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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재훈의 더블 데이트]클라라 주미강 & 손열음 "다른데 편안"

등록 2016.11.09 17:57:39수정 2016.12.28 17: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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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왼쪽)과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스트라디움에서 열린 '슈만-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와 로망스'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16.11.09.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왼쪽)과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스트라디움에서 열린 '슈만-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와 로망스'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16.11.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슈만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1악장은 태양이 질 때, 뜨거움을 닮았다. 지난한 낮의 피곤함을 잊고 쉼터로 찾아가는, 저녁 노을을 배경으로 날아가는 검고 흰 새의 날개짓을 떠올리게 한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29)의 섬세하면서도 애절한 바이올린 선율, 피아니스트 손열음(30)의 강렬하면서도 유연한 타건의 조합이 이 장면을 그렸다. 슈만의 현실적 경험과 고통, 그의 몸부림까지 느껴지는 이 곡이 두 젊은 연주자로 인해 생생한 생명력을 얻었다.  

 한국의 젊은 클래식계를 대표하는 클라라 주미 강과 손열음이 데카를 통해 듀오 음반 '슈만·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와 로망스'를 발매했다. 클라라 주미 강이 1집 '모던 솔로' 이후 5년 만에 내놓는 앨범에 손열음이 힘을 실었다.

 9일 오전 이태원 스트라디움에서 만난 클라라 주미 강은 "언니랑 꿈꾸던 음반 녹음을 마침내 이뤘다"고 눈빛을 총총거렸다.

 절친한 두 사람이 듀오 음반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여러 연주회를 통해 이미 찰떡궁합의 호흡을 과시해왔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오른쪽)과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스트라디움에서 열린 '슈만-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와 로망스'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2016.11.09.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오른쪽)과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스트라디움에서 열린 '슈만-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와 로망스'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2016.11.09.   [email protected]

 클라라 주미 강은 손열음과 잘 맞는 이유에 대해 "완전히 다른 성향인데 그것을 맞춰가기보다 서로의 개성을 건드리지 않은 선에서 앙상블을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슈만은 피아노에 치중이 돼 있는 쪽이에요. 피아노가 어떤 면에서 돋보여야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이올린 입장에서는 피아노가 좀 자제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죠. 피아노보다 울림통이 작거든요. 언니는 고맙게도 피아노의 특색을 다 드러면서 피아노 소리를 줄여줘요. 그것이 힘든 걸 너무 잘 알죠. 서로 비슷했다면 오랫동안 찾지 않을 것 같아요. 호호."

 앨범에는 독일 낭만주의 최고의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과 요하네스 브람스, 그리고 슈만의 아내 클라라 슈만의 음악을 사이좋게 실었다. 슈만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과 3개의 로망스, 클라라 슈만의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3개의 로망스 작품,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3번 등을 지난 3월 독일에서 녹음했다.

 세 사람은 삼각관계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사이다. 클라라와 로베르트는 부부였다. 브람스에게는 클라라는 영원한 플라토닉 러브의 상대였다. 클라라를 만난 후 브람스는 독신으로 살았다. 로베르트가 숨을 먼저 거둔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클라라와 브람스는 음악적 영감을 주고받았다. 클라라 주미 강의 클라라는 이 클라라에게서 따온 것이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왼쪽)과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스트라디움에서 열린 '슈만-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와 로망스'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2016.11.09.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왼쪽)과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스트라디움에서 열린 '슈만-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와 로망스'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2016.11.09.   [email protected]

 클라라 주미 강은 "연인, 가족, 친구 사이에 있는 너무 많은 종류의 사랑이 세 작곡가 곡에 담겨 있어요"라고 봤다. "특히 브람스는 브람스는 사람의 감정보다는 세상에 있는 걸 음악에 넣죠. 자연, 풍경 등이요. 슈만은 감정에 몰입해요. 자기 세계에 있는 작곡가죠."

 손열음 역시 클라라 주미 강과 해석이 비슷하다고 했다. "슈만과 브람스는 친했고 서로가 없었으면 불행했을 겁니다. 근데 양극단의 작곡가라고 생각해요. 슈만음 마이크로(micro·미세)한 작곡가, 브람스는 매크로(macro·거대)한 작곡가죠, 슈만은 세포 하나하나 생각한 것 같고, 브람스느 꾹꾹 누른 느낌이 강해요."  

