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가 한은에 국책은행 출자 요구하는 이유는?…"가장 신속한 방안"
정부는 조선·해운 업종을 시작으로 진행될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책은행의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반면 한은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돈을 찍어 국책은행을 지원하는 것을 사실상 거부했고, 야당의 반대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법 개정 가능성까지 타진하면서 한은이 산은의 자본 확충에 나서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구조조정이 국책은행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 방안으로는 국가 재정을 활용, 한은 출자 등이 꼽히고 있다. 이 가운데 한은 출자가 가장 '신속한' 방법이라는 이유라고 정부는 강조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언론사 경제부장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한은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는 것이 국가 재정을 동원하는 방법 보다 가장 신속한 방안"이라며 "금융위로선 신속히 자본 확충만 이뤄진다면 한은 출자든 정부 재정이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조선·해운업계를 시작으로 산업 전반에서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특히 산은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구조조정의 범위를 우선 조선·해운 업종으로 한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이들 업종에서 발생한 부실 규모만으로도 국책은행이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수출입은행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10%를 오르내리는 등 건전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동시에 건설·철강·석유화학 등 업종의 구조조정 필요성도 언급했다. 현재 진행 중인 주채무계열 재무구조 평가와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에 따라 구조조정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조조정이 잇따라 진행되면 그에 수반하는 비용도 증가한다. 정부는 국책은행이 부담하게 될 구조조정 위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한은에 충당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셈이다.
임 위원장은 "적극적인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상황 변화에 적시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책은행의 충분한 기초체력 보강이 필요하다"며 "중앙은행이 국가적 위험요인 해소를 위해 적극적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융위는 한은의 출자가 필요할 경우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은의 직접적인 출자는 사실상 발권력을 동원해 산은의 자본을 늘려주는 방식이다.
현행법상 한은이 산은에 자본을 출자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하지만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산은법을 현행 한국수출입은행법에 준하는 방향으로 바꾸면 된다고 보고 있다.
반면 수은법 제4조는 수은의 자본금은 15조원으로, 정부·한은·산은·은행 등이 출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한은은 공식적으로 구조조정 재원 확보에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은은 특정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발권력을 동원해야할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국책은행도 기업 부실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점 등을 문제로 들면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정부가 나서서 한은의 발권 여부를 거론하는 것은 독립성 훼손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도 구조조정 과정에 한은이 나서는 것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더민주 관계자들은 지난달 30일 "돈을 찍어내 빚을 갚는다는 것은 잘못하면 그 빚을 국민들이 고스란히 부담해야하기 때문에 대단히 위험하다"며 "국회의 간섭이나 통제를 피하기 위해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이용하려 했다면 발상 자체가 경제 위기"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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