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조차 못했다."(14쪽)

 "차라리 내가 가고 승현이가 남았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것이 부질없는 생각이며 욕심인 것을 알지만, 이런 회한이 아직까지도 머릿속을 후벼파온다. 너무나도 빨리 하늘에서 데리고 갔다. 사랑하는 내 새끼! 아빠로서 아직도 해줄 것이 산처럼 쌓여 있는데."(54쪽)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씨가 '내가 사랑한 그분 인연'을 냈다.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이후 만난 수많은 사람들, 그들과의 인연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책은 지난해 4월16일 세월호가 침몰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은 저자가 영문도 모른 채 단원고등학교로 달려간 이야기로 시작된다. 학교에서 상황을 파악할 길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학부모들과 진도로 갔지만 팽목항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죽어가는 새끼들을 구하지 못해 발버둥치는 유가족들의 처절한 절규만 있었을 뿐 국가도, 관리도, 방송과 언론도 없었다고 털어놓는다.

 눈감은 방송과 외면하는 신문들의 작태를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린다며, 만일 방송과 신문이 정확하게 사실을 보도하고 올바른 대책과 개선방향에 대해 진단하는 방송을 내보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세월호 배 안에 갇혀 있던 304명 중 단 한 명도 살리지 못한 이 황당한 일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정부의 무능이 단단히 한몫했고, 거기에 부화뇌동한 언론들이 만들어낸 아주 잘 짜여진 각본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수학여행을 간다고 집을 나선지 보름 만에 아들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며 자식을 잃을 슬픔을 토로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희생자 아버지들과 천주교 사제, 시민 등 100여명이 함께 '세월호 도보순례'를 했다. 그 과정에서 지난해 8월17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세례를 받았다.

 "처음으로 교황님으로부터 단독 세례를 받는 엄청난 선물을 받고 나는 대한문에서 그리운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비로소 나는 첫 영성체를 모실 수 있었다. 실로 감개무량했고 엄청난 감동으로 온 몸에 소름이 돋는 듯 했다. 사랑하는 새끼를 빼앗기고 한여름에 십자가를 지고 900킬로미터를 걸은 이후에 가장 순결한 상태에서 하는 영성체가 아닌가. 너무나도 먼 길을 돌아온 것 같아 눈물이 앞을 가렸다. 신부님들이 사제 서품을 받을 때 서품 서훈은 평생 잊지 못한다고 하는데 첫 영성체를 모시면서 주님께 바친 기도를 나는 잊지 못할 것이다."(266쪽)

 그는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해줬던 신부·수녀 등 천주교 관계자, 공지영 작가, 시민 등 모두가 아들이 주고 간 선물이라고 말한다. 특히 인터뷰로 유족의 가슴 찢어지는 심정을 국민들에게 알린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리고 차의 앞문이 열리면서 신께서 빚어놓은 가장 완벽한 조각품 하나가 움직였는데, 그분! 사무치도록 그리워하면서 걸었던 그분! 교수님이 내리시는 것이 아닌가! JTBC 손석희 교수님 바로 그 분이 오신 것이다. 팽목항에서 내가 승현이를 만나지 못해 처절한 고통 속에서 헤어나지 못할 때 진행하던 뉴스에서 몇 번이나 승현이 이름을 거론하면서 2학년 8반 구조 소식이 너무도 더디다고 한 보도 이후 해경도 2학년 8반 수색에 박차를 가하여 다음날 새벽에 승현이를 만날 수 있게 해주셨던 교수님, 내가 승현이를 안으면서 '교수님 감사합니다.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몇 번이나 마음속으로 되새겼던 그분, 교수님이 순례길 최악의 상태에서 포기하려고 손대철 신부님을 만나기 위해 일어났을 때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142쪽)

 저자는 머리말에서 "일기도 써보지 않은 내가 책을 낸다는 것이 엄두는 나지 않았지만, 정말로 한 권으로 묶게 되었다"며 "길 위에서 만난 분들, 그 분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기록으로 남겨도 충분히 그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 분들을 생각하면서 한 자 한 자 정성껏 문장으로 만들었다"며 "길 위에서 또 다른 길을 찾으며, 웃으며 혹은 울면서 머나먼 길을 동행하신 모든 분들께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선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288쪽, 1만4500원, 이파르.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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