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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재의 크로스로드]권한대행의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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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2-07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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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의 처신이 명확해야
사회의 혼돈 피할 수 있어
일반인의 상식을 외면하면
시민적 저항 피할 수 없어

【서울=뉴시스】정문재 부국장 겸 미래전략부장 = 상식은 시대정신을 반영한다. 상식은 이성을 바탕으로 삼지만 시대 변화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지기도 한다. 과거의 불온한 사상이 현대 사회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수용된다. 반대로 옛날에는 얼마든지 용인되던 생각이 지금은 공공연한 비난과 규탄의 대상이 된다.

 숱한 선각자들이 남보다 앞서 상식을 주창하다가 고난을 자초했다. 토머스 페인도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다. 페인은 자신이 표현한 것처럼 '상식'을 추구했건만 조국 영국에서 반역자로 내몰렸다. 하지만 역사는 그를 '선각자'로 기억한다. 온갖 비판과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보편 타당한 가치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페인은 1776년 1월 '상식'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미국 독립의 당위성을 설파하기 위해서였다. 시민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독립국가 건설은 필수다. 미국의 독립과 공화국 수립은 영국으로서는 반역이다. 페인은 인간의 본성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미국의 독립은 '상식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자신의 주장이 상식으로서 보편타당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은 폭넓은 지지를 얻지 못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의 생각도 차차 바뀔 것이라고 확신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관습을 쉽게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식'은 지금의 눈높이로는 밋밋하기 짝이 없다. 현대인의 기준으로는 지극히 당연한 내용을 담고 있다. 페인은 군주제와 식민 지배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무시할 뿐 아니라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군주제는 불안한 정체다. 야심에 찬 실력자들이 끊임없이 왕위를 노린다. 왕좌를 놓고 수시로 암투가 벌어진다. 자유와 평화가 오래 이어지기 어렵다. 백성들의 안락한 삶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만다. 

 페인은 특히 세습 군주제의 문제를 통렬히 비판했다. 왕은 나쁜 길로 빠지기 쉽다. 인간 본연의 한계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다른 이들을 거느리는 사람은 거만해지기 마련이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대부분이 제멋대로 권력을 휘두른다.

 더욱이 세습제 아래서는 현명한 군주가 계속 출현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장기적인 국정 안정을 기대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혼군(昏君)이 왕위에 오르거나 왕이 허수아비로 전락하면 간신들이 국정을 좌우한다. 백성들의 삶은 한층 더 고달파진다.

 페인은 군주제의 대안으로 공화제를 제시했다. 그는 정부의 존재 이유를 시민의 자유와 안전 보장에서 찾았다. 공화제는 이를 잘 실천할 수 있는 정치체제다. 공화제는 어느 누구에 의한 독단적 통치를 허용하지 않는다. 견제와 균형을 운영 원리로 삼는다. 법에 의한 지배를 추구한다.

 페인은 인간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상식의 범위를 확장했다. 빈민들을 위한 공적 연금, 무상 교육, 하층민을 위한 정치적 대표성 확대 등을 주장했다. 오늘날 대다수 민주공화국에서 실천되고 있는 제도다. 현대 사회의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상식은 그 시대, 그 사회의 보편적 인식을 반영한다. 상식을 외면하면 시민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어렵다. 상식과의 괴리가 심화되면 엄청난 시민적 저항에 직면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헌법과 법을 무시했을 뿐 아니라 상식 밖의 언행을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세습 군주로 착각한다는 비난도 쏟아진다.

 최근에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마저 상식 밖의 행태에 가세했다. 권한대행은 대통령의유고(有故)를 전제로 한 자리다. 국정이 정상을 되찾을 때까지 현상을 유지하는 게 권한대행의 역할이다. 다른 뜻을 펼치기 위한 디딤돌로 활용할 자리가 아니다.

 황 권한대행은 자신의 대통령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정 장악력을 높이려는 뜻"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상식을 넘어서는 탁월한 해몽이다.

 지도자의 불명확한 처신은 그 조직과 사회의 혼돈을 부추긴다. 휘하 공직자들에게 오로지 직무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해도 먹혀들 리가 없다. 각자도생(各自圖生) 행태가 일반화된다.

 지도자가 상식을 거스르면 사회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남보다 앞서 상식을 제시해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저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한 상식이라도 지킬 수 있는 지도자를 보고 싶다.  

참고문헌
1) 토머스 페인 지음. 남경태 옮김. 2012. 상식. 효형출판.
2) 유벌 레인 지음. 조미현 옮김. 2016. 위대한 논쟁. 에코리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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