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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北 '유감' 이끌어낸 대북방송…'천군만마'도 부럽지 않아

등록 2015.08.25 03:23:33수정 2016.12.28 15:3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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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백승주 국방부 차관이 21일 북한의 추가 도발 위협과 관련, “우리 시간으로 내일 오후 5시 30분 이후에 북한의 (우리 측) 대북 확성기 11곳에 대한 공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2015.08.21. (사진=국방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백승주 국방부 차관이 21일 북한의 추가 도발 위협과 관련, “우리 시간으로 내일 오후 5시 30분 이후에 북한의 (우리 측) 대북 확성기 11곳에 대한 공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2015.08.21. (사진=국방부 제공)  [email protected]

탈북 북한군인 "탈북하고 싶어 머리 돌 정도"

【서울=뉴시스】김훈기 기자 = 남북 고위급 대표들이 나흘간의 마라톤협상 끝에 6개항에 합의, 일촉즉발의 한반도 위기상황을 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합의 내용을 보면 협상이 왜 이렇게 길게 진행될 수 밖에 없었는지 다소 의문이 가기도 하지만, 세세히 보면 북한이 무엇 때문에 그리 오래 시간을 끌었는지가 드러난다.

 남북이 합의한 6개 항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이다. 우리는 지난 4일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폭발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강공 전략을 폈고, 북한은 김정은 체제 유지를 뿌리부터 뒤흔든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을 최우선 해결 과제로 삼았다.

 그 결과물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발표한 6개 합의사항의 가장 중요한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는 북한이 준전시상태를 풀지 않는 한 군사적 경계태세도 그대로 유지키로 해 대북확성기 방송이 매우 효과적인 공격 수단이었음이 입증됐다.

 김관진 실장마저 합의에 장시간 시간이 걸린 이유 중 하나로 확성기 방송 중단 조건 때문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그만큼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이 체제전복의 가능성을 이유로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부분이다.

 대북 확성기방송에는 국내외 뉴스와 가요(이른바 K-팝) 등의 콘텐츠들이 담기고 있다. 

 K-팝에는 아이유·소녀시대·빅뱅 등 인기 아이돌의 노래가 주로 포함 된다. 중장년층이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는 노래도 포함되는 등 선곡이 다양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뉴시스】백승주 국방부 차관이 21일 북한의 추가 도발 위협과 관련, “우리 시간으로 내일 오후 5시 30분 이후에 북한의 (우리 측) 대북 확성기 11곳에 대한 공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2015.08.21. (사진=국방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백승주 국방부 차관이 21일 북한의 추가 도발 위협과 관련, “우리 시간으로 내일 오후 5시 30분 이후에 북한의 (우리 측) 대북 확성기 11곳에 대한 공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2015.08.21. (사진=국방부 제공)  [email protected]

 국방부 관계자는 24일 "대북확성기방송은 내용이 FM 자유의 소리 방송과 유사하다. 총 4개 분야로 구성돼 있는데, 자유민주주의 홍보는 국내 소식 전파로 이뤄진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대북확성기방송에 나가는 K-팝에는 아이유의 '마음',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빅뱅의 '뱅뱅뱅', 노사연의 '만남'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대북 방송에 북한군들이 상당히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탈북한 북한군에 따르면 전방의 북한군인들이 대북 방송에 나오는 이런 노래들을 들으면 탈영을 하고 싶어 할 정도다"며 "탈북 군인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탈북을 하고 싶을 만큼 머리가 돌아버릴 정도"라며 확성기 방송의 파급효과를 설명했다.

 국방부가 확성기 방송과 유사하다고 설명한 '자유의 소리 방송'은 주파수만 맞추면 FM 라디오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다. 이 매체는 국내·외 주요 소식과 대한민국 국민들의 행복한 삶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을 홍보하고, 대한민국 발전상과 한민족의 우수성을 알리는 한편, 국내 중산층의 살아가는 모습도 소개한다.

 이 매체의 성격과 콘셉트를 대북확성기방송에서도 차용해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남북 공동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2015.08.25.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남북 공동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2015.08.25.  [email protected]

 그는 또 "(확성기방송의 목표는)민족 동질성 회복을 하나로 삼고 있다"며 "21세기 평화와 번영에 대해 설명하고, 희망을 보여주는 내용, 친구와 고향 관련된 내용이 멘트와 음악 형태로 같이 나간다"고 말했다.

 대북확성기방송은 전방 부대 11곳에 설치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8시간씩 주·야간 불규칙적으로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는 것이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확성기 방송은 최고 출력으로 내보낼 경우 밤에는 약 20㎞, 주간에는 약 10㎞까지 내용이 전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매일매일 시나리오를 새롭게 짠다"며 "우리 정서에 맞는 노래를 포함해서 K-팝 등을 다양하게 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북 확성기 방송은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으로 마련된 5·24조치에 따라 재개 방침이 정해졌다. 군은 이때 군사분계선(MDL) 11곳에 방송시설을 설치했지만 곧바로 방송을 시작하지는 않았다.

 북한의 변화를 지켜보며 방송 재개 여부를 고민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4일 북한이 목함지뢰 사태를 일으킨 직후인 10일 오후 5시께부터 서부와 중부전선 두 곳에서 방송을 재개했다. 이번에 남북이 방송 중단에 합의함에 따라 이날 정오부터 중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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