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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탄핵가결]촛불 민심, '朴 퇴진'이 전부 아니다…"한국사회 전면 개조"

등록 2016.12.09 16:48:30수정 2016.12.28 18: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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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전교조 관계자들이 전국교사결의대회에 앞서 국정교과서 철폐 요구 피켓팅을 하고 있다. 2016.11.30.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전교조 관계자들이 전국교사결의대회에 앞서 국정교과서 철폐 요구 피켓팅을 하고 있다.  2016.11.30.  [email protected]

사드 배치·국정교과서·노동·농민·인권 문제 등 망라  "정치가 제대로 못 할 경우 언제든 '광장 정치' 개시될 것"

【서울=뉴시스】임종명 박영주 기자 =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불거진 촛불 민심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각종 시민사회단체가 지금까지 발표한 성명과 시국선언문 등을 보면 박 대통령 하야나 탄핵 목소리 외에 한국 사회의 묵은 과제라고 할 수 있는 정경유착, 노동·농민 문제, 양성평등을 비롯한 인권 사안 등을 망라하고 있다.  

 여기에 추진 단계부터 문제가 됐던 사드 배치, 국정교과서 도입, 일본군 위안부 한일 합의 등에 대한 시민사회단체들의 재검토 목소리도 높았다. 대통령 개인을 향한 분노를 넘어 우리 사회 곳곳의 곪은 환부를 드러내 '전면 개조'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청년 일자리 창출 등 국민 요구 세분화

 1503개 시민사회단체의 연대체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역대 최초로 100만명의 시민이 모였던 지난달 12일 3차 촛불집회부터 대통령 퇴진 외에 13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요구안은 ▲정부의 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 ▲쌀 수입 중단 및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 ▲노점단속 및 강제퇴거 중단 ▲장애등급제·의무부양제 폐지 ▲청년 일자리 창출·대학구조조정 반대 ▲여성 비정규직 철폐 ▲공안탄압 중지 ▲대북적대정책 폐기 ▲한일 위안부합의 무효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신규 핵발전소 건설 저지 ▲철도·가스·의료민영화 추진 중단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 등을 포괄하고 있다.

 대통령 퇴진 외에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고 불평등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안들이다. 각계 각층을 대변하는 여러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저마다 개혁 방안들을 제시했다.

 우선 최근 현장검토본이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를 예로 들 수 있다. 역사학계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정부의 국정 역사교과서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고쳐쓰는 등 건국절 이념을 강요하고 수많은 오류와 편파적 서술을 담고 있다며 폐기를 주장한다.

 전교조의 경우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노조법에서 노조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조)화 한 것을 철회해야한다는 입장도 함께 밝히고 있다. 이들은 직장에 휴가를 내고 활동하는 '연가투쟁' 등의 방식으로 꾸준히 집회를 이어왔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에 총학생회 및 참가 학생들이 작성한 현 시국 관련 동맹휴업 선포문이 붙어 있다. 2016.12.02.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에 총학생회 및 참가 학생들이 작성한 현 시국 관련 동맹휴업 선포문이 붙어 있다. 2016.12.02.  [email protected]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정부를 향해 쌀값 대폭락에 대한 책임과 쌀 수입 반대,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 등을 요구한다. 전농은 지난달 15일부터 '전봉준 투쟁단'을 꾸려 트랙터를 몰고 서울로 행진하는 등 상경 집회를 추진했다. 앞선 시도에서는 경찰이 서울 진입을 막으면서 무산된 바 있다.

