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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 '유치원 블랙리스트' 취합까지···"내 아이 안 보내"

등록 2017.09.19 14: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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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최정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 등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소속 전국 지회장들이 '휴업 철회 기자회견'을 하며 사과의 인사를 하고 있다. 2017.09.17.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최정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 등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소속 전국 지회장들이 '휴업 철회 기자회견'을 하며 사과의 인사를 하고 있다. 2017.09.17. [email protected]

"파업 강행한 유치원 어디?"···학부모들 불만 봇물
경기 고양 지역카페, 강경 유치원 명단 취합하기도
"사립유치원 대신 어린이집·학원·문화센터 보내자"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사립유치원 이익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파업을 시도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사립유치원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유치원 대신 어린이집이나 영어유치원 등 대체 수단을 찾거나 초등학교 입학이 얼마 안 남은 자녀는 유치원을 보내지 않고 학원만 보내겠다는 학부모가 나올 정도다. 대부분 유치원이 파업을 철회했지만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파업 철회를 하지 않은 유치원이 어딘지 공유하자는 움직임도 나타나는 추세다.

 19일 포털사이트의 육아카페나 기혼여성들이 주로 모인 커뮤니티에는 '유치원 원장선생님을 예전과 똑같이 볼 수 없을 것 같다', '이번 휴업 때문에 유치원을 옮기려고 하는데 너무한가요?' 등의 반응이 최근들어 부쩍 늘었다.

 아이디 kim3****는 "우리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강경파 같다"며 "이사와서 멀어졌는데도 믿고 보냈는데 정이 떨어졌다. 동네 유치원은 가격도 저렴하고 이번 파업에 참여하지 않아서 옮겨볼까 한다"고 토로했다.

 xina****는 "휴업 안하는 유치원을 찾아서 다음달부터 아이를 다니게 한다"며 "아이들 통원차량은 낡았는데 외제차 굴리는 원장 배 불리기 싫다"고 꼬집었다.

 자신을 워킹맘이라고 소개한 한 30대 학부모는 "내년에 유치원 원서를 내야 하는데 파업하는 유치원에는 보내고 싶지 않다"며 "파업하는 유치원 명단을 알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실제 경기 북부의 한 지역카페에서는 '현재 불법 파업 강행 중인 고양시 유치원'이라는 제목의 명단이 돌고 있다. 지난 17일 오전 10시20분께 작성된 이 글에는 같은 날 오후 10시가 넘는 시간까지 휴업 철회 여부에 대한 댓글이 달렸다.

 이 글을 쓴 이는 "유치원은 교육의 주체인 학부모 동의 없이 교육의 최우선 주체인 아이들을 내팽개치고 대안 없는 불법 휴업을 강행하고 있다"며 "강경파 유치원을 공유해 내년에 학부모들이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생각하자"고 제안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대체로 아이를 볼모로 잡고 본인들의 경제적 이익을 관철시키려는 유치원 관계자들에 대해 분노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유치원 대신 다른 교육기관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 학부모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yell****는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있는데 원어민 선생님이 수업해서 영어도 곧잘 하고 소수정원에 프로그램도 만족스럽다"고 평했다.

 유아교육법상 영어유치원은 유치원이 아닌 학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아 이번 사태와 무관하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유아교육 평등권 확보를 위한 전국유치원대회에 참석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이 '유아학비 공, 사립 차별없이 지원하라'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7.09.11.suncho21o@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유아교육 평등권 확보를 위한 전국유치원대회에 참석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이 '유아학비 공, 사립 차별없이 지원하라'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email protected]


 kde2****는 "내 아이가 집에 있더라도 사립유치원의 행태를 멈추도록 힘이 되고 싶다"며 "둘째 아이는 유치원 대신 문화센터나 학원을 알아봐야겠다"고 적었다.

 교육단체와 학부모단체들은 입을 모아 사립유치원의 집단휴업을 비판하고 있다. 특히 정부지원금 인상은 요구하면서도 감사를 거부 혹은 완화할 것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입장이다.

 정치하는 엄마들과 참여연대 등이 참여한 보육연석회의는 "한유총은 국공립 유치원 설립 등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부 정책을 비효율적인 예산운용으로 호도하지 말라"며 "이는 턱없이 부족한 국공립 유치원의 확대를 바라는 학부모, 교사 등 수많은 유아교육 현장 당사자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조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원은 받되 간섭은 거부한다는 태도는 교육기관으로서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특권적 지위만을 누리기 원하는 태도로는 국민을 설득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2국장은 "사립유치원들이 요청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아이들을 볼모로 잡았다는 측면에서 이번 사태가 온당하지 못했다고 본다"며 "학부모들의 원성을 샀다는 점은 사립유치원 측에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구 국장은 "가정에서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지 않겠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면 한유총도 자신들이 문제제기한 부분들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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