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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불역쾌재' 장우재 연출 "거리 둬야 더 많은 것 보여"

등록 2016.10.16 09:22:58수정 2016.12.28 17: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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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장우재 연출(사진=LG아트센터)

【서울=뉴시스】장우재 연출(사진=LG아트센터)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연출가 겸 극작가 장우재가 신작 연극 ‘불역쾌재’로 풍경화를 그린다. 지난 3년간 그에게 각종 연극상을 안긴 ‘여기가 집이다’ ‘환도열차’ ‘햇빛샤워’는 단면화였다. 세상에 대한 치열한 성찰로 사회의 단면이 엿보였다.  

 문인 성현(成俔)이 쓴 기행문 ‘관동만유(關東漫遊)’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불역쾌재’에서 느릿하고 관조적인 시선을 던진다. 조선시대의 두 대감 ‘기지’와 ‘경숙’이 왕의 질문을 품고 금강산으로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최근 LG아트센터에서 만난 장우재 연출은 ‘불역쾌재’에 대해 “기승전결 식으로 한번에 꿰어지는 작품이 아니다”라며 “두 선비의 여정을 원근법 없으로 풍경화 보듯 음미하듯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제목 ‘불역쾌재’는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뜻이다. 다산 정약용의 ‘불역쾌재행(不亦快哉行)’, 중국 문인 김성탄의 ‘불역쾌재삼십삼척(不亦快哉三十三則)’ 등 옛 선비들이 세상을 달랬던 시에서 따왔다.

 ‘관동만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3~4년 전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의 ‘한문서사의 영토’를 읽게 되면서다. 그 책에 실렸던 ‘관동만유’를 보면서 자신이 해맑게 웃고 있는 걸 발견한 것이다.  

 “두 선비가 말도 안 되는 것으로 싸우고, 서로의 인기를 확인하고.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조선시대에 대한 편견을 깼어요. 나도 작품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당시 조선시대에 어두운 일을 털어버리고 싶어서 이런 글을 썼다는 상상을 하게 된 것이다. 이후 정약용의 시까지 읽게 되면서 글이 완성됐다. 이야기는 상상 속 조선으로, 현재성도 가지고 있다.

【서울=뉴시스】장우재 연출(사진=김윤희 Studio AL)

【서울=뉴시스】장우재 연출(사진=김윤희 Studio AL)

 예전과 달리 작품에 대한 시선이 거리를 두고자 한 것처럼 느껴진다. 장우재는 “그래야 더 많은 것이 보인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어떤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호소하기보다 원 상태를 충실히 묘사해사며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다양한 생각을 해보려 는 경향이 생겼죠.”

 자신으로서는 처음 접해보는 1000석짜리 큰 극장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도 느끼지만 “대극장이라 작품에서 의도한 것처럼 거리감이 생겨서 만드는 재미가 있다”고 웃었다.

 작품을 거리를 두고 보게 된 계기는 많다. 그 중 하나는 이경성, 윤한솔, 적극 등 젊은 창작진들의 활약도 영향을 끼쳤다. “관객들을 감동이라는 코드로 휘감는 것 말고, 조금은 이성적인 거리를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안겨줬죠. 저는 제 식대로 그것을 찾아보자고 생각한 거죠.”

 풍류를 즐기는 호인 경숙과 실용학문의 대가 기지 역에는 50년 이상 연극 무대를 지켜온 관록의 배우 이호재와 오영수가 캐스팅됐고 왕과 호위무사는 이명행과 최광일 등 맡는 등 출연진이 화려하다. 두 명의 ‘사관’은 장우재 사단인 윤상화와 김정민이 연기하며 그에게 힘을 실어준다.     

 “이호재, 오영수 두 선생님은 이번에 첫 작업인데 항상 두 분의 노하우를 받고 싶었죠. 그런 부분은 이번 작품의 부수입죠. 하하.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명배우들을 제가 작품에 과하지 않게 꿰는 것이 중요해요.” 

【서울=뉴시스】장우재 연출(사진=김윤희 Studio AL)

【서울=뉴시스】장우재 연출(사진=김윤희 Studio AL)

 1994년 ‘지상으로부터 20미터’(연출 김광보) 극작가로 대학로에 데뷔한 장우재는 2000년대 초 ‘차력사와 아코디언’ 등으로 주목 받다 2007년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지방 방송사 작가, 택시기사를 하고 도금공장에 다니기도 했다.

 2010년 연극계로 돌아와 다시 부활을 알린 그는 점차 힘을 빼고 있다고 했다. “삶에서 채우려하거나 욕망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은 거의 많지 않아요. 한계 지점 바로 아래 놓여 있는 가능성을 조합하는 것의 묘가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하죠.”

 ‘왕의 스승’으로 불릴 정도로 존경 받다 정치적 스캔들에 연루돼 하루아침에 파직 당하는 기지와 경숙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은유적으로 현재 상황이 겹친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시대가 읽히는 샘이다.  

 “직접적인 표현으로 관객을 계몽시키거나 감동시키기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상황에서 의식의 균열 같을 느끼게 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연스럽게 관객 안에서 툭 툭 걸리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니 이번 연극은 부담 없이, 마실 나오듯 들러서 함께 나누셨으면 하죠.” 오는 26일부터 11월6일까지 LG아트센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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