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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도박파문' 프로농구, 공정하고 박진감 있는 경기만이 속죄의 길

등록 2015.09.02 08:36:18수정 2016.12.28 15:3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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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자 '일벌백계' 응당…굵은 땀방물 흘린 선수들 매도해서야

【서울=뉴시스】오종택 기자 = 시즌 개막을 불과 열흘 앞둔 프로농구는 예년 같으면 기대감 속에 축제 준비에 여념이 없을 때지만 한숨만 가득하다.

 지난달 28일 프로농구 전·현직 선수 8명이 사설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직접 돈을 걸거나 관여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농구계를 강타했다.

 가뜩이나 전창진 감독의 승부조작 혐의가 비시즌 내내 팬들의 입방아에 오르며 곤욕을 치른 남자프로농구 주관단체인 KBL로서는 선수들의 스포츠 도박 소식까지 터지며 그야말로 '멘붕'이다.

 김영기 KBL 총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축제 분위기 속에 시즌을 맞아야 하는데 먹구름이 가로 막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일부 선수들이 스포츠 도박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농구판에서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다만 전 감독에 대한 경찰 수사가 무리하게 진행된 측면이 없지 않다.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기각하면서 현재 수사는 답보 상태에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선수들이 연루된 경찰 수사에 대해 혐의가 확정되거나 공식 발표 없이 이를 앞다퉈 보도하는 것은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시즌을 앞두고 현역 선수의 실명은 물론 얼굴까지 공개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자 일각에서는 시즌을 축소하거나 통째로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최악의 상황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일부 선수들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농구계 전체가 싸잡아 비난을 받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

 선수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사전에 충분한 예방조치를 취하는 것이 각 팀과 KBL의 몫이다. 그렇다고 선수들의 사생활까지 일일이 간섭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잘못을 저지른 이들을 감싸거나 어떠한 면죄부를 주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문제를 일으킨 선수들이나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영구제명 등의 강력한 조치가 취해져야 마땅하다.

 그렇다고 시즌 준비를 위해 누구보다도 더 굵은 땀방울을 흘린 선수와 구단 프런트, 연맹 관계자들까지 농구인 전체를 도박꾼으로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난 시즌 아쉽게 플레이오프에 탈락한 팀의 주전급 A 선수는 이번 도박 파문이 터지자 마치 자신이 저지른 일인냥 몹시 괴로워했다.

 그는 "어느 해보다 열심히 훈련에 매진했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준비가 됐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불미스러운 일이 터져 선수로서 팬들을 볼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KBL 관계자도 "프로농구 인기를 다시 끌어 올리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는데 이런 일이 터져 안타깝고 농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한 마음 뿐"이라며 "어떻게 만회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심경을 전했다.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불미스러운 일이 터졌다고한들 생산적인 활동을 멈추지 않는다. 그 순간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자들에 대한 일벌백계와 재발방지를 위한 자정노력과 함께 이번 일로 실망이 컸을 팬들에게 깨끗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보답하는 것만이 속죄의 길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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