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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10년만에도 통했다···'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등록 2017.09.26 10: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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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연희단거리패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2017.09.26. (사진 = 스파프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연희단거리패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2017.09.26. (사진 = 스파프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연희단거리패의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연출 이윤택)은 시공간을 뛰어넘는 무대의 모범답안을 보여준다.

브레히트의 대표작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을 번안한 작품으로, 2006년 게릴라극장에서 초연했고 이듬해 앙코르 공연했다.

'2017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스파프) 중 '창작산실 인(in) 스파프'의 하나로 10년 만인 21일부터 24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랐는데 위용과 명성은 여전했다.

원작 속 30년 종교전쟁 자리를 대신하는 건 6·25 동란이다. 빨치산 출몰이 잦는 지리산 일대가 무대다. 틀과 내용물은 다르지만 이야기의 전체적인 구조는 원작의 흐름을 따라간다.

전쟁터에서 말 그대로 억척 같이 삶을 꾸려나가는 억척어멈이 주인공이다. 그녀는 전쟁통에 생필품은 물론 각종 물자를 파는 행상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그녀가 끌고 다니는 수레는 일터이자 집이고, 그녀의 삶에 대한 은유다. 억척어멈의 수레바퀴 같은 삶은 지난하다.

둘째 아들을 먼저 죽음으로 내몰고, 첫째 아들은 전쟁의 희생양이 돼 역시 목숨을 잃는다. 마지막에는 벙어리 딸마저 잃고 홀로 수레와 함께 떠돈다.

억척어멈의 고난은 연희단거리패의 배우장인 김미숙을 통해 관객들에게 매개된다. 소리에 일가견이 있는 그녀는 판소리의 서사성을 적극 수용한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에서 보배 같은 존재다.

그녀가 판소리 양식을 빌린 소리를 통해 고함 치고 울부짖을 때 관객들의 마음에 사람 그리고 역사의 아픔이 옹골차게 똬리를 튼다. 소리와 브레히트의 서사가 물리적인 것을 넘어 화학적 결합을 일으킨 셈이다. 

판소리뿐만 아니라 민요와 가요가 건반·아코디언·트럼펫으로 구성된 밴드의 실제 라이브로 무대 위에 흩뿌려진다. 여기에 오광대 탈춤의 전통 몸짓도 더해진다.

이윤택 예술감독의 현명한 번안, 연희단거리패의 돌진하는 연극양식, 김미숙을 비롯한 배우들의 호연 앙상블은 브레히트를 한국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시대극을 넘어 동시대를 꿰뚫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든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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