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사회

[경기, 청년 해외취업의 민낯]⑤··<끝> '인생이 걸린 사안'… 전문가들 "해외취업 신중에 신중을"

등록 2016.12.09 15:24:02수정 2016.12.28 18:02:3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사진=뉴시스 DB)

(사진=뉴시스 DB)

"취업의 양이 아닌 질이 우선"…철저한 준비는 필수  "현지 노동시장 파악 후 맞춤형 인력 양성해야"  "취업 기관 선정 시 엄격한 잣대 적용해야"

【수원=뉴시스】 김동식 김지호 기자 = 경기도의 청년 해외진출을 위한 사업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마련됐다.

 민선 6기 핵심사업으로 4년간 청년 500명을 해외로 진출시킨다는 포부도 있었다.

 뉴시스 취재결과, 중장기 계획으로 시작한 도와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경경련)의 해외취업사업은 멀쩡한 20대 청년을 머나먼 타국으로 보내 꿈을 좌절시키는 등 애초 목표에서 크게 벗어나게 됐다.

 현지 운영기관 선정에서 보여준 투명하지 못한 일 처리부터 사업 관련자들의 도덕적 해이까지 겹치면서 어설픈 사업 결정과 집행 전반에 걸친 부실한 '민낯'을 보여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출발부터 어긋나기 시작한 도와 경경련의 미숙함에 대해 해외취업 전문가들은 캐나다 정부의 외국인 근로자 정책, 현지 분위기 등에 대한 사전 정보 파악이 이뤄지지 않는 등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면서 도가 내년에 다시 해외취업사업을 벌인다는 소식에 "양이 아닌 질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해외취업 사업은 20·30대 청년의 인생이 걸린 사안…'신중해야'

 "자칫 잘못하면 참가한 청년의 중요한 시기에 해외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인생까지 파탄 날 수 있어서 해외 취업 사업의 모든 과정을 신중에 신중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의 케이무브(K-Move)를 담당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해외취업총괄업무를 맡은 문현태 팀장은 사업 추진 이전 단계부터 철저한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팀장은 "해외 취업은 국내에서의 노력보다 현지 실정을 파악하고 해당 국가와의 협조 관계부터 구축해야 한다"면서 "캐나다의 경우, 코업 비자를 통한 취업은 이미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DB)

(사진=뉴시스 DB)

 캐나다 정부의 자국민 보호 정책이 최근에 벌어진 일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시작됐다는 이유에서였다.

 문 팀장은 "캐나다 현지 취업의 질은 계속 높아지고 있어 단순 업무 외에는 취업 자체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정부가 추진 중인 케이무브도 캐나다로의 취업 지원을 이미 다 접은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해외취업진흥협회 관계자는 "캐나다 현지에서 원하는 직종은 수리공, 배관공 등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분야에 한정돼 있고 일반 사무직 등은 이미 자국 내에서도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비자에 코업 비자를 받는 것보다는 워킹홀리데이를 발급받아 캐나다로 가는 것이 차라리 사정은 낫다. 신분 보장이 안 된 상태로 근무하다가 캐나다 이민청에 걸렸으면 내쫓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해외 취업 사업은 현지에서의 활동이 중요하고 직업 소개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기관들이 있고 전문적인 직업소개소 등을 통해 사업을 진행했어야 한다"면서 "사업 추진에 앞서 충분한 준비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실적 위주의 사업이 아닌 '질을 중요시해야'

 전문가들은 투명한 사업 진행뿐 아니라 실적보다 '취업의 질'을 우선시하는 철학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국내 지방자치단체 중 해외취업 지원사업의 성공사례를 만들어가는 부산광역시는 단순히 보이는 통계치(취업률)보다 실제 현지 기업에 취업했는지를 중요시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우선 국가를 정해서 해외취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운영기관이 책임을 지고 지원자에게 알맞은 직종을 찾아 매칭시켜 사업을 진행한다"며 "국내에서 충분한 준비를 한 뒤 해외로 출국을 시킨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지난해 10개 국가의 53개 기업에 참가자 75명을 취업시켰다. 직종별로는 물류사무, 무역사무, 디자인, 패션, 소프트웨어개발 등 다양했다.

 아이러니하게 도 담당부서 관계자들은 올해 초 부산시의 해외취업 사례를 벤치마킹했었다.

 국내에서도 해외취업에 대해 엄격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도 나왔다.

(사진=뉴시스 DB)

(사진=뉴시스 DB)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에서 추진하는 해외취업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해외에서 국내 청년이 자리를 잡아 직무역량을 쌓고, 국내에 돌아와 발전을 이루는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해외취업에 성공할 경우 지급하는 장려금의 기준이 되는 연봉이 고작 1500만원 선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 사정을 고려해도 연봉 1500만원 수준의 직업은 수준이 낮고, 사실상 보내지 않는 편이 낫다"며 "낮은 연봉 수준의 직종은 국내로 돌아와도 취업에도 실패하고 이른바 '스펙'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2014년 해외취업자 1783명 중 48%에 달하는 849명이 국내로 돌아왔고, 이 가운데 국내 기업 취업에 성공한 이들은 386명(45%)에 불과했다.

 김 연구위원은 "무조건 해외로 보내 취업을 시키기보다는, 국내에서 해외취업을 담당하는 기관에서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해당 국가에서 어떤 직종을 요구하는지 사전에 충분히 파악한 뒤 일자리를 매칭해서 보내야 한다"며 "해외취업 알선 기관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내년에 해외취업 재가동"…40명 취업 목표  

 도는 지난해에 이어 내년에도 청년해외취업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해외취업사업비로 편성한 내년도 예산은 5억원이다.

 도는 이 돈으로 국내외 교육기관연계센터를 구축하고 사업전담인력을 운영하는 한편 40명의 청년을 또다시 해외로 취업시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사업은 도가 새로 설립한 경기일자리재단에 맡기기로 했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우려되는 부분은 경경련에서 해외취업 사업을 담당했던 인력이 그대로 경기일자리재단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점이다.

 태평양 건너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20대의 희망과 소중한 시간을 날려버린 청년들과 같은 피해자를 반복해서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1년 넘게 눈물을 흘리고 있는 취업준비생은 '경기도'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잃어버린 상태다.

 캐나다에서 국내로 돌아온 참가 청년들은 "경기도라는 이름을 믿었고 그래서 열심히 노력했지만 '후회' 빼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경기도가 뭘 하든 무엇을 주든 믿을 수 없는 심정"이라고 했다.

 잘못 꿴 첫 단추를 다시 바로잡기 위한 도의 철저한 사업계획 수립,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

구독
구독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