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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성과연봉제 강행②] "근로기준법 위반" vs "사회통념상 합리적, 불법 아냐"

등록 2016.05.31 07:00:00수정 2016.12.28 17: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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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24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원들이 산업은행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2016.05.24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24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원들이 산업은행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2016.05.24  [email protected]

금융노조 소속 공기관 7곳, 노사합의 없이 이사회의결  근로기준법 94조 취업 규칙 변경 요건이 핵심  성과연봉제, 노동자에 불리한 취업규칙인지가 관건

 【서울=뉴시스】남빛나라 기자 = 30일 한국수출입은행을 마지막으로 9개 금융공공기관이 모두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했다. 내달 9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공기관 성과연봉제 점검회의를 일주일 남짓 앞둔 시점에서 수은이 막차를 탔다.  

 표면상으로는 금융공기관이 모두 성과연봉제 도입에 성공했지만, 성과연봉제가 정착되기까지는 상당한 험로가 예상된다.

 노동조합과 사측은 서로 접점이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대립하고 있다. 노사합의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확정한 기관은 예금보험공사 한 곳뿐이다. 그나마도 노조원들은 노조위원장이 사측과 단독 합의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반발하는 상황이다.

 특히 근로기준법이 명시한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둘러싸고 노사는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9개 기관 중 8개 기관이 노사합의 없이 이사회의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에 소속된 금융위원회 산하 공기관은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수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주택금융공사 등 7곳이다. 금융노조 소속이 아닌 예금보험공사와 예탁결제원은 한 달 차이를 두고 각각 지난달 27일, 27일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확정했다.  

 9개 금융공기관 중 예금보험공사를 제외한 8곳이 모두 노조와의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유일하게 노조합의를 이뤘다는 예금보험공사도 성과연봉제 찬반 투표에서 반대가 62.7%로 나와 부결됐지만 노조위원장이 사측과 합의한 경우다.

 ◇'취업규칙 변경 요건' 관건…유일호 부총리 "이사회의결로 도입, 불법 아냐"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부 기자실에서 "노동4법이 가장 시급한 민생현안"이라며,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과 함께 신속한 재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2016.05.30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부 기자실에서 "노동4법이 가장 시급한 민생현안"이라며,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과 함께 신속한 재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2016.05.30  [email protected]

 노조는 노사합의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 의결만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한 것은 불법행위라고 항변한다. 근로기준법 94조에 따르면 사측은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사업장에 근로자 과반이 속한 노조가 있을 경우 노조의 의견을, 노조가 없으면 근로자 반 이상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노동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는 동의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성과연봉제가 노동자에게 불리한 규칙인지를 우선 따져봐야 한다.

 성과연봉제는 성과평가에 따라 연봉을 차등지급한다는 점에서 노동자에게 불리한 규칙이라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성과평가를 하면 순위를 매기게 되고, 저성과자로 분류된 노동자는 결국 해고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지난 1월 고용노동부가 저성과자를 해고하고 취업규칙 변경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이른바 양대지침을 발표한 상황이라 불안감은 더욱 크다. 제조업 종사자와 달리 금융권 노동자는 객관적으로 성과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노조의 반대 이유로 작용한다.

 반면 정부는 성과연봉제가 불이익 변경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성과연봉제는) 임금총액이 감소하지 않고, 수혜대상이 더 많으며 누구든 성실히 일하면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과연봉제 도입의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역시 성과연봉제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어 노조나 근로자의 동의를 거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사측들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사회 의결만으로 이뤄진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해 "불법이 아닌 것으로 법률 자문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 17조는 공공기관 이사회의 설치와 기능을 규정하면서 "이사회가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을 심의·의결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김철 금융경제연구소 노동정책실 연구위원은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할 사항에 대해 사용자들이 임명한 이사회가 의결했다고 해서 노조 동의를 대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1968년 일본 최고재판소 판례에서 나온 '사회통념상 합리성' 이론을 굳이 차용하면서까지 국내 근로기준법을 사문화하겠다는 정부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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