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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큰돈 만질 기회였다"…구마모토 지진 틈탄 '절도' 잇따라

등록 2016.05.03 18:12:59수정 2016.12.28 17: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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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키=AP/뉴시스】일본 규슈 구마모토현 마시키(益城)정 지진 피해 현장에서 16일 경찰관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지난 14일 밤 규모 6.5 지진이 직격했던 마시키에는 이날 다시 규모 7.3 강진이 덮치면서 상당한 피해를 보았다. 2016.04.16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구마모토(熊本)를 강타한 지진으로 수많은 주민들이 아직도 피난 생활을 하고 있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 틈을 타 빈집을 터는 등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고 3일 아사히 신문이 보도했다.

 다른 지역에서부터 재해지로 건너가 빈집을 터는 원정 절도부터 수재의연금 모집을 가장한 수상한 전화 등에 이르기까지 수법도 다양하다.

 지난달 16일 새벽 규모 7.0의 2차 강진 발생 후 구마모토시 주오(中央)구의 한 주택가는 정전으로 암흑에 휩싸여 있었다. 지진이 강타하자 가까운 공원으로 대피했던 한 여성(46)은 지진 발생 2시간여 후에 집에 담요를 가지러 돌아가다 2층 창문에서 불빛이 움직이는 것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불빛이 새어 나오는 방은 창고로 쓰이는 빈방이었던 것. 이상하다는 직감에 뛰어 올라가 보니 그곳에는 한 남성이 서 있었다. 방에는 또 다른 남성 한 명이 서 있었다. 왜 우리 집에 있느냐고 여성이 묻자, "도와달라는 소리를 듣고 들어왔다"고 남성들은 둘러댔다.

 이후 잠시 실랑이가 벌어졌고, 남성들은 도망치려 했지만 소동을 듣고 나온 주민들에게 잡혔고 결국 경찰에 넘겨졌다. "이 지진은 큰 돈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이들은 경찰에 진술했다. 이들 남성은 각각 30세와 21세로, 구마모토현 주민도 아니었다. 이들은 지진이 발생하자 빈집을 털기 위해 후쿠오카(福岡)현에서 구마모토로 건너온 것으로 밝혀졌다.

 구마모토 현 경찰에 따르면 이번 지진과 관련된 절도 등의 사건은 미수를 포함해 지난 2일 현재 34건이 확인됐다.

 일본에서 재해의 혼란을 틈탄 범죄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절도 등의 범죄는 빈발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후쿠시마 제1 원전 사고로 많은 주민들이 피난을 떠난 후쿠시마(福島)현에서는 그 해 3~12월 사이 1108건의 빈집털이가 발생했다. 전년 동기보다 약 500건 증가한 수치다.

 이뿐 아니다. 지난해 9월 이바라키(茨城)현 조소(常総)시에서 수해가 발생했을 때에도 수해 발생 후 며칠 동안 조소 시내에서만 20여건 이상의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구마모토 지진과 관련한 사건은 절도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구마모토 현 남쪽에 위치한 가고시마(鹿児島)현 사쓰마센다이(薩摩川内)시에서는 한 남성(23)이 "구마모토 지진을 당했다"며 길을 가던 한 여대생(19)에게 말을 걸어 1만엔(약 10만원)을 받아냈다. 선의를 이용해 푼돈을 갈취한 것이다. 이 남성은 다음날 경찰에 체포됐으며, 지진을 겪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진술했다.

 또 구마모토 현 가미아마쿠사(上天草)시에서는 한 남성이 '시청 직원'을 사칭해 지난달 말 주택가를 다니며 성금 모금을 하고 다녔다. 그러나 시 당국은 "성금을 모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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