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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주혁 조롱' 폭주하는 워마드···'여성판 일베'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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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11-02 10: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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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의 회원들이 김주혁씨의 사고 차량을 보고 조롱하고 있다. (사진=워마크 캡쳐)
김주혁 사망 참사 놓고 비열한 조롱 댓글 넘쳐나
대상이 남성이면 사회적 약자라도 무차별 공격
워마드 "미러링으로 여혐 남성 전반에 되갚겠다"
전문가 "혐오 드러내 오락으로 삼는 일베식 놀이"
"똑같이 비판돼야…일베 거울상이 페미니즘인가"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여성우월주의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WOMAD)'에 배우 김주혁의 사망을 조롱하는 내용의 게시글이 다수 올라와 물의를 빚고 있다.

 워마드는 이전에도 구의역 사고 희생자나 백남기 농민 등 망자를 두고 무분별하게 모독하는가 하면, '여성'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끌어내리려 한다며 촛불집회를 맹비난하고 폄훼하는 등 일반 상식에서 벗어난 시각을 수시로 드러내곤 했다.

 여성혐오에 맞대응한 남성혐오도 일종의 급진적 페미니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혐오를 혐오하기 위한 방식으로는 진정한 성 평등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씨가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사고가 전해진 지난달 30일부터 워마드 홈페이지에는 김씨에 대한 악플이 넘쳐나고 있다.

 "전복요정주혁이 탄생했다", "그 정도로 늙었으면 교통사고라기보단 자연사가 맞는 말", "참 페미니스트로 뭇 남성의 귀감", "망혼(망한결혼) 준비중이었는데 하늘이 도왔다" 등 불의의 참사로 목숨을 잃은 이에게 하는 발언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야비한 언급이 다수다. 그 외 '한남충' '김치남' 운운하는 차마 옮기기 어려운 극언도 얼마든지 눈에 띄어 패륜적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이들이 김씨에 조롱을 퍼붓는 이유는 하나다. 김씨가 남자라서다. 워마드는 여자(woman)와 유목민(nomad)를 합성한 이름으로 극단적 여성우월주의와 남성혐오를 표방한다.

 워마드는 당초 '메갈리아'(Megalia)에서 갈라져 나온 분파였다. 메갈리아는 인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메르스 갤러리에서 시작된 인터넷 커뮤니티로, 전염병 메르스와 노르웨이 작가 게르드 브란튼베르그의 여성주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을 합성한 이름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홍콩에서 한국 여성이 메르스에 걸렸는데도 격리를 거부해 전염병이 퍼졌다는 루머가 돌았고 이에 일부 남성들은 여성이 민폐를 끼치는 존재라며 비난했다. 그러다 루머가 거짓으로 밝혀지자 여성들이 반격에 나서면서 만든 모임이 메갈리아다. 이들은 여성혐오를 그대로 남성에게도 반사해 적용하는 '미러링'을 사회 운동 전략으로 삼아 주목을 받았다.

 메갈리아 운영진이 성 소수자 비하 금지 등을 내세우자 여성 위주의 이슈부터 우선적으로 챙기자는 이들이 모여 워마드를 만들었고 메갈리아는 사실상 없어진 상태다.

 워마드 회원들은 지난해 강남역 살인사건을 추모하는 행사를 주도하면서 한국 여성들의 일상적 불안과 공포를 이슈화해 일정한 성과와 유명세를 얻었다. 종로 일대에서 생리대 가격 인상을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인 주체도 워마드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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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는 김주혁씨를 조롱하는 댓글들이 넘쳐난다(사진=워마크 캡쳐)

 그러나 당초 전투적 페미니즘에 긍정적 인식을 갖던 이들조차 갈수록 등을 돌리고 경악하게 만드는 행태가 이어져 워마드가 단순한 '여성판 일베'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다.

워마드에서 찬양 혹은 비판의 기준이 되는 것은 남성인지 여성인지 여부다. 정치적으로 진보냐 혹은 보수냐는 중요하지 않다. 이 때문에 워마드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문재인 대통령의 별명 '달님'의 반대인 '햇님'으로 추앙한다.

 반대로 대상이 남성이라면 불의의 사고를 당한 피해자나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독립운동가 등에 대해서도 악성 댓글을 서슴지 않는다.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직원에 대해 "탈김치됐는데 축하해 줘야지", 오패산터널 총격전에서 순직한 경찰에게는 "남경찰 한개 재기했다" 등의 막말을 퍼부은 건 빙산의 일각이다. '재기'는 고(故) 성재기씨가 마포대교에서 투신한 것을 조롱하는 은어다.

 안중근·윤봉길 의사를 비하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워마드의 한 회원은 "도시락 아저씨, 벤토 다이스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안 의사와 윤 의사가 피눈물을 흘리며 혀를 빼 문 사진을 올렸다. 이들은 독립운동가들을 '독립 나치'라고 불러 공분을 샀다.

 대중목욕탕에서 벌거벗은 일반인 남성들을 몰래 촬영한 사진을 올린 경우도 있었다. 이 사진에는 얼굴은 물론 성기까지 그대로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남성혐오적 태도에 대해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어떤 혐오적 시선을 보내 왔는지 당해보라는 미러링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차별적 조롱 및 비하가 페미니즘 운동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패륜적 오락'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배은경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터넷 상에서 혐오와 공격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흥미와 재미를 느끼게 만드는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류의 문화라는 데서 논의를 출발해야 할 것"이라며 "혐오를 드러내 오락으로 삼는 것은 그 주체가 워마드이든 일베든 똑같이 비판받아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

 배 교수는 "일베식 놀이의 쾌락을 학습한 사람들이 모여 관심을 끄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페미니즘 운동은 새로운 세상을 추구하며 가능성과 의미를 고민하는 것인데 일베의 거울상을 만드는 것을 페미니즘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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