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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0년 투병끝 부활 조용익, 크리스티경매 단색화 2점 낙찰 쾌거

등록 2015.11.30 15:40:21수정 2016.12.28 15:5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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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용익, Work 76-725, 100호, 1976

【서울=뉴시스】조용익, Work 76-725, 100호, 1976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28~29일 홍콩 미술시장을 빛낸 건 '단색화'였다. 특히 크리스티 홍콩에서 박서보 화백의 1975년 작품 1점이 780만 홍콩달러(약 11억 6300만달러)에 낙찰되면서 탄력이 붙었다. 이우환, 정상화의 작품에 이어 박서보의 작품이 '10억원 클럽'에 든 순간이다.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이 여세를 몰아 김환기, 정상화, 윤형근 등 단색화 주요 작가들의 작품이 모두 낙찰되며 '단색화'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런 가운데 이름이 낯선 화가의 작품도 낙찰돼 눈길을 끌고 있다. 분명 단색화 같은데.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다. 이름은 조용익, 총 2점이 출품되어 모두 팔려나갔다. 작품 '워크(Work) 76-725'는 40만 홍콩달러(약 5982만원), 'Work 77-91'은 43만7500 홍콩달러(약 6542만8000원)에 낙찰됐다.

 1934년생인 조용익 화백은 김창렬, 이우환, 박서보, 서세옥, 정창섭, 정상화 작가 등과 함께 한국현대미술가협회에서 한국 현대추상회화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1958년 '르뽕 3인전', 1961년 '제2회 파리비엔날레', 1962년 '악튀엘전' 등 한국 현대추상회화의 시작을 알린 주요 전시 참여작가로 활동했다. 1967년과 69년 '제5, 6회 파리비엔날레'에 한국 전권대표로 참여하기도 했다.

 크리스티에 출품된 작품은 1970년대 시리즈로, 단색화 초기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단일 계열의 모노톤 컬러 화폭 위에 무수한 반복적 행위를 통한 수행자적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박서보, 하종현 등 유명 단색화 작가의 작업과 다른 점은 화폭에 단일색을 칠하고 덮는 방식에서 더 나아가 색을 비우고 지우기를 병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7, 8번 이상 밑칠 작업을 마친 화폭의 색이 마르기 전에 손가락이나 나이프, 또는 붓과 같은 도구로 밑색을 긁어내고 지워내거나 스크래치를 하며 균일한 형상을 연출한다.

【서울=뉴시스】조용익, Work 77-91, 100호, 1977

【서울=뉴시스】조용익, Work 77-91, 100호, 1977

 단색화를 'Dansaekhwa'로 최초로 표기하여 단색화의 세계적 성장의 발판을 제공한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조용익 화백의 작품은 한국의 전통 옹기 문양인 지도문에서 모티브를 얻어 단색화의 한국적 정신세계를 고스란히 구현했다"고 소개했다.

 단색화 작가들이 40~50년만에 빛을 보며 승승장구한 것과 달리 조용익 화백이 묻혀 있었던 것은 오랜 투병 생활 때문이다. 중풍으로 병상에 눕게 되어 지난 10여년 동안 활동을 이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지난한 재활 과정을 이겨내고 활동을 재개했다. 이번 경매 낙찰은 의미있는 재기의 신호로 여겨지고 있다.

 "낙찰 소식에 다시 작업의 힘을 얻었다"는 조 화백은 "단색화 부활에 힘입어 국내외에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3월 홍콩 에드워드멀랭 갤러리 '홍콩 아트바젤'에 초대됐다. 에드워드멀랭 갤러리 로레인 멀랭 대표는 "조용익은 한국의 단색화 장르에 깊이와 다양성을 높여주는 작가로, 비우기와 지우기 작업으로 동양적 정신 세계를 근본적으로 다루는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내년 2월에는 성곡미술관에서 4월까지 두 달 간 초대전을 열 계획이다.

 한편, 크리스티 홍콩이 28∼29일 홍콩 컨벤션 전시센터 그랜드홀에서 연 '아시아 20세기 & 동시대 미술 경매'에서는 한국 작품 35점이 팔려 낙찰률 80%, 판매 총액 4430만 홍콩달러(약 64억9500만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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