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미 대선 1차 토론][종합]힐러리·트럼프, 사안 마다 '격돌'

등록 2016.09.27 13:05:05수정 2016.12.28 17:41:5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헴스테드=AP/뉴시스】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현지시간) 뉴욕주 헴스테드의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상대로 첫 TV 토론을 벌이고 있다. 2016.09.27

【헴스테드=AP/뉴시스】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현지시간) 뉴욕주 헴스테드의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상대로 첫 TV 토론을 벌이고 있다.  2016.09.27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미국 대선 후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26일(현지시간) 1차 TV토론에서 외교안보, 경제 등의 이슈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클린턴과 트럼프는 이날 뉴욕주 헴스테드의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1차 토론 무대에 올랐다. 이날 토론은 NBC뉴스의 레스터 홀트 앵커의 사회 로 90분간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 일자리, 무역, 세금 등 경제 정책 격돌

 두 후보는 이날 초반부터 경제 정책을 놓고 한 치의 양보 없는 토론을 펼쳤다. 클린턴은 부동산 재벌 트럼프를 '금수저'로 묘사하며 그의 공약은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클린턴은 "도널드는 매우 운 좋은 삶을 살았다"며 트럼프가 부친으로부터 1400만 달러(약 155억200만 원)를 받았다고 꼬집었다. 트럼프는 1970년대 부동산 건설을 위해 소액을 빌린 것뿐이라고 맞섰다.

 클린턴은 트럼프의 경제 정책은 트럼프 버전 '트리클 다운'(낙수효과)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은 세계 인구의 5%를 차지한다. 우리는 나머지 95%와 무역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우리 일자리가 이 나라를 떠나고 있다. 멕시코 등 다른 많은 나라들로 가고 있다"며 "우리는 이들 나라가 우리 사업체와 일자리를 훔치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무역 축소를 주장하는 그는 "중국이 하는 일을 보면 그들은 자국 재건을 위해 미국을 돼지 저금통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제조업체를 다시 본국으로 불러들이고 세금을 줄여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클린턴 후보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지지 전력을 언급하며 "당신은 이(TPP)를 황금 표준(gold standard)라고 불렀다"고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는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에 대해 그가 의도적으로 기준금리를 계속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옐런 의장이 "클린턴 보다 더 정치적"이라고 비판했다.

【헴스테드=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26일(현지시간) 뉴욕주 헴스테드의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열린 첫 TV 토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16.09.27

【헴스테드=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26일(현지시간) 뉴욕주 헴스테드의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열린 첫 TV 토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16.09.27

◇ 트럼프 "한국 방위비 더 내라"…힐러리 "상호방위협약 존중"

 트럼프는 이날도 동맹국의 '방위비 무임승차론'을 꺼내 들었다. 그는 미군이 한국, 일본, 사우디 아라비아, 독일 등 여러 나라를 방어하고 있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내야 할 돈을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될 수 없다. 전 세계의 나라를 우리가 보호할 수는 없다" "우리에게 자동차 수백 만 대를 파는 거대 기업 같은 일본을 방어해 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그들은 내가 사업가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동맹국들이 "합당한 몫을 부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는 이어 "중국이 북한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며 "러시아는 어느 때보다 많은 탄두를 갖고 있고 북한은 핵실험을 하고 있다. 이란은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짜고치는 거래를 했다"고 말했다.

 동맹 강화를 주장해 온 클린턴은 "일본, 한국 그리고 다른 동맹들에게 우리에게는 상호방위협약이 있고 우리는 이를 존중한다는 점을 다시 분명히 하고 싶다"고 역설했다.

 클린턴은 또 "트럼프는 반복해서 다른 나라들이 핵무기를 갖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해 왔다"며 "핵무기에 대한 트럼프의 무신경한 태도야 말로 매우 문제"라고 반박했다.

 클린턴은 "트윗 하나 때문에 노발도발하는 자는 (핵무기의) 버튼 근처 어디에도 손가락을 대선 안 된다"며 트럼프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 객석 반응 절제된 가운데 '촌철살인' 공세

【헴스테드=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현지시간) 뉴욕주 헴스테드의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첫 TV 토론을 벌이고 있다. 2016.09.27

【헴스테드=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현지시간) 뉴욕주 헴스테드의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첫 TV 토론을 벌이고 있다. 2016.09.27

 이날 토론은 각당의 경선 토론 때와는 달리 청중들의 환호와 야유가 자제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두 후보는 그럼에도 상대방의 약점을 짚는 촌철살인의 표현으로 관객석의 웃음과 박수를 이끌어 냈다.

