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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르포]태국 곳곳 초록색 물결…라인, 오프라인 무한확장

등록 2016.05.07 01:18:44수정 2016.12.28 17: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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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뉴시스】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일본 열도를 넘어 대만과 태국 국민 메신저로 발돋움했다. 2000년 네이버가 해외 진출을 위해 NHN재팬을 설립, 글로벌 서비스 개발에 착수한 지 약 10여년만에 이룬 성과다.

【방콕=뉴시스】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일본 열도를 넘어 대만과 태국 국민 메신저로 발돋움했다. 2000년 네이버가 해외 진출을 위해 NHN재팬을 설립, 글로벌 서비스 개발에 착수한 지 약 10여년만에 이룬 성과다.

태국 스마트폰 이용자 10명 중 8명 라인 사용 철저한 시장 분석과 현지 문화 이해가 성공 비결 O2O 사업 진통과 해외 진출 둔화세 대비해야

【방콕=뉴시스】장윤희 기자= 4일(현지시간) 태국의 명동으로 불리는 시암(Siam)역.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도 대학교와 쇼핑센터가 몰려있는 시암역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현지 대학생, 여행객, 쇼핑객 등 시암역을 누비는 사람들의 특성은 다르지만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쓴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태국 사람들의 스마트폰 메인 화면에는 초록색 로고의 라인 메신저가 기본으로 깔려 있다.

 네이버의 해외법인 라인주식회사가 서비스하는 라인은 태국 진출 2년 여만에 전체 인구(6800만명)의 48%, 태국 스마트폰 이용자(4000만명)의 83%인 3300만명이 이용하는 국민 메신저로 발돋움했다. 라인의 태국 성공은 순식간에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네이버는 창립 2년차이던 2000년부터 글로벌 서비스 개발을 위해 일본에 해외법인 라인주식회사(구 NHN재팬)를 세웠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라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전화와 문자메시지보다 잘 터지는 수단'으로 입소문을 타며 일본 국민 메신저로 자리매김했다. 라인은 일본 시장 노하우를 발판으로 모바일 메신저 강자가 없는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또한번 성공 신화를 만들었다. 현재 태국이 성장세가 가장 크다.

 시암역에서 본 태국 학생들은 라인 메시지로 친구와 뚝딱 연락해 삼삼오오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떠났다. 어떤 남성은 라인의 곰 캐릭터 '브라운' 얼굴이 큼직하게 그려진 박스 티셔츠를 입고 지나가 눈길을 끌었다. 라인이 모바일 메신저에서 벗어나 오프라인 생활에도 깊이 파고든 것이다.  

 현지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브라운과 코니 등의 라인 캐릭터가 그려진 학용품이 인기"라며 "친구들과의 대화는 주로 라인으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라인 크리에이터스 마켓에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짜이로데 스리센은 "라인 스티커(이모티콘)를 판매해 1년만에 집 한채를 살만한 돈을 벌었다"며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스티커로 재치있게 표현하는 방식이 인기를 끈 것 같다"고 말했다.

【방콕=뉴시스】장윤희 기자=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공격적인 O2O 행보를 벌이고 있다. 태국에서는 음식 배달에 특화된 배달 주문 서비스 '라인맨'을 선보였다. 사진은 아리야 바노미옹 라인 태국법인 대표와 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라인맨'이 라인 서비스를 소개하는 모습.

【방콕=뉴시스】장윤희 기자=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공격적인 O2O 행보를 벌이고 있다. 태국에서는 음식 배달에 특화된 배달 주문 서비스 '라인맨'을 선보였다. 사진은 아리야 바노미옹 라인 태국법인 대표와 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라인맨'이 라인 서비스를 소개하는 모습. 

 라인 캐릭터 인기 덕분에 시암역 근처에 있는 복합쇼핑센터 시암 스퀘어는 지하1층~지상 2층 규모의 라인 캐릭터숍 '라인 빌리지' 공사로 분주했다. 라인 빌리지에는 라인 캐릭터 매장과 카페가 들어설 예정이다.

 라인의 사업 확장은 캐릭터뿐이 아니다. 라인은 게임, 쇼핑, 간편결제에 이어 배달 사업에도 진출했다. 라인은 태국에서 음식 배달 수요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배달 서비스 '라인맨(LINEMAN)'을 최근 선보였다. 라인 앱에서 원하는 배달 품목을 입력하면 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라인맨이 직접 고객을 찾아가 주문 물건을 전달한다. 라인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오토바이 택시를 부르는 사업도 시작했다.

 라인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O2O(Online to Offline·온오프라인 연계)를 사업 키워드로 삼으며 모바일 메신저 그 이상의 야망을 품고 있었다. 중국 텐센트의 '위챗', 우리나라 카카오의 '카카오톡'이 콜택시와 인터넷전문은행 등에 진출한 것처럼 모바일 메신저는 이미 메신저 영역을 뛰어 넘은지 오래다.

 하지만 O2O 진출 시 기존 사업자들과의 상권 갈등은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지뢰와 같다. 물류, 교통 등의 오프라인 업종은 역사가 오래되고 생태계가 굳건해 신규 사업자의 진입 문턱이 높다. 중국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콜택시앱, 우리나라 카카오는 대리운전 진출을 두고 기존 사업자와 극심한 진통을 겪어야했다. 라인도 O2O 사업 확장에서 기존 사업자와의 마찰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라인의 해외 성장이 아시아에 국한된 점도 극복할 과제다. 라인이 좋은 성적을 거둔 국가는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이란 공통점이 있다. 일본을 제외하면 동남아시아 국가다. 라인이 서구권이나 중앙아시아에서도 성적을 낼 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선점 효과가 중요한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라인이 추가 거점국 확보가 어려울 것이란 시선도 있다.

 태국 현지에서 만난 신중호 라인 글로벌최고책임자(CGO)는 "라인 집중 국가 선정과 신사업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하는 중"이라며 "해외 진출의 성공은 철저한 문화 분석에 달렸다. 모든 문화는 평등한만큼 해당 국가 문화 속으로 들어가자는 신조어 '컬쳐라이제이션(culturalization·문화화)'를 만들며 라인을 '스마트 포털'로 키우고 싶다"고 밝혔다.

 인터넷 시대에서는 구글, 네이버, 다음같은 'PC 포털'이 중심이었지만 모바일 시대에서는 스마트폰에 모든 서비스가 담기는 '스마트 포털'이 대세가 된다는 뜻이다.

 신 CGO는 "PC 시대에는 필요할 때만 컴퓨터에 접속했고, 사진 촬영과 음악 감상을 위해 카메라와 MP3 기계를 따로 들고 다녀야 했다"며 "모바일 시대에는 스마트폰이 24시간 켜져있고 카메라와 MP3, 그 이상의 기능이 스마트폰 하나에 모조리 해결된다. 모바일 메신저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라인의 성장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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