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국제

[브렉시트 쇼크]'EU탈퇴'가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

등록 2016.06.26 05:00:00수정 2016.12.28 17:16:0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런던=AP/뉴시스】2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국회 앞 광장 잔디에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를 지지하는 포스터가 놓여 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지난 23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진행됐다. 영국 선거관리위원회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개표 결과 탈퇴 지지표가 51.89%, 잔류 지지표는 48.11%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2016.06.25

【서울=뉴시스】권성근 기자 = 영국이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했다. 브렉시트로 영국이 1973년 유럽경제공동체(EEC·EU 전신)에 가입한 후 43년 만에 유럽 공동체에서 탈퇴했다.

 그렇다면 이번 국민투표에서 EU 탈퇴진영이 승리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EU 탈퇴진영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를 정리해봤다.

 ◇효과 발휘하지 못한 브렉시트 탈퇴에 따른 경제 위기론

 EU 잔류진영은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택할 경우 국민이 더 가난해질 것이라고 경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이런 주장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판세를 뒤집을 만큼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BBC가 25일 보도했다.

 이보다 이민자들이 영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EU 탈퇴진영의 목소리가 저소득층에게 호소력을 발휘했다. 영국 산업연맹(CBI),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영국 재정연구소(IFS)는 한목소리로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실업률이 오르고 파운드는 폭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란은행은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으며 영국 재무부는 EU 탈퇴로 소득세 인상이 불가피하며 국민건강보험(NHS), 교육, 국방 예산은 삭감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브렉시트 후 영국이 미국과 무역협정을 하려면 '줄 뒤(Back of the queue)'에 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지난주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서방의 정치 문명 전체가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논리에 EU 탈퇴진영은 이민 문제뿐만 아니라 영국의 얼마 안 되는 부자들이나 엘리트들의 주머니 속으로 돈이 집중된다며 중산층과 서민층을 자극했다.

 ◇영국 EU 기여금·EU군 편입 논란

 EU 탈퇴진영은 영국이 EU 기여금으로 매주 3억5000만 파운드(약 5950억원)를 내고 있다며 EU에서 탈퇴하면 이를 국민건강보험을 위한 재정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EU에 주당 3억5000만 파운드의 비용을 내고 있다는 주장과 영국군의 EU군 편입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적지 않은 영국인들이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런던=AP/뉴시스】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2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다우닝 10번가 총리 공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노년층 유권자들에게 브렉시트 투표에 앞서 자녀 및 손주들의 미래를 고려할 것을 요구했다. 2016.06.21

 브렉시트 운동 진영은 또 터키가 EU에 가입하면 EU 역내 자유로운 이동 규칙에 따라 영국에서 이민자가 많이 증가할 것이라고 이민자 유입에 부정적인 영국인들의 심리를 자극했다.

 ◇패라지 UKIP 당수 이민 문제 집중 부각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UKIP) 당수는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처럼 이민과 관련된 영국인들의 불만을 파고들었으며 이런 전략은 특히 백인 노동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그는 영국의 영광을 되찾자고 강조하며 유럽뿐 아니라 영국 정치인들의 손으로 들어간 통제권을 되찾아오자고 제안했다. 패라지 대표는 중동 난민 증가에 따른 이슬람 테러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민자 유입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패라지 대표는 과밀학급이 발생하고, 병원에서 대기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일은 모두 이민자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민자들에게 돌아가는 무상 복지로 영국인이 누려야 할 복지 혜택들이 축소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EU 잔류 부정적 여론 설득 실패 캐머런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2010년 총선에서 노동당 집권 13년에 마침표를 찍으며 보수당 정부를 출범시킨 촉망받는 정치인이었지만 EU 잔류 호소에도 브렉시트가 결정되면서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캐머런 총리는 오랜 논쟁거리였던 브렉시트 투표 실시를 2015년 총선 공약으로 내걸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영국 내 반 이민 정서 확산과 뿌리 깊은 반 EU 정서에 EU 탈퇴진영이 결국 승리하면서 10월 전당대회 전까지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캐머런 총리는 EU와의 협상에서 특별한 혜택을 얻어낼 것이라고 설득했지만, 보수당 내에서는 그의 주장에 의문을 나타내는 의원들이 늘어나면서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런던=AP/뉴시스】2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린들리홀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런던과 웨스트민스터 투표소의 투표용지를 분류하고 있다. 영국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브렉시트 국민투표 개표 결과 탈퇴 지지표가 51.89%, 잔류 지지표는 48.11%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2016.06.25

 캐머런 총리는 브렉시트 투표와 관련해 노동당 지지자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지 못했으며 극우정당으로 쏠리는 유권자 마음을 얻기 위해 브렉시트 국민투표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존재감 드러내지 못한 노동당

 영국 노동당은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관련해 EU 잔류 당위성을 부각했지만, EU에 부정적인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실패했다. 노동당은 브렉시트 투표를 앞두고 선거운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민심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16일 조 콕스 노동당 하원의원(42)이 영국 웨스트요크셔주 버스톨에서 정신질환 경력이 있는 토머스 메어에게 살해당해 동정 여론이 일면서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EU 잔류 찬성 여론이 탈퇴보다 높게 나오기도 했지만 최종 결과는 달랐다.

 개표 결과 콕스 의원의 지역구였던 웨스트요크셔주에서도 브렉시트 찬성이 55%로 반대보다 높게 나왔다. 고든 브라운 전 총리,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이 직접 나서 EU 잔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당 지도부와 지지기반 간 브렉시트를 둘러싼 인식 차이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투표율 높은 노인층 브렉시트 찬성에 쏠려

 투표율이 높은 노인층이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EU 탈퇴 찬성 쏠림 현상을 보이면서 결과적으로 영국의 EU 탈퇴를 이끌어냈다. 노년층은 총선 등 주요 선거에서 높은 투표율을 보여왔다. 2015년 총선에서 65세 이상 투표율은 78%를 기록한 반면 18~24세와 25~34세 투표율은 각각 43%와 54%로 나타났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지난 5월15일부터 데드라인인 6월9일까지 260만명의 젊은층이 유권자로 등록했지만 선거 판세를 바꾸지는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벌인 여론조사에서 65세 이상 유권자 5명 중 3명은 EU 탈퇴를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

구독
구독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