 여성단체는 이번 사태에서 여성혐오라는 감정의 정치가 동원됐다며 이를 비판했다. 지난달 15일 박 대통령의 변호인이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도 고려해 달라"고 주장한 데에서 비롯됐다. 이들은 "박근혜·최순실·정유라·장시호 등 국정 농단의 핵심 인물들이 여성이기 때문에 사달이 벌어졌고 여성이 대한민국을 망친 것처럼 회자되고 있는데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에 만연한 물질만능주의와 승자독식주의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청소년들은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 민주주의와 평등 정의가 실현되는 나라를 요구한다. 정유라 이화여대 특혜 입학 사태로 열심히 노력하면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 깨졌다는 문제의식이다. 박근혜 하야 청소년 공동행동은 "소수 재벌들이 아니라 더 많은 국민이 주권을 누리기 위해 박 대통령은 하야해야 한다"라며 "보호라는 명목으로 뒤로 밀려나는 삶을 살아오고 정치적 권리를 박탈당했던 지난 우리의 역사를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청소년의 참정권을 보장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학생들은 시국선언과 동맹휴업을 통해 청년들의 고질적 취업난 해결을 촉구한다. 정권과 재벌이 한 몸이 돼 청년실업 문제를 방치했다는 논거를 들기도 한다. 일부 학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교수들의 직위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교수사회에서는 박 대통령과 국회 등 정치권이 이러한 국민들의 요구에 귀기울여야한다는 점을 역설해왔다.

 서울대 교수들은 지난 8일 제2차 시국선언을 통해 "향후 대선 경쟁에 앞서서 폭넓은 국민적 공감을 얻고 있는 대선 결선투표제, 국회 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도 관련 법률 개혁을 신속히 논의해 처리해야 한다"며 "검찰 개혁, 재벌 개혁, 언론 개혁 또한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종교계도 전면에 나서 '국민주권시대'를 열기 위한 국회와 헌법재판소의 노력을 촉구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지난 1일 역대 최대 규모의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승려들은 이번 사태가 한국 사회를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드는 계기가 돼야하며 여당도 깊은 반성을 통해 대대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비상시국대책회의도 7일 시국선언을 공개했다. 이들은 "국회는 헌법과 민주주의를 유린한 대통령을 탄핵해야하는 가장 기본적 책임을 방기한다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헌재는 지체없이 탄핵을 인용해 국민 뜻에 부응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전문가 "국민 스스로 사회개조 위한 요구 표출"  

【수원=뉴시스】 이정선 기자 =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예정인 9일 오전 경기 수원 장안구청 인근 1번국도에 정차된 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를 경찰이 옮기고 있다.  전봉준투쟁단은 지난 8일 평택시청을 출발해 수원역에서 촛불집회를 연 뒤 이날 오전 서울 국회를 향해 이동했다. 2016.12.09. ppljs@newsis.com

【수원=뉴시스】 이정선 기자 =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예정인 9일 오전 경기 수원 장안구청 인근 1번국도에 정차된 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를 경찰이 옮기고 있다. 전봉준투쟁단은 지난 8일 평택시청을 출발해 수원역에서 촛불집회를 연 뒤 이날 오전 서울 국회를 향해 이동했다. 2016.12.09. [email protected]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민들 스스로 사회 개조를 위한 요구를 그대로 표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 사태가 우리 사회의 다른 사안들과 촘촘히 엮여있는 걸 보면서 국민도 어느 하나의 문제만 손을 대서는 변화가 없을 거라는 걸 인식하게 된 것 같다"며 "하나의 사건을 캐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시스템을 뒤엎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느낀 것"이라고 평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로 대통령이 '아바타'로 찍히다보니 현 정권의 정책들도 국민으로부터 정당성을 잃게 된 것"이라며 "정유라의 입학 특혜, 정경 유착 등과 함께 현 정부가 추진했던 많은 정책을 중단·재고하거나 새롭게 해야 한다는 여론이 표출됐다"고 설명했다.

 매주 진행되는 촛불집회가 '학습효과'를 불러일으켰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광장에서의 촛불집회를 통해 국민은 대통령을 '대국민 담화'로 이끌고 탄핵과 퇴진 상황까지 만들었다"면서 "이 나라의 환경을 직접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새로운 학습효과를 만들고 다른 사회적 문제까지 건드리게 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촛불집회가 향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교수는 "주요 사회적 문제들이 해결되고 좋은 방향으로 바뀐다면 국민도 제도권 정치에 위임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제대로 정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민은 언제든 다시 모여 다른 흐름으로 '광장 정치'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며 "열기가 쉽게 식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 교수는 "재벌, 언론, 여성 문제, 국정교과서 논란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면 결집력이 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국민은 이미 포용력과 분별력이 향상됐다"며 "앞으로도 중심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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