 클라라 주미 강과 손열음이 처음 손을 맞춘 건 12년 전인 2004년이다. 당시 클라라 주미 강은 한국예술종합학교 1학년, 손열음은 같은 학교 3학년이었다. 클라라 주미 강이 시험곡으로 선택한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고른 뒤 손열음에게 반주를 부탁했다. 현악사주중단 '노부스콰르텟'의 김재영이 징검다리가 됐다.  

 손열음은 "클래식 음악 잡지에서 보던 신동을 직접 보게 돼 신기했다"며 "그 때 볼살이 통통해서 정말 귀여웠다"고 웃으며 떠올렸다. "사람 대 사람으로 친해서 음악적으로도 편해요. 앙상블에는 여러 종류가 있어요. 집중된 관계, 긴장감으로 부러질 것 같은 관계가 있는데 저희 둘은 편해서, 계속 하게 됐어요." 클라라 주미 강은 "그때까지 저에게 귀엽다고 해준 사람은 언니가 처음이었다"고 웃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왼쪽)과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스트라디움에서 열린 '슈만-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와 로망스'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16.11.09.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왼쪽)과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스트라디움에서 열린 '슈만-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와 로망스'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16.11.09.   [email protected]

 두 사람이 처음 정식으로 무대 위에서 같이 공연을 한 건 2011년 대관령 국제 음악제다. 당시 5분짜리 곡으로 짧게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은 2012년 클라라 주미 강이 카네기홀 데뷔 무대 때 손열음에게 피아노를 부탁하면서 본격적인 듀오로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2013년 듀오 리사이틀도 열었다.  

 오는 17일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새 앨범 발매 기념 듀오 콘서트를 연다. 2013년 이후 종종 호흡을 맞춰 온 두 사람은 지난달 마린스키 극장에서 이 앨범 수록곡 레퍼토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숱한 호흡 속에서 연주자로서 서로에 대한 존중심이 자연스레 꽃피웠다. 클라라 주미 강은 "열음 언니는 등장부터 압도적"이라며 "연주 내내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이 더 신기하다"고 말했다.

 손열음은 클라라 주미 강의 장점이 많아 꼽기 힘들다면서 "노래하는 것처럼 연주해요. 부모님이 성악가(베이스 강병운)라는 점도 영향이 없지 않은 것 같은데 모든 악기하는 사람들의 꿈은 노래하는 것처럼 하는 건데 그걸 구현한다"고 화답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스트라디움에서 열린 '슈만-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와 로망스'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2016.11.09.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스트라디움에서 열린 '슈만-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와 로망스'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2016.11.09.   [email protected]

 두 사람은 이번 음반 작업을 통해 '음반녹음'의 즐거움도 깨달았다. 클라라 주미 강은 이전에 녹음에 대한 환상이 없었다고 했다. "제 해석 100가지 중 하나를 골라서 내는 것이라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정말 함께 하고 싶은 피아니스트랑 하지 않은 이상 소나타집을 내지 않겠다고 몇년 동안 미뤘죠. 열음 언니가 '노(No)' 했으면 음반을 안 냈을 거예요."

 1집 '모던 솔로' 이후 음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도 있었다. "이번에 녹음하면서 훨씬 좋았어요. 전 작업은 3일 동안 혼자 외로웠는데 이번에는 너무 편했죠. 언니 덕분에 세 작곡가와 더 친해진 것 같아요."  

 올해 초 앨범 '모던타임스' 때부터 음반 녹음의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는 손열음은 "무대 연주는 배우도 돼야 하지만 감독도 돼야 하죠. 연기하는 동시에 디레팅을 해야 한다"며 "반면 레코딩은 후반 작업이 있어 연기 위주로 할 수 있죠. 작곡가가 내고자 한 음을 더 생각할 수 있어요. 작곡가의 감정을 끄집어내는 작업은 연주보다는 레코딩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또 음반을 내고 싶냐는 물음에 클라라 주미 강은 '글쎄요'라며 멈칫거렸고, 손열음은 "또 하고 싶다"고 눈을 반짝였다. 그제서야 클라라 주미 강이 본심을 털어놓았다. "열음 언니는 모두가 함께 하고 싶어하는 귀한 파트너라, 저와만 한다는 인상을 주기가 조심스럽죠. 그래서 부탁하기가 어려워요. 하지만 한다면 언니랑 하고 싶어요. 호호~"

 서울 공연에 앞서 10일 마포아트센터, 11일 대구콘서트하우스, 12일 오산시청, 13일 전주소리문화의전당을 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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