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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찰 당한 세월호 유족들…'직권남용' 피해자 될까

등록 2020.01.11 0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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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조위 '김기춘 등 71명' 수사 요청

"세월호 유족 불법 사찰해 악용해"

직권남용 혐의 특정해 검찰에 넘겨

일각 "직권남용→권리침해 증명 필요"

"민간인은 피해자로 특정되기 어려워"

특조위 "몰래 회의하는 등 피해 확인"

전문가 "檢 침해 사례 부족, 지적할 것"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 기무사와 청와대 관계자 등의 민간인 사찰 혐의에 대한 수사 요청 기자회견'에서 묵념하고 있다. 2020.01.08.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 기무사와 청와대 관계자 등의 민간인 사찰 혐의에 대한 수사 요청 기자회견'에서 묵념하고 있다. 2020.01.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세월호 유가족들을 불법사찰한 의혹이 있다며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71명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한 가운데, 과연 유족들이 해당 범죄의 피해자로 법적 판단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11일 특조위에 따르면 이 위원회는 지난 9일 서울중앙지검에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안보실장 등 관계자 5명과 기무사 관계자 66명 등 총 71명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수사요청서를 전달했다.
 
특조위는 "그동안 직권남용으로 인한 권리행사방해는 공무원 상급자가 하급자의 직무상 해야 할 일을 벗어난 불법적인 일을 시켰을 때 적용됐다"며 "그러다 보니 '해야 할 일'이 명확하지 않은 민간인의 경우 이 법에 적용을 받기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세월호 유족 사찰과 관련해 2018년 12월31일 기소된 전 기무사령부 참모장 사건이나 2019년 4월5일 기소된 정보융합실장 지모 전 참모장, 그리고 지난해 12월24일 보통군사법원에서 징역 1년을 받은 전 기무사610부대장과 310부대장 사건에서 세월호 유족은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진이 특조위 조사2과 과장은 "공무원이 아닌 유족은 사찰로 인해 침해받은 구체적인 업무를 특정하기 어려워 피해자로 인정되기 어렵다"며 "하지만 이번 수사요청서에는 이들이 사찰로 인해 실제 권리 침해를 당한 부분을 부각했다"고 밝혔다.
 
특조위가 밝힌 사찰로 인한 유족의 구체적 권리 침해 사례에는 ▲참사 당시 꾸려진 가족대책위원회(가족대책위)는 사찰과 도·감청의 우려로 보안을 염두에 둔 가짜 회의를 진행해야 했음 ▲회의 중 핸드폰을 꺼놓는 등 극도의 공포와 압박감 속에 활동 ▲유족들은 참사 직후부터 스스로 이름표 만들어 외부인을 구분, 특정되지 않은 사찰 가해자로부터 위협에 시달림 등이 있었다.
 
박병우 특조위 진상규명국장은 "청와대가 기무사의 불법 사찰 내용을 이용해 가족대책위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며 "이로 인해 유족들의 활동을 위축시킨 것도 분명한 권리침해"라고 주장했다.
 
다만, 그럼에도 이번 수사요청에 따라 유족이 피해자로 인정되고, 검찰 수사와 처벌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지난해 11월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2019.11.23.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지난해 11월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2019.11.23. [email protected]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리방해 직권남용죄가 명시된 형법 123조는 공무원의 불법행위에 대한 법"이라며 "직무가 정해져 있는 공무원이라야 불법행위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권남용'에 대해 형법 제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가해자가 공무원이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피해자까지 꼭 공무원일 필요는 없다는 이견도 나온다. 장승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반 시민이 공무원처럼 명확한 직무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뿐"이라며 "시민도 공무원의 불법 행위로 인해 권리가 침해된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 피해자로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전 재판의 경우 기소 단계에서는 유가족이 피해자로 특정되지 않았지만, 판결문에서 피해자로 언급되기도 했다.
 
김 과장은 "유족 사찰과 관련해 전 기무사610 부대장이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며 "이때 판결문에서 재판장은 유족을 피해자로 언급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검찰의 기소 단계에서 피해자는 기무사 예하 부대원(하급자)으로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재판부 판결문만으로는 처벌의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때의 판결문이 이번 수사요청서의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천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번 수사요청서와 관련해 "유족이 피해자 인정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세월호 보고 조작'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에 대한 항소심 2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12.16.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세월호 보고 조작'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에 대한 항소심 2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12.16.  [email protected]

최 교수는 "전통적인 판례에서는 직권남용죄에서 가해자는 물론 피해자도 공무원이어야 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직권남용으로 '직무를 침해받았다'고 좁게 해석할 것이 아니라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했다는 식으로 넓게 판단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사찰로 인해 유가족이 당한 권리침해 사례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 교수는 "특조위는 사찰이 가족위원회 활동을 방해했다거나 압박감을 느끼게 했다는 사례 등을 권리침해로 주장한 것 같다"며 "이것 뿐이라면 구체적 권리 부분이 좀 불분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사생활과 관련된 비밀이 침해됐다거나 심리적인 내용 등은 실제적인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으로 연결하기 어렵다"며 "그런 이유로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권리침해가 된 부분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피해자 인정이 돼 관계자 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장 교수는 "특조위가 좀더 구체적으로 어떤 권리침해를 당했는지 증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아마 검찰도 이 부분에 대해 지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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