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한일회담 9시간 전 외교전략 보고서도 받아봤다"
【서울=뉴시스】김동현 기자 = 박근혜 정권의 '비선 최순실'이 남북 군사관련 극비사항 뿐 아니라 한일회담을 앞둔 우리정부의 외교전략 보고서까지 받은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26일 JTBC에 따르면 최순실 PC에서 발견된 문건 중에는 한일 회담에 관련된 외교문서도 있었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 2013년 1월 4일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 연맹 간사장 등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보낸 특사단을 접견했다. 박근혜 정부가 공식 출범에 앞서 가진 한일간의 사실상의 첫 회담이었다.
당시 접견을 앞두고 우리정부는 A4 9장 분량의 시나리오를 만들었는데, 일본 특사단의 예상 발언과 이에 대한 박 당선인의 입장 표명 방안 등이 담긴 문건이었다.
특히 문건에는 독도 문제에 대해 "일본측이 언급할 경우 미소를 짓고 먼저 언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돼 있다. 이는 당선 인사를 하러 온 일본 특사단에 양국의 민감한 사안을 굳이 건드릴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보이지만, '독도 문제'를 의도적으로 피하면서 '웃으라'고 조언하는 대목을 놓고서는 논란이 예상된다.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화염병을 던지고 한국으로 왔다가 우리 법원으로부터 중국인도 결정을 받은 중국인 류창씨에 대해선, "한국 사법부가 독립적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말한 뒤, "일본 측의 이해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한다는 예상 답변이 실려있었다.
이처럼 한일 회담에 대한 우리정부의 전략이 담긴 외교 극비사항을 '일개 부녀자'에 불과한 비선 최순실이 대통령과 똑같은 반열에서 외교전략 보고서를 회담 9시간 전에 보고받은 셈이다.
특히 최순실이 해당 보고서를 받고 수정을 해서 다시 박 대통령측에 넘겼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 다. 그러나 수정 목적도 아닌 외교전략 보고서를 한일회담 9시간 전에 급하게 최순실에 넘긴다는 것도 쉽게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다.
따라서 최순실이 우리정부의 외교전략에까지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가 그야말로 겉잡을 수 없는 형국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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