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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앵거스 디턴 "빈국에 대한 물질적 원조, 新식민주의 야기할 수도"

등록 2016.09.28 17:01:17수정 2016.12.28 17: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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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6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 성과 공유세미나'에서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6.09.28.  bluesoda@newsis.com

기부금 수혜국에겐 害, 기부국에겐 得 될 수도  젊은 세대가 성장에 참여할 수 있어야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가 현물 원조는 신(新)식민주의의 발생을 야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디턴 교수는 28일  28일 디턴 교수는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으로 개최한 '2016 KSP 성과 공유세미나'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밝혔다.

 디턴 교수는 "세금을 내는 국민 입장에서는 내 세금이 다른 국가로 들어갈 때 자국의 이해에 반하지 않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러한 재정적 흐름때문에 신식민주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디턴 교수와의 일문일답 내용.

 -일각에서는 상당수 선진국들이 '개도국에 대한 물적적 지원을 제한적으로 한다, 선진국을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만 하고 새로운 시장으로서 잠재적인 시장으로서 접근하고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과연 이런 지원 통해 개도국이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러한 의구심이 생기고있는지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제 개인적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지식보다는 돈이 훨씬 더 부패된 것이라고 믿고있다. 대부분의 경우 물적 재원이 빈국으로 들어갈때는 기부국의 이해에 맞춰 들어가게 마련이다. 어떻게 보면 사실 세금을 내는 국민 입장에서는 내 세금이 다른 국가로 들어갈 때 자국의 이해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재정적 흐름때문에 신식민주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기부금은 때로 수혜국에게 해가 되고 기부국에겐 이익이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진국이 원조를 하는 동시에 무기를 파는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얘기는 현실적으로 너무 낭만적인 생각이 아닌가 싶다.  "원조를 주면서 무기를 판매하는 이유는 자국 안에 무기생산업체가 있기 때문이다. 또 같은 국가 안에 이런 사람들을 돕고싶다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원조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편으론 원조를 하고 한편으론 무기를 파는 행동은 자국의 이해만 생각하고 수혜국의 이익은 생각하지 않는 처사라고 생각한다."

 -저서 '위대한 탈출'에서 어느 정도의 불평등은 성장의 동력이 되지만 오히려 성장을 질식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균형 맞추는 게 사회의 역할이란 얘기로 이해되는데 현재 우리 사회는 양극화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한국이 경제발전단계상 양극화 지표로 볼 때 어느 쪽에 더 가깝나.   "불평등이라는 이슈는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모든 곳에서 이슈다. 불평등이 개발의 결과물이면서도 개발에 기여하기도 한다,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책에 썼다. 나보다 더 나은것을 할수 있다는걸 보여주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돼서 도움이 되면서도 반대로는 이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여주면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양면성이 존재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한국데이터는 사실 다른 세계의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불평등 관련 지표가 그렇게 (심하게) 나타나고는 있지 않다. 불평등이 있다고 인식이 되고 있는 것으로 느끼고 있다. 재분배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보다는 뒤처지는 집단이 없도록 해야된다고 말씀드리고싶다. 젊은 세대들이, 새로운 아이디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성장에 참여하고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한국사회가 수십년간 고도성장을 해 왔는데 최근 빈부격차나 청년실업문제 고령화 문제 등 여러 사회문제가 도출되고 있다. 국가 내부의 문제도 있지만 한국이 소규모 개방형 국가이기때문에 대외경제에 취약해서이기도 하다. 한국은 위대한 탈출의 좋은 사례라지만 지금 또 다른 위대한 탈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한국 경제에 조언을 해 줄 수 있다면?  "많은 국가들이 한국의 문제들만 가질 수 있다면 기뻐하는 국가가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성장의 결과물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 불평등에 대한 우려나 출산율 저하 때문에 발생되는 고령화, 혹은 저성장 문제는 성공했기 때문에 생기는 결과물이다. 한국이나 중국처럼 이렇게 고도로 높은 성장률을 오랜기간 유지한 국가는 역사적으로 볼 때 거의 없다. 특히나 뒤쫓아 가면서 성장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한국이나 중국의 경우 이제는 저성장에 적응을 해야한다. 중국을 방문하면 중국사람들은 7% 성장률이 거의 재앙이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전세계적으로 그 어떤 국가도 이런 수준의 성장률을 보이는 국가는 없다. 지금 세상이 너무 살기 어렵다고 하지만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도 살기 좋은 세상이기도 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원조에 의존하던 한국이 60, 70년대 시장개방 수출 주도로 경제성장을 이뤘다. 이런 정책의 전환이 위대한 탈출에 기여했다고 생각하시는지, 개도국에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는지 궁금하다.  "저도 그런 문제 많이 생각해 봤다. 한국 역사에 대해 그렇게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제도적 변화가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전쟁 후 여러 차원의 개혁이 이뤄졌고 개발이나 개방에 대한 의지를 가진 정부가 있었다는것은 많은 도움이 됐다. 물론 그때 당시엔 우연일지 모르겠으나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할 수 있다. 현재 과거를 돌아보고 하는 말일 수 있지만 당시에는 이 얘기가 논란거리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한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분배지표가 불균형 정도 심하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그래도 어쨌든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불만이 많은건 사실이다. 양적이라기보다는 분배의 질적인 문제, 공정하게 이뤄지느냐에 대한 불만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국의 경우 분배의 질이, 공정성 문제가 어느 정도 있다고 보는지.  "한국의 우려가 과도하다고는 볼 수 없다. 다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깊이 들어가면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다른 것에 대한 불만인경우 많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불평등 때문에 트럼프를 지지하는게 아니다. 트럼프는 '불평등의 표본'이라고 말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사람이다. 지지자들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그에게 투표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 이 사람들은 '내 몫을 제대로 못받았다, 뒤처지고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지는 못하지만 제가 느끼기엔 한국 젊은세대들은 부모들이 누린 기회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는 것 같다.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에 불만이 있는지를 국가차원에서 연구를 해야한다고 본다. 재분배를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건 사실 격차의 문제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닐 수도 있다. 재분배를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는것은 잘 되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불평등이 긍정적 작용을 하려면 그 사회가 갖춰야될 게 뭐라고 생각하는지?  "다른 사람의 부를 축적하지 못하게 하면서 자신의 부를 축적하는것이 문제다. 나에게만 특권을 제공해 달라고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본다. 이는 전혀 성장을 장려하지도 않고 사람들에게 절망감만 안겨주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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