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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재의 크로스로드]배제를 위한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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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4-25 20:07:48  |  수정 2017-04-25 20: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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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싫어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최고의 적임자를 선택하는 게
선거를 통해 추구할 목표이자
사회의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

【서울=뉴시스】정문재 부국장 겸 미래전략부장 = 현인(賢人)은 제도나 시스템의 문제를 고민한다. 이런 고민은 현인만이 떠맡을 수 있는 책임이자 의무다. 현인은 고민 끝에 역사에 길이 남을 금자탑을 남긴다.  

 소크라테스도 그랬다. 그는 아테네 민주주의의 한계를 비판했다. 아테네 민주주의는 대의 민주주의라기보다는 직접 민주주의에 가깝다.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추첨을 통해 통치자를 선출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소크라테스는 추첨을 통한 공직자 선출 방식에 회의를 표시했다. 공직자가 상당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소크라테스는 "추첨을 통해 선원이나 건축가, 또는 플루트 연주자를 뽑지 않는다"며 추첨 방식의 공직자 선출을 비웃었다.

 실제로 아테네는 대다수 공직자를 추첨을 통해 충원했다. 아테네는 민회에서 수행할 수 없는 정책 집행 기능을 추첨을 통해 선출된 시민들에게 맡겼다. 행정부 구성원 700명 가운데 약 600명을 추첨을 통해 채웠다.

 30세 이상의 시민은 누구나 자신의 이름을 추첨 명단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나 공직에 나서지는 않았다. 공직을 잘못 맡았다가는 봉변을 당하기 쉬웠다.

 민회와 시민 법정의 행정부 감시 및 견제 기능은 매서웠다. 행정부 공직자는 임기가 끝나면 민회에 결산보고서를 제출해야 했다. 시민들은 언제라도 불신임투표를 통해 공직자의 직무 정지를 요구할 수 있었다.

 야심만만한 시민들은 추첨을 통한 공직 진출을 선호하지 않았다. 권한은 크지 않은데 여기저기 눈치를 봐야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임기도 1년으로 제한됐다. 한 번 추첨을 통해 특정 공직에 진출하면 다시는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없었다.

 반면 선거로 충원된 공직자는 달랐다. 이들도 민회의 감시를 받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큰 권한을 행사했다. 권한에 비례해 명예도 따랐다. 후세에 널리 알려진 아테네 지도자들은 대부분 선거를 통해 발탁됐다.

 아테네는 공직자 충원을 위해 추첨은 물론 선거를 병용했다. 소크라테스가 추첨을 못마땅하게 여긴 것은 탁월한 역량을 갖춘 공직자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의 제자 크세노폰은 소크라테스의 입을 통해 마치 아테네에는 선거가 없었던 것처럼 묘사했다. 이는 소크라테스의 제자들이 추첨 및 직접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아테네는 뛰어난 역량이 필요한 자리는 선거로 채웠다. 국방을 책임진 최고 군(軍)사령관과 장군, 나라 살림을 맡은 재정책임자나 재정감사관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임기도 1년으로 제한됐지만 얼마든지 연임할 수 있었다. 수십 년 이상 자리를 지킨 지도자들도 많다.

 대표적인 인물이 페리클레스다. 그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스파르타의 군사적 우위를 무너뜨리기 위해 직접적 대결을 피하는 대신 지구전을 이끌었다. 그는 "행복에는 자유가, 자유에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라"며 아테네 시민들을 독려했다.

 아테네는 그의 리더십을 인정했다. 페리클레스는 20년 이상 최고 군사령관으로 재직했다. 아테네 정계를 이끈 기간만 무려 30년에 달한다. BC 4세기 아테네를 이끈 포키온은 45년간 장군 자리를 지켰다. 아테네 시민들은 뛰어난 역량을 입증한 지도자에 대해서는 선거를 통해 장기 집권을 허용했다.

 선거는 대의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지도자에게 국민들의 주권을 위임하는 절차다. 누가 더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나라를 이끌 수 있는 지를 따져본 후 최고의 적임자를 선택하는 과정이다.

 보수 진영의 궤멸 여파로 대통령 선거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특정 후보를 악(惡)으로 규정한 후 차악(次惡)을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횡행한다. 특정 후보 지지자들은 졸지에 악(惡)의 축으로 전락하고 만다. 선거의 본질과 취지를 무시한 망발이다. 선출이 아니라 배제를 위한 선거다.

 이런 흐름은 적의와 증오를 확대 재생산한다. 다른 목소리나 입장 사이에서 메우기 힘든 크레바스(crevasse)가 생긴다.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폭넓은 지지를 동원하기 어려워진다.

 선거는 탄핵이 아니다. 비슷한 가치와 이해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사회적 지분을 공개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다. 지분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의미를 갖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훌륭한 시민의 탁월함은 잘 다스리고, 잘 복종함으로써 나타난다"고 말했다. 잘 다스리고, 잘 복종하는 사람은 능동적 시민이다. 덜 싫어하는 지도자를 선택하는 사람은 수동적 시민에 불과하다. 사회 발전을 추동하는 주체는 능동적 시민이다.

참고문헌
1) 버나드 마넹 지음. 곽준혁 옮김. 2004. 선거는 민주적인가. 후마니타스
2) 도널드 케이건 지음. 허승일, 박재욱 옮김. 2006.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까치
3)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2013. 국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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