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국제

"2008년 경제위기가 세계 곳곳서 파시즘 재부상 초래" NYT

등록 2016.05.29 13:51:16수정 2016.12.28 17:07:5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프레즈노(미 캘리포니아)=AP/뉴시스】막말 논란으로 유명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가 27일(현지시간) 유세에서 4년째 이어지는 캘리포니아 가뭄을 해결하겠다는 정책공약을 언급해 주목받았다. 트럼프는 이날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에서 한 유세에서 현 정부의 잘못된 환경 정책을 비난하면서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캘리포니아는 더는 가뭄이 없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연설 중인 트럼프. 2016.05.28

【프레즈노(미 캘리포니아)=AP/뉴시스】막말 논란으로 유명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가 27일(현지시간) 유세에서 4년째 이어지는 캘리포니아 가뭄을 해결하겠다는 정책공약을 언급해 주목받았다. 트럼프는 이날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에서 한 유세에서 현 정부의 잘못된 환경 정책을 비난하면서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캘리포니아는 더는 가뭄이 없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연설 중인 트럼프. 2016.05.28

【서울=뉴시스】오애리 기자 = '미국 제일주의' '보호무역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막말을 서슴지 않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데 이어 최근 필리핀에서는 인권 대신 철권을 앞세운 로드리고 두테르테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러시아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여전히 높은 지지율을 누리고 있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국내 일각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중심제 개헌을 밀어부치는 등 권력집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지난 22일 치러진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비록 무소속의  알렉산더 반 데어 벨렌 전 녹색당 당수가 당선되기는 했지만, 자유당 소속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가 약진하면서 2차세계대전 후 유럽 최초의 극우 대통령이 탄생될 뻔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프랑스, 헝가리, 독일,이탈리아,그리스 등 유럽 곳곳에서는 경제난과 난민위기에 힘입어 극우 정당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8일(현지시간) 세계 곳곳에서 극우 및 국수주의 지도자들의 인기가 치솟으로면 '파시즘 부활'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 외교관계위원회의 마크 리어나드 대표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지적했다. 그는 "2008 경제위기는 세계화가 승자 뿐만 아니라 패자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많은 국가에서 중산층 임금이 정체되고, 정치는 크기가 줄어드는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전투로 변해 버렸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포퓰리스트들이 좌파와 우파 간의 대결을 코스모폴리탄적인 엘리트와 분노한 배척주의자(nativist)들 간의 대결로 바꿔놓았다"는 것이다.  

 파시즘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미국 컬럼비아대의  로버트 팩스턴 석좌교수도 "경제적 정체와 난민유립이 많은 국가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이 두 가지가 각국의 민주정부들에게 결정타를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5일 미국의 경제연구 싱크탱크인 '컨퍼런스보드(Conference Board)'의 분석을 인용해 미국 근로자의 생산성이 34년만에 처음으로 위축되면서 임금정체와 경제 저성장세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컨퍼런스보드에 따르면 노동생산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인 근로시간당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0.2% 감소할 전망이다. 즉 똑같은 시간을 투자해도 이전에 비해 적거나 수준이 낮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뜻이다.

 문제는 생산성이 위축되면 경제성장률이 악화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입장에서 투자비용-결과물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임금정체가 미국 근로자들의 불만을 부추기면서 최근 '일자리 부족'과 '노동자 희생', '배부른 부유층' 등을 외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정치적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익 포퓰리즘 공세를 이어온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에 힘을 더해줄 전망이다.

 트럼프 반대자들은 그를 독일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와 이탈리아의 베니토 무솔리니에 빚대어 부르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 매서추세츠주 주지사를 역임했던 공화당 소속의 윌리엄 웰드는 최근 트럼프의 멕시코 이주민 차단 공약을 1938년 독일 나치의 '수정의 밤' 사건에 비유하기 까지 했다. '수정의 밤'사건이란 1938년 11월 9일 나치 대원들이 독일 전역의 수만개에 이르는 유대인 가게를 동시다발 습격해 파괴했던 것을 가르킨다.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대선 경선후보의 외교정책을 자문했던 맥스 부트는 "트럼프는 파시스트"라고 비난했고, 젭 부시 후보의 국가안보 고문을 맡은 선거전략가인 존 누넌 역시 트럼프의 멕시코 이주민 및 이슬람 신도 유입 차단 주장을 '파시즘'으로 규정한 바있다.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이 트럼프의 멕시코 이주민 차단 국경 장벽 공약에 대해 "무솔리니와 히틀러 방식"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사회파 배우 조지 클루니는 트럼프를 '외국인 공포증을 지닌 파시스트'로 불렀다. 트럼프는 실제로 무솔리니가 했던 "양으로 100년을 사느니 사자로 하루를 사는게 더 낫다"란 말을 리트윗해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다.

 네오콘 이론가 중 한 명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로버트 케이건 역시 최근 워싱턴포스트 오피니언 면에 기고한 칼럼에서 트럼프 인기 현상에 대해 "미국에 파시즘 도래했다"고 규정한 바있다. 그는 28일 NYT와의 인터뷰에서 "칼럼이 나간 후 보수 공화당 인사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많이 받았다"면서 "칼럼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더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 미국 역사상 "위험한 순간 중 하나"라면서 훗날 지금을 뒤돌아보면서 "멈출 수 있었을 때 왜 우리는 그러지 못했는지 의문이 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오바마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때에도 일부 반대파가 두 사람을 '나치'로 부른 적이 있지만, 트럼프 경우는 미국 및 해외 주류에서 트럼프를 파시스트에 빚대는 말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19일 온라인매체 복스는 파시즘 전문가 5명의 분석을 인용해 트럼프는 파시스트라기보다는 '우파 포퓰리스트' 또는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주의) 자유주의자'로 볼 수있다고 규정했다. 트럼프는 파시스트의 첫 번째 조건인 민주주의의 거부까지 한 것은 아니라면서, 파시즘은 반개인주의적인지 트럼프는 반대로 매우 개인주의적인 점에서 파시스트로 볼 수는 없다고 복스는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

구독
구독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