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국제

캐나다 아기예수상, "복원이냐, 훼손이냐" 논란

등록 2016.10.21 16:17:18수정 2016.12.28 17:48:56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드버리=AP/뉴시스】캐나다 온타이로주 서드버리에 있는 생텐데펭 성당의 성모마리아와 아기 예수 석상. 지역의 조각가가 훼손된 아기 예수상의 머리 부분을 돌이 아닌 테라코타로 제작한 데다가, 기존의 아기 예수 이미지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2016.10.21 

【서드버리=AP/뉴시스】캐나다 온타이로주 서드버리에 있는 생텐데펭 성당의 성모마리아와 아기 예수 석상. 지역의 조각가가 훼손된 아기 예수상의 머리 부분을 돌이 아닌 테라코타로 제작한 데다가, 기존의 아기 예수 이미지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2016.10.21

【서울=뉴시스】오애리 기자 = 캐나다에서 아기 예수상 복원 결과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아기 예수상의 소실된 머리 부분을 한 예술가가 복원하기는 했는데, 도저히 예수의 얼굴이라고 보기에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4년전 스페인 사라고사에서 벌어졌던 '황당 성화 복원' 사건이 캐나다에서 재연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가디언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문제의 조각상은 캐나다 서드버리의 생텐데펭 가톨릭 성당의 경내에 세워져 있는 것으로, 성모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석상이다. 약 10여년전 이 석상은 괴한들에 의해 아기 예수의 머리 부분이 잘려나가는 피해를 입은데 이어 약 1년전 또다시 똑같은 피해를 입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10년 전에는 괴한들이 아기 예수의 머리 부분을 땅 바닥에 버리고 도망쳤던 반면, 이번에는 아예 가지고 도망쳤다는 사실이다.

 성당의 제라르 라죈스 신부는 지난 몇달간 아기 예수상을 복원하는데 들어가는 약 1만 캐나다 달러를 모금하기 위해  현지 기업가들과 접촉해오던 차에 최근 지역의 한 여성 예술가 헤더 와이즈의 방문을 받았다. 와이즈는 신부에게 아기 예수상의 머리가 떨어져 나간 것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자원 봉사로 복원해주겠다고 제안, 신부로부터 승락을 받았다.

 훼손된 조각상의 아기 예수 머리가 복원된 것은 약 2주전. 하지만 아기 예수의 머리를 본 신도들은 경악했다. 도저히 아기 예수라고 보기 힘든 모습인데다가, 돌이 아닌 진흙 테라코타로 제작돼있었기 때문이었다. 얼굴 모양도 이상한 데, 색깔마저도 테라코타 특유의 오렌지 색이다 보니 신자들의 눈에는 더 이상하게 보였던 것이다. 영국 데일리 메일을 아기 예수의 얼굴을 '무서운 악귀'로 표현하기까지 했다.

 제라르 라죈스 신부는 캐나다 공영 C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신도들이 놀라고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신학교에선 이런 일에 대해 훈련을 받지 못했다"고 농담을 섞어 대답했다.

 와이즈는 지역 대학에서 조각을 공부하기는 했지만 돌조각은 해 본 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인터뷰에서 "우선 테라코타로 아기 예수 머리를 만들어 임시적으로 복원한 다음 내년에 돌로 제작해 영구적으로 복원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아직 완성된게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성당 신도 대부분은 이번 복원 결과에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아기 예수의 얼굴을 애니메이션 심슨의 '매기 심슨'에 비유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성모 마리아가 왜 눈을 감았는지 알 것같다"는 글도 있다. 복원된 아기 예수의 얼굴이 너무 못생겨서 성모 마리아 조차 눈을 감았다는 것이다. 어떤 네티즌은 "어차피 예수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무도 모르는데, 얼굴을 어떻게 만들던 무슨 상관이냐"는 쿨한 반응도 보였다.

 한편 이번 복원 논란을 스페인 사라고사 성당의 성화 복원과 비교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2년 사라고사 성당에서 80대 할머니 신도가 19세기 스페인 화가 엘리아스 가르시아 마르티네스의 프레스코화 '에케 호모('이 사람을 보라'는 뜻)' 성화가 훼손돼있는 것을 안타까워한 나머지 직접 붓을 잡아 복원을 시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결과는 황당함 그 자체였다. 그나마 남아있던 가시면류관을 쓴 예수의 모습이 모두 사라지고 우스꽝스런 만화같은 그림으로 바뀌어버린 것. 복원이 아니라 심각한 훼손이었다. '역사상 최악의 복원'이란 비판이 쏟아지면서, 일각에서는 오지랍 넓은 할머니를 법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하지만 신의 오묘한 섭리를 인간은 알 수없는 법인 모양이다. 이 우스꽝스런 벽화가 인터넷 상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직접 보겠다며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줄을 이었고, 성당과 할머니가 돈방석에 올라앉게 된 것이다. 성화를 넣은 각종 기념품들이 날개돋힌 듯 팔려나갔고, 심지어 올 여름에는 복원 과정을 소재로 한 코믹 오페라로까지 제작돼 인기를 끌기도 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

구독
구독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