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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풀꽃도 꽃이다 ②] '정글만리'후 3년만…사교육 병페 비판

등록 2016.07.12 14:10:12수정 2016.12.28 17: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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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정래, 작가(사진=해냄)

【서울=뉴시스】조정래, 작가(사진=해냄)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우리는 경제 성장에 좇겨 인간을 인간으로 기른 것이 아니라 기계화시켰죠.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문학의 근복적인 정신입니다. 문학이 휴머니즘이라는 건 불변의 명제에요.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것이 교육이니, 그것을 소설로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일흔세살의 소설가 조정래가 펜을 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3년 만에 한국 교육의 부조리한 실태를 파헤친 신작 장편소설 '풀꽃도 꽃이다'(전 2권·해냄)를 펴냈다.

12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분단과 전쟁으로 계속된 삶의 피폐함을 극복하고자 교육만을 위해 발버둥 친 지 50여 년, 과연 아버지 세대가 이루지 못한 꿈과 희망을 자식들이 얻어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군부 정권의 불법 과외 단속 소식을 들으며 손자 시대에는 '불법 과외가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손자의 사교육 실태를 파악한 뒤 배신당했음을 체감하면서 교육 문제에 대한 칼날을 빼들었다고 했다.

 2013년 '정글만리' 출간 이후 3년 간 각급학교와 사교육 현장을 찾아가 관련 종사자를 취재한 후 소설의 틀을 짰다. 이번 책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집필에 돌입, 원고지 2212매 분량의 2권으로 나왔다.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 등 20세기 한국 현대사 3부작'을 비롯해 '정글만리' 등 숱한 베스트셀러를 써왔지만 '풀꽃도 꽃이다'를 쓰는 동안 애를 먹었다고 털어놓았다.

【서울=뉴시스】조정래, 작가(사진=해냄)

【서울=뉴시스】조정래, 작가(사진=해냄)

 "'태백산맥', '아리랑'은 50대에 끝냈는데 당시 매일 35매를 썼어요. '정글만리' 30매씩 썼죠. 이번에는 더 늙어서 20매씩 쓰려고 했는데 작년에 몸이 좋지 않아서 3개월을 까먹었습니다. 나이는 못 속인다는 걸 느꼈죠."

 조 작가는 하지만 "육체적인 힘듦은 별 거 아니었다"며 "교육의 문제를 어떻게 하면 균형 있게 다룰 지 고민을 더 했다"고 말했다.

 "한국 대학 진학율은 과도하게 높아요. 선진국이 덴마크의 2배 가량이 됩니다. 대학 공부를 할 필요가 없는 사람은 방치할 게 아니라 그들을 생활인으로 클 수 있게 사회가 만들어야죠."

 사회의 인식과 관념을 고쳐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그는 "잘못된 인식과 관념이 팽배하니 교육 공무원이 신분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는 슬픈 사회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풀꽃도 꽃이다'의 주인공은 무너진 공교육의 실태 속에서도 잡초처럼 꿋꿋이 신념을 지켜가는 고등학교 국어교사 강교민이다. 조 작가의 신념이 반영된 인물이다. 

【서울=뉴시스】조정래 '풀꽃도 꽃이다'

【서울=뉴시스】조정래 '풀꽃도 꽃이다'

 그는 모의고사 성적표를 복도 벽에 붙여 학생들에게 위화감과 긴장감을 야기하는 '차별 교육'에 반대해 교장실을 찾아 항의한다. 학생들에게는 성적보다 인간의 가치를 더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야 함을 역설하나 잔혹한 생태계에 한가운데 있는 대한민국 현실에서는 녹록하지 않다.

 조 작가의 이상이 현실성이 없을 수도 있다는 지적에 그는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해온 것은 습관화된 상식"이라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선진국은 왜 사회제도를 그렇게 잘 이끌어가는 겁니까? '이건 현실성이 없다'는 건 오히려 무책임하지 않은가요"라고 되물었다.  

  책 제목은 아무도 모르게 피어나는 길가의 잡풀에서도 꽃이 피어나고 그 아름다움을 세상에 알리듯 "우리 모두가 풀꽃으로 태어나 각기 그 빛을 발하며 삶을 영위해야 함을 강조하기 위해 지었다"고 했다.

40조원이 넘는 사교육의 병폐를 지적한 원로 작가는 "수많은 작품을 냈는데 '작가의 말'을 쓰는데 이번처럼 통렬한 심정으로 쓴 기억이 없다"면서 "이 소설이 사회 발전에 다소나마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각권 400쪽, 1만3800원씩, 해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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