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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제세동기 NO, 자동심장충격기 OK'…비상용의료기 이름 헷갈려 골든타임 놓칠라

등록 2016.04.21 11:11:57수정 2016.12.28 16:5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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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23일 오전 서울 5호선 광화문역에서 열린 서울도시철도공사와 한글문화연대가 함께하는 ‘심장충격기 AED(제세동기) 표시 자동심장충격기 붙임딱지’ 행사에 참석한 한글 사랑 활동 대학생 단체 우리말 가꿈이 회원들이 붙임딱지를 부착하고 있다. 2015.06.23.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23일 오전 서울 5호선 광화문역에서 열린 서울도시철도공사와 한글문화연대가 함께하는 ‘심장충격기 AED(제세동기) 표시 자동심장충격기 붙임딱지’ 행사에 참석한 한글 사랑 활동 대학생 단체 우리말 가꿈이 회원들이 붙임딱지를 부착하고 있다. 2015.06.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 제세동기, AED, 자동제세동기, 심장제세동기, 자동심장충격기, 심장전기충격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심정지 상태에 빠진 환자를 살리기 위한 심폐소생술의 기본장비다.

 멈춘 심장에 고압전류를 짧은 시간 통하게 해 정상적인 맥박으로 회복시키는 이 기기는 의학계에서 '제세동기(除細動器)'로 통칭해 부른다. 영어 약칭은 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의 'AED'이다. 

 심정지 환자에 대한 초기 응급처치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제세동기 수요는 최근 수년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서울시에만 2015년말 기준으로 지하철역이나 공동시설 등에 7603여대가 설치됐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보면 일정규모 이상의 건물 1층에는 제세동기가 놓여있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제세동기 설치가 보편화되면서 공공장소에서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이 이 기기를 사용해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제세동기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용어정리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이 대두된다.

 의학계 기준으로 보면 제세동기가 정확한 표현이다. 하지만 유사용어가 남발되면서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일정한 규정이 없다보니 제세동기 생산업체마다 다른 제품명을 내놓고 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이름만 10여개에 달할 정도다.

 심정지라는 급박한 상황에서 필수의학장비의 용어가 제각각이라면 그 여파는 쉽게 상상된다.

 의학계에서는 일단 현재 통용되는 제세동기라는 용어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다.

 대한심폐소생협회 홍보이사를 맡고 있는 가톨릭의대 성바오로병원 순환기내과 노태호 교수는 "너무나 뻔한 얘기지만 같은 사물을 놓고 사람마다 다르게 표현하니 난감할 때가 많다"며 "제세동기란 용어는 의학적으로 맞고  정확한 표현이지만 일반인이 제세동기가 무엇인지 알겠는가. 의학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 교수는 "자동제세동기를 대체할 수 있는 용어가 무엇인지 아직 심폐소생술협회 등 학계에서 명확하게 결정한 것은 없다"며 "전문가 집단에서는 관례상 제세동기를 사용해왔는데 이 점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일반인도 쉽게 제세동기의 기능을 알 수 있도록 민관이 함께 고민을 해야할 때라고 제언했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일까.

 서울도시철도공사와 한글문화연대는 지난해 6월 지하철 5호선 각 역사에 설치된 제세동기에 '자동심장충격기'라고 쓰여 있는 딱지를 붙이는 캠페인을 벌였다.

 시민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만난 이군현(43)씨는 "평소에는 제세동기라고 하면 뭐가뭔지 잘 몰랐지만 자동심장충격기라고 하니까 쉽게 이해가 됐다"며 "일반인도 쉽게 알 수 있는 용어를 썼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원종(56)씨도 "이름만 봐도 어떤 기능이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며 "잘못된 용어라면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인환 한글문화연대 운영위원은 "현재 제세동기는 어떤 뜻인지 알 수가 없어 혼선을 빚는다"며 "의사협회 의료용어위원회에서도 의료용어에서도 바꿀 수 있다는 노력을 하겠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자동심장충격기라고 바꾸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용어혼선에 대한 지적에 따라 지하철 5호선을 시작으로 지난해 말부터 본청과 서울도서관 등에 설치된 제세동기의 명칭을 자동심장충격기로 교체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미 자동심장충격기 안내판 등 8000여개를 전수 배포한 상태"라며 "아직 전체 제세동기의 명칭이 다 바뀐 것은 아니지만 연말까지 조사를 마쳐보고 교체를 안 한 곳은 독려를 하고, 각 자치구에도 관리자들에게 홍보를 계속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일반인이 어떻게 감을 받느냐의 중요한데, 서울시가 자동심장충격기로 용어를 정리한 것 같은데 다행"이라며 "자동심장충격기가 일반인 입장에서는 의미가 쉽게 다가온다. 그 쪽으로 가는 게 맞는 것 같다. 서울시 등 공공기관에서 좀더 선도적으로 홍보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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