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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OPEC 원유감산 합의에 세계시장 '희색'…이행까진 먼길

등록 2016.09.29 11:41:25수정 2016.12.28 17:4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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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AP/뉴시스】석유수출국기구(오펙)회원국 장관들이 28일(현지시간) 알제리 알제에서 유가 안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날 회원국들은 감산에 전격 합의했다. 2016.09.29

【알제=AP/뉴시스】석유수출국기구(오펙)회원국 장관들이 28일(현지시간) 알제리 알제에서 유가 안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날 회원국들은 감산에 전격 합의했다. 2016.09.29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원유 생산량을 하루 최대 75만 배럴가량 줄이기로 합의하면서 세계 시장에 희색이 돌고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원자재 가격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의 보도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14개 OPEC 회원국들은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서 4시간 반 동안에 걸친 회담 끝에 저유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원유 생산량 감산 필요성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OPEC 회원국들은 하루 원유 생산량을 지난 달 기준 3320만 배럴에서 3250만∼3300만 배럴로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기로 합의했다. 하루 원유 생산량이 최대 75만 배럴 정도 줄어들게 된 것이다.  

 OPEC이 실제로 원유 감산에 돌입하게 된다면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OPEC 회원국들은 산유량 감산을 위한 위원회를 발족해 회원국별 감산 목표치를 정한 뒤 오는 11월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정례회의 때 이를 보고할 예정이다. OPEC은 러시아를 비롯한 비(非) OPEC 회원국들과도 감산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FT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그동안 죽자 사자 기름을 퍼 올리면서 미국의 셰일석유 등 생산 비용이 많이 드는 생산업자들을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으나 이번 원유 생산량 동결 합의와 함께 기존의 전략에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 주재 소시에테제네랄의 원유시장 분석 책임자인 마이크 위트너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원유 생산량 감축은 분명히 낙관적인 것이다. 물론 실질적인 감축량이 어느 정도 될지 아직은 분명치 않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장 관리(market management) 시대로 되돌아 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FT는 그러나 이번 합의에 구체적인 감산 내용이 결여돼 있다면서 시장에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고 전했다.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의 하이메 웹스터는 FT와의 인터뷰에서 “OPEC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다. 각각의 산유국들이 감산량을 결정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다”라고 말했다.

 ◇ 동결 불참 선언한 이란 ‘변수’

 올해 초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에서 풀려난 이란은 원유 생산량 동결에 불참을 선언했다. 이번 OPEC 합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다.

 OPEC 회동을 하루 앞둔 27일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현 수준에서 우리는 (산유량을) 동결할 준비가 안 됐다"라고 말했다. 잔가네 장관은 이란이 국제 제재를 받기 전인 2011년 하루 400만 배럴 이상의 산유량을 복구할 수 있을 때까지 생산량을 동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OPEC 내 점유율을 제재 이전 수준인 13%까지 끌어 올리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OPEC의 현재 산유량 기준 13%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이란이 산유량을 하루 420만배럴까지 늘려야 한다.

 서방의 경제제재에서 벗어나 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란은 현재 하루 360만 배럴 정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60만 배럴을 더 생산하겠다는 것이 이란의 입장이다.

 ◇ 국제유가 하루 상승폭 4월 이후 최고

국제유가는 OPEC의 산유량 감축 합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등했다. 28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38달러(5.3%) 오른 47.05달러에 마쳤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하루 최고 상승폭이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브렌트유 선물은 전날보다 2.72달러 상승한 48.6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 증시도 상승

 국제유가 상승으로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29일 일본 닛케이225지수(닛케이평균주가)는 전일 대비 140.90포인트(0.86%) 상승한 1만 6606.30으로 출발했다.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0.14% 오른 2992.17로 거래를 시작했다. 선전성분지수도 전장 대비 0.09% 상승한 1만477.04로,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차이넥스트는 전장 대비 0.08% 오른 2141.34로 개장했다.

 전날 뉴욕증시에서는 에너지주들의 상승세에 힘입어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10.94포인트(0.61%) 상승한 18,339.24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1.44포인트(0.53%) 높은 2171.3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2.84포인트(0.24%) 오른 5318.55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에너지 기업인 캐터필러와 엑손모빌이 각각 4.5%와 4.4% 급등했다. 셰브런도 3.2% 올랐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 원자재 가격 일제히 상승

 28일 원자재 가격도 일제히 상승했다. 주석을 비롯한 주요 금속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주석 가격은 전장대비 0.6% 오른 t당 1만9850달러에 마감됐다. 지난해 1월 이후 최고치다. 니켈 가격은 전장대비 0.6% 상승한 t당 1만695달러를 기록했다. 아연 가격은 0.6% 오른 2333달러에 마감됐다. 구리 가격은 0.7% 오른 4818달러에, 알루미늄은 0.9% 상승한 1665달러에 거래됐다. 납 가격은 1.6% 뛰어올라 1997달러를 나타냈다. 이는 16개월 만에 최고치이다.

 ◇ 산유국‧신흥국 통화 가치 상승세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며 노르웨이 크로네, 캐나다 달러, 브라질 헤알 등 산유국 통화 가치가 뛰어 올랐다.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통화도 강세를 나타냈다. 달러 대비 멕시코 페소 환율은 0.07% 내린 19.3724페소에 거래됐다. 달러 대비 브라질 헤알 환율은 0.41% 하락한 3.2208헤알을 나타냈다.  주요 10개 통화에 대한 달러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블룸버그 달러 스팟 지수’는 0.1% 떨어졌다. 올 들어 달러화 가치는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4.2% 하락했다.

 ◇ 미국 국채가격 하락세

 미국 국채가격은 OPEC의 산유량 감산 합의로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가 강해지면서 하락세를 보였다. 28일 오후 3시 현재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장 대비 1.1bp 높아진 연 1.567%에 거래됐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0.9bp 상승한 2.288%를 보였다.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0.8bp 오른 0.754%를 나타냈다.

 ◇ 옐런 의장, 금리 인상 가능성 시사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은 28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다시 시사했다. 옐런 의장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증언에서 "경제가 현재와 같은 경로를 이어간다면 올해 일부 완화적인 정책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상 시기는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찰스 에번스 미국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8일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 참석해 미국의 저조한 성장과 인구 고령화, 낮은 생산성으로 인해 금리를 인상해도 그 폭은 낮을 것이며, 저금리 여건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에번스 총재는 “우리는 저금리 여건을 한동안 유지할 수 있다. 금리 정상화가 굉장히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저금리는 미국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 아니다. 단순히 연준의 정책에 의한 것만도 아니다. 그것은 경제의 기초여건으로 지지되는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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