 클린턴은 트럼프의 공세가 이어지자 "트럼프는 토론 준비를 하면서 나를 비판하려고만 하나 보다"라며 "내가 준비한 다른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나는 대통령이 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난 그(클린턴)보다 훨씬 나은 기질을 가졌다. 나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 기질이다. 난 이기는 기질을 갖췄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이에 "우! 알았다"고 짧게 일갈했다.

 클린턴은 트럼프의 납세 내역 공개 거부로 공격을 시도했다. 그는 트럼프가 "그의 주장처럼 부유하지 않거나 자선활동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트럼프는 이에 "나의 납세 내역을 통해 당신이 알아낼 만한 건 많지 않다"며 그(클린턴)가 삭제한 이메일 3만 개를 공개한다면 나도 변호사의 뜻을 거스르고 납세 내역을 공개하겠다"고 응수했다.

 트럼프는 국무장관을 지낸 클린턴에게 '장관'이라고 불러도 되냐고 장난스럽게 묻기도 했다. 그가 클린턴과 양자 토론 무대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클린턴이 괜찮다고 하자 그는 "좋다. 난 당신이 매우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농담했다.

 트럼프는 또 클린턴은 대통령을 할 만한 인물로 보이지 않는다며 "그는 체력(스태미나)이 딸린다.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려면 엄청난 체력이 필요하다. 협상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클린턴은 "112개국으로 출장다니며 평화 협정, 휴전, 반체제인사 석방, 전 세계 국가에 대한 새로운 기회 제공 등에 관해 협상을 해 본다면, 의회에서 11시간 동안 증언을 해 본다면 나와 체력에 관해 얘기할 수 있다"고 일축했다.

 트럼프는 이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과거 성추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토론 직후 폭스뉴스에 클린턴 전 대통령과 딸 첼시가 자리한 걸 안다며 무례한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센테니얼=AP/뉴시스】미국 콜로라도주 센테니얼에서 26일(현지시간) 공화당 소속의 스펜서 스왐 전 하원의원과 민주당 소속의 조 미클로시 전 하원의원 및 친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첫 대선주자 TV 토론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2016.09.27

【센테니얼=AP/뉴시스】미국 콜로라도주 센테니얼에서 26일(현지시간) 공화당 소속의 스펜서 스왐 전 하원의원과 민주당 소속의 조 미클로시 전 하원의원 및 친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첫 대선주자 TV 토론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2016.09.27

◇ 테러, 사이버안보, 인종, 사법 문제도 토론

 트럼프는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창궐은 이라크에서 미군을 섣불리 철군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국무장관이던 클린턴에게 중동 사태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클린턴은 이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임자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이라크 철군에 동의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또 트럼프는 안보를 위해 협력해야 할 이슬람 세력을 반복적으로 모욕했다고 비판했다.

 클린턴은 러시아의 민주당전국위원회(DNC) 해킹 의혹도 짚고 넘어갔다. 이어 트럼프가 과거 러시아에 해킹을 부탁하는 듯한 발언을 한 일을 언급하며 그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옹호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해킹 주체가) 러시아인지 중국인지 다른 나라인지 우리는 모른다"며 "오바마 대통령 아래서 우리는 그래선 안 될 것들에 대해 통제력을 잃었다. 우리는 매우 엄격한 사이버 전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인종갈등과 사법체계에 대한 언쟁도 붙었다. 트럼프는 "이 나라에는 클린턴이 얘기하지 않는 법과 질서가 필요하다"며 "흑인과 히스패닉은 지옥에서 살고 있다. 너무 위험하다. 길거리를 걷다 총에 맞는다"고 강조했다.

 클린턴은 "흑인 공동체를 지독하게도 부정적이게 묘사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사법 체계상 인종 차별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분석했다. 또 트럼프가 주장하는 불심 검문 확대는 위헌이라며 총기 규제 강화로 범죄를 억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클린턴은 트럼프의 '버서'(birther.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을 둘러싼 음모론) 주장은 인종차별적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2011년부터 오바마가 미국 태생이 아니라고 주장하다가 입장을 바꿨다.

 클린턴은 "이 문제는 쉽게 일축할 것이 아니다. 그는 이런 인종차별적 거짓말에 기반해 선거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누구도 거기 신경쓰지 않았다"며 논란을 시작한 건 클린턴의 측근이라고 반발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