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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근로시간 단축하려면? "노사 상호 양보가 해법"

등록 2016.05.03 06:00:00수정 2016.12.28 17: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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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화학기업 A사는 24시간 연속공정으로 가동해야 하는 업종의 특성상 3조 3교대 근무가 필수인 곳이다. 주 6일 근무에 금·토·일 중 이틀은 12시간씩 근무, 야간 근무와 새벽 근무까지 더해지자 노동자들의 원성은 높아만 갔다.

 이에 A사는 지난해 교대제 개편을 단행했다. 울산·구미공장 생산직을 3조 3교대에서 4조 3교대로 변경하며 주당 근로시간을 56시간에서 42시간으로 줄였다. 물론 노동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분을 받아들였다. 여기에 정부의 고용창출지원금과 사측 부담금을 더해 A사는 총 30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이는 전경련이 3일 발표한 대기업의 근로시간 단축 성공사례다. 전경련은 노동개혁 법안 중 하나인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사례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분석 결과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노사의 '상호 양보'를 통한 합의가 필수조건이라고 밝혔다. 근로자는 여가시간 보장 등 삶의 질 향상에 따른 임금 감소를 감수해야 하고 기업은 신규 채용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을 부담할 때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전경련은 다양한 조사 사례들을 들며 직장 신규 채용자는 물론 숙련 고용자들에게도 근로시간 단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경련 발표 사례에 나타난 식품제조사 B사의 부산공장은 2조 2교대를 수십 년간 해왔다. 일일 12시간 근무 및 주말 특근이 익숙한 장기근속자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주력 상품이 인기를 끌며 기존 4개 생산라인을 7개로 증설했고 동시에 20∼30대 근로자를 대거 채용했다.

 신규 입사자들이 오면서 현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기존 근로자들은 특근 수당이 보장되는 2조 2교대를 선호했지만 젊은 입사자들은 2교대 근무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했다. 퇴사자도 속출했다.

   B사는 고민 끝에 2조 2교대를 변경하기로 했다. 3조 3교대, 3.5조 3교대를 거쳐 최종적으로 4조 3교대로 단계적 개편을 진행 중이다. 그 결과 근로시간은 총 3분의1 가량 줄어들 예정이며 기존 인원의 38%에 달하는 총 57명을 순차적으로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전경련은 근로시간의 단축이 숙련 근로자들의 고용 유지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전했다. 철강제조사인 C사는 숙련 근로자의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근로시간을 단축했다. 경험이 중요한 업종 특성상 숙련 근로자의 고용 유지가 필요했고 중장년층 근로자의 체력도 고려해야 했다.

 노사 합의 끝에 또 변화가 이루어졌다. 2조 2교대를 3조 2교대로 개편하며 주당 근로시간을 64시간에서 58시간으로 단축했다. 일일 8시간 이외의 잔업도 금지시켰다. 근무주기를 21일에서 12일로 변경하며 휴무일을 확대했고 근로시간을 다시 50시간으로 줄였다.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일자리도 생겼다. 2번의 개편을 통해 총 144명을 새롭게 채용했고 시간당 생산량도 2배 가량 증가했다.

 노동자들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기업의 경영난 극복에도 근로시간 단축은 해법이 됐다.

 반도체 관련 기업 D사는 신사업에 진출했지만 중국의 저가공세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관련 사업을 중단했고 이천공장 등에 잉여 생산인력이 발생했다.

 D사의 노사는 구조조정 대신 노사 상생 차원에서 교대제 개편과 임금 감소를 택했다. 3조 3교대를 4조 3교대로 전환하며 근로시간의 25%를 줄였고 임금 역시 같은 비율로 삭감했다. 대신 2500명에 달하는 전 직원의 고용을 유지했다. 경영 쇄신 노력 덕분에 300억원이 넘던 D사의 영업손실은 이듬해 영업이익 흑자로 전환됐다.

 전경련은 사례에서 보듯 근로시간 단축이 다양한 이유로 대기업에서 자체적으로 추진됐다고 밝혔다. 특히 노사 합의를 통한 신뢰 향상으로 장기적 생산성에 시너지가 날 것으로 전망했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일부 노조의 경우 생산성 향상이나 임금 감소가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 현재 어려운 수출 및 내수 상황을 고려할 때 무리한 요구 수용은 어렵다"며 "성공적인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서는 노사 모두의 이해와 양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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