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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단독]이우환 위작 그린 남자, 위작 주문자에게 "40억 달라" 내용증명

등록 2016.02.23 17:39:25수정 2016.12.28 16:3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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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미술시장에서 말로만 떠돌던 이우환 위작을 그린 정황이 포착됐다.  hyun@newsis.com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미술시장에서 말로만 떠돌던 이우환 위작을 그린 정황이 포착됐다.

 23일 '이우환 그림을 그렸다'는 A씨가 '이우환 위작을 팔았다'는 B씨에게 "소문에 80억어치를 팔았으니 40억원을 달라"고 보낸 내용증명을 뉴시스가 단독 입수했다. B씨는  A씨에게 이우환 위작을 주문한 사람이다.

 위작을 그린 A씨는 2013년 5월21일 B씨의 아들 C씨에게 보낸 내용증명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극심한 고충과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서 "아버지 B씨와 아들인 C씨의 합작으로 보고 그 책임을 안 물을 수가 없다. 조속한 시일 내 해결 바람. 내가 쏟은 정성이 아깝다"고 했다.

 내용증명에 따르면, A씨는 '2012년 5월부터 이우환 작업을 시작했지만 그해는 실패(30점)했지만, 2013년 1월부터 10월까지 작업하여 한달에 10~14점을 ○○○가 일본으로 배달하였다'고 돼있다.

 A씨에 따르면 2011년 4월 초순 서울 답십리에서 만난 B씨가 "일본에 꼭 팔 데가 있다"며 "애걸복걸하여 살려달라고 했다."

 A씨는 "처음접해보는 그림이라 자신이 없었지만 20일 후 다시 3명이 만났는데, (그들이) 또 부탁했다고 밝혔다.  A씨가 "일을 하기위해선 자금이 필요하니 재료값이라도 부담하라"고 하니, B씨가 "일을 착수하면 분배과정에서 50대 50으로 정확하게, 만약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내 배에다 칼을 꽂아도 달게 받겠다고 3번이나 강조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미술시장에서 말로만 떠돌던 이우환 위작을 그린 정황이 포착됐다.  hyun@newsis.com

 이후 A씨는 '그림을 그리는 자'와 함께 일산의 모텔 특실에서 작업하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는 자'의 연구끝에 그림이 잘되어 2012년 1월에 그려 10월까지 한달에 5~7점을 부산에 사는 B씨의 아들 C씨에게 보냈다. 2월초 5000만원, 말일께 4000만원, 다시 3000만원, 다시 3000만원을 송금받았다. 이러한 분할송금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다.  A씨는 "당시 분할하여 송금하면 추적이 안 당하니 이렇게 한다고 했다"고 썼다.

 문제가 생긴건 총 1억5000만원을 받은 후부터다. A씨에 따르면 "그림은 계속 부치라고 하고 돈은 오지않고 못팔았다고만 하며 갖가지 이유를 댔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에서 오는 재료는 B씨의 아들 C씨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이 기간  A씨가 B씨에게 보낸 작품수는 70여점에 이른다.

 내용증명에는 위작을 하기 위한 치밀한 작업과정도 들어있다. 일산의 오피스텔에서 작업하며 전시장과 옥션경매장과 박물관 답사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림 사이즈도 15호에서 100호까지 다양하다.

 '화가'라 칭하는 '그림을 그리는 자'에게 월 300만원씩 지급했고, 그림을 운송하는 용달비, 컨테이너 사용비, 인부 인건비, 식대 등이 상세하게 나열되어 있다.

 A씨는 "알고보니 큰 사이즈는 대부분 팔아 재산 과정에 형성됐다"면서 B씨에게 "소문에 의하면 80억원치 팔았으니 나는 약속한 40억원을 요구하는 바임"이라며 "어디서 어떻게 팔든 나에겐 상관없고, 매매한 그림값 반을 요구할 뿐"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미술시장에서 말로만 떠돌던 이우환 위작을 그린 정황이 포착됐다.  hyun@newsis.com

 결국 위작범끼리의 '머니 게임'으로 드러난 '이우환 위작'사태는 충격적이다. 위작에는 5명이 가담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용증명'을 제보한 미술시장 관계자는 "이우환 위작뿐만 아니라 박수근 이중섭 정상화 등 돈 되는 작품은 모두 연루되어 있다"면서 특히 "이우환 위작은 대형화랑에 흘러들어갔다"고 전했다. "현재 이우환 위작을 그린 A씨는 일본에 있다"면서 경찰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야쿠자 개입설까지 있다"며 말을 흐렸다.

 제보자는 "(위작 그림을 판매한) B씨는 고미술 등 미술시장에서 유명한 사람으로 이 문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말했다. "위작논란 때문에 장사가 안 되니까 미술시장이 쉬쉬하는 것"이라며 "이 내용증명은 이미 경찰청에 들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우환 위작설은 2년 전 미술시장에 터져나왔고, 지난해 경찰의 압수수색으로 꼬리가 잡히고 있다.

 지난달 8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이우환 화백의 작품 12점을 압수했고, 이 작품들은 "모두 위작"이라는 전문가의 감정결과가 있었다. 압수된 작품은 인사동 K화랑에서 압수한 6점과 K옥션으로부터 압수한 1점, 기타 소장품 5점이다. 미술시장의 초미의 관심사인 '이우환 위작'은 경찰의 발표만 두달